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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 경영 정상화 선언 5개월
hy 등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
회심의 신제품 출시 했지만…
대형마트 등 유통망 회복 절실
파트너 신뢰 위해 힘써야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사업종료’ 선언과 철회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유업체 푸르밀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환골탈태를 약속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인기 개그맨 다나카를 앞세운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가 그 신제품이다. 문제는 이 제품을 구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왜일까.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푸르밀의 5개월의 들여다봤다. 

푸르밀은 지난해 11월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6월까지 월 매출액 9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푸르밀은 지난해 11월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6월까지 월 매출액 9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고객이 살린 기업.” 유업체 푸르밀의 로고가 최근 달라졌다. ‘자연의 신선함을’이란 문구를 떼고 새로 붙였다. 지난해 10월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푸르밀이 사업을 재개한 덴 여론의 힘이 컸다. 

당시 사측은 “경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2018년 범롯데가家 오너 2세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 이후 위기가 가속화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에 불이 붙었다. 

결국 푸르밀 측은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2022년 11월 10일), 한달 후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45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발표한 푸르밀의 대국민 호소문에는 ▲월 매출액 3월 80억원·6월 90억원 달성, ▲인원·인건비 절감, ▲능력 위주 공정한 보상,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의 계획이 담겼다. 

그렇다면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지 5개월여가 흐른 지금 푸르밀은 어디쯤 와 있을까. 2018년 적자 전환 이후 4년 만인 2022년 206억원까지 불어났던 영업손실액은 줄어들었을 공산이 크다.

푸르밀 경영진이 사업재개 조건으로 ‘인력 30% 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11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푸르밀의 인건비 지출은 2021년 71억원에서 6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인건비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관건은 사업 종료 선언으로 쪼그라든 매출을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푸르밀은 지난 3월 기준 월매출 5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당초 목표치(80억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이런 푸르밀이 내놓은 방안은 ‘새로운 판로’와 ‘새로운 제품’이다. 

푸르밀은 새로운 판로로 hy(한국야쿠르트)를 택했다. 지난 1월부터 hy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프레딧’에 대표 제품인 ‘가나 초코우유(카톤팩)’ ‘바나나킥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자사몰을 강화하려는 hy와 새로운 유통망을 뚫어야 하는 푸르밀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 4월에는 인기 개그맨 ‘다나카(김경욱)’를 앞세워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출시했다. 푸르밀 측은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했다”면서 “향후 대형마트·편의점 등에도 제품을 입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제품 출시에 기대를 거는 건 공장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푸르밀 전주 공장 직원들은 제품 출시 직후 전주 한옥마을에서 신제품 홍보행사를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푸르밀 공장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직원들은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푸르밀의 부활을 점칠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진 않다. 유통망 부족, 히트제품의 존재감 희석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하나씩 살펴보자. 

■ 과제➊ 유통망 확대 = 앞서 언급했듯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의욕적으로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이를 구입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선언하면서 대형마트·편의점 등과의 계약관계를 모두 종료했기 때문이다. 현재 푸르밀 제품은 일부 슈퍼마켓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푸르밀은 지난 4월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출시했다.[사진=뉴시스]
푸르밀은 지난 4월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출시했다.[사진=뉴시스]

편의점 CU(BGF리테일)가 지난 4월부터 커피음료 등 푸르밀 일부 제품의 판매를 재개한 게 변화라면 변화다. 턱없이 부족한 유통망은 ‘2차 피해’도 양산하고 있다. 대리점이다. 지난해 푸르밀이 일방적으로 마트·편의점과의 계약을 끊으면서 수많은 대리점이 공급처를 잃었다.

푸르밀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대형 유통채널에 납품이 중단되면서 대리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일반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사업이 정상화할 때가지 버텨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는 대리점이 숱하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파트너십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 “경영진이 파트너와 신뢰 회복을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펼치는 한편 기존에 없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과제➋ 히트제품 존재감 = 문제는 또 있다. 푸르밀의 히트제품이 존재감을 잃고 있어서다. 푸르밀은 ‘검은콩우유’ ‘비피더스’ 등 몇몇 인기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재도 숱하다. 일례로 검은콩우유 시장에선 ‘맛있는 두유 GT 검은콩·깨(남양유업)’ ‘순하고 부드러운 검은콩 두유(빙그레)’ 등 유사한 제품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서울우유(서울우유협동조합)가 검은콩을 활용한 ‘검은콩 블랙라벨’을 출시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푸르밀의 경우 ‘검은콩우유’와 같은 몇몇 히트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체재는 얼마든지 많다”면서 “사업 정상화를 선언한 만큼 매출 회복을 위해선 기존 히트제품뿐만 아니라 신제품 관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푸르밀은 전 직원과 대리점의 염원 속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관건은 이들을 천당과 지옥에 빠뜨렸던 경영진의 간절함이 얼마나 큰가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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