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가 저점 찍었나
중국이 요구한 ‘4불가’의 의미
美 엔비디아 상승세 호재로 봐야
차세대 D램은 분명한 호재 중 하나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의 엔비디아는 30일(현지시간) 장중에 반도체 회사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28%, SK하이닉스 주가는 43%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 수 있을까. 키워드별로 호재와 악재를 총정리했다. 

반도체 회사들 주가가 올해 들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서 30% 가까이 급등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회사들 주가가 올해 들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서 30% 가까이 급등했다. [사진=뉴시스]

■ 키워드➊ 저점=이 변수는 호재에 가깝다. 저점을 지나진 않았지만, 상당히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두자릿수 감소세를 띠고 있다.

하지만 월별 금액으로 보면 저점이라고 할 순 없어도 더 악화하고 있지는 있다. 관세청의 월별 수출입동향 통계를 보면, 반도체 수출금액은 1월 62억4000만 달러, 2월 61억7000만 달러, 3월 88억 달러, 4월 65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5월 1~20일 수출은 42억6000만 달러다. 4월 1~20일 수출액은 이보다 적은 40억9300만 달러였다. 

한국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로 좁혀 보면 올해 들어 수출량이 늘어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T산업별 월별 수출 현황을 보면,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올해 1월 27억6759만 달러, 2월 29억1393만 달러, 3월 45억6890만 달러로 증가했다.

다만, 1분기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고 해서 반도체 업황이 회복 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D램 현물 가격은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전망이다. 

■ 키워드➋ 중국=지금 우리에게 중국 변수는 악재에 가깝다. 미국과 중국이 각을 세우면서 반도체 산업은 이제 지정학적 문제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기지이자 압도적인 1위 수출시장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전체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중에서 중국 비중은 1월 41.0%, 2월 42.7%, 3월 33.8%, 4월 42.7%였다. 

베트남과 홍콩이 번갈아 2위를 차지했지만,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미국 수출 비중은 1월 6.0%, 2월 5.4%, 3월 4.7%에 머물렀다. 

중국 정부의 압력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5월 31일 한겨레는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국장이 지난 22일 방한해 한중 관계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4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4불가’가 중국의 핵심 이익, 한국의 친미‧친일 외교정책, 고위급 교류, 한국의 대북 주도권이라고 보도했다. 

■ 키워드➌ 인공지능(AI)=호재는 맞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AI 챗봇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한 이면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고, GPU에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중앙처리장치(CPU)가 시스템을 통제하고, 연산을 실행하기 때문에 CPU를 컴퓨터의 핵심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AI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려면 대량의 반복학습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GPU의 특징인 병렬 연산이 AI 연구에 적합하다. GPU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고성능의 메모리 칩이다.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양산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엔비디아의 대표 GPU 제품들에 장착돼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블록처럼 쌓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시장조사회사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50%로 1위, 삼성전자가 40%로 2위다. 다만, 중장기 호재에 가깝다. 현재 HBM 시장 규모가 D램 시장에서도 1%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AI 챗봇이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이미 상당히 올랐다는 의견도 많다. 테슬라 투자로 유명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CEO는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주가가 올해 예상 매출의 25배”라고 지적했다. 

■ 키워드➍ 엔비디아=호재로 볼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엔비디아 시총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아직 넘지 못했지만, 곧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AI를 등에 업고 종가 기준으로도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HBM 시장에 도움을 준다. 

하나의 상징적인 기업이 조명을 받으면 이 회사가 속한 부문이 단기적으로는 함께 주목받는 효과도 있다. 애플이 2018년 8월 2일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자 아마존도 한달 만에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섰다. 

■ 키워드➎ 마이크론=악재에 가깝다.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라고 주문한 것을 시장 논리로는 해석하기 힘들다.

시장 논리로 봐도 특별히 호재라고 분류하긴 애매하다.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이미 중국 내에서 메모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당분간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은 있다. 

■ 키워드➏ 차세대 D램=호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DDR5 제품을 개발·양산했다. 시장조사회사 옴디아는 올해 차세대 D램인 DDR5가 전체 시장에서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점유율은 27%, 2025년은 42%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이다. DDR4 대비 속도는 2배 빠르고, 전력 효율은 30% 높다. 현재 DDR4 현물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DDR5 평균 판매가격은 구형보다 30% 이상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