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불법 판치는 성지점의 비밀➊
2014년 제정ㆍ시행한 단통법
불합리한 정부 정책의 대명사
과열 경쟁 다소 완화했지만
소비자 단말기 부담 커져
개정 이후에도 여러차례 손질
폐지 논의하고 있지만 해법 아냐

단통법이 폐지와 개정의 기로에 서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단통법이 폐지와 개정의 기로에 서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2014년 제정된 이 법은 불합리한 정부 정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시행한 지 9년이나 흘렀지만, 타당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취지가 나쁜 건 아니다. 휴대전화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시해 똑같은 휴대전화를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사는 구조를 없애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 단통법을 둘러싼 비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법 시행 이후 모두가 공평하게 비싼 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사는 세상이 됐다.” 당연히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사는 구조도 사라지지 않았다. 법 시행 후 음성화한 불법 휴대전화 판매점은 ‘성지점’으로 불리며 활개를 쳤다. ‘성지점’ 사람들은 법망의 감시를 피해 불법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단말기를 팔아치웠다. 

#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단통법이 수술대에 다시 오른 건 최근의 일이다. 정부와 국회가 혁신을 위한 칼을 빼 들었고, 단통법은 폐지와 개정 사이에 서 있다. 문제는 폐지하자니 불법 판매점이 더 활개 칠까 두렵고, 개정하자니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도대체 단통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성지점’이란 불법 판매점은 어떻게 법망을 비웃으면서 성행한 걸까. 더스쿠프의 視리즈 ‘단통법의 그림자 성지점’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보자.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이 또 수술대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이 또 수술대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의 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지급을 막기 위해 2014년 제정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이 말 많고 탈 많은 법이 1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최근 이 법의 운명을 결정짓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5월 17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단통법 성과와 한계 등을 논의하는 TF를 운영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폐지 또는 유지를 말할 순 없다. 통신시장 과점 구조를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바라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경쟁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단통법 규제가 경쟁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이걸 없애면 시장 경쟁이 활성화해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단통법을 살려야 한다는 쪽에선 “법을 폐지하면 휴대전화 유통시장이 더 문란해질 것”이라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단통법이 있든 없든 불법지원금을 살포하고 있는 속칭 ‘성지점’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얘기다. 

그럼 양쪽의 주장은 얼마나 신뢰성을 갖고 있을까. ‘단통법 폐지론자’의 주장대로 단통법을 없애면 이통3사의 경쟁이 활성화할까. ‘단통법 존속론자’의 의견처럼 단통법을 없애면 성지점들이 시장을 어지럽힐까. 이 질문의 답을 풀기 전에 단통법이 뭔지부터 복기해 보자.  

■ 단통법이 뭐길래… = 정부와 업계가 단통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2013년, 한국 휴대전화 유통시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출고가격이 60만~90만원에 달하는 최신 스마트폰 단말기엔 ‘버스폰’이란 별명이 붙었다. 버스요금만큼이나 싸게 팔린다는 거였다. 정상적인 ‘할인 판매’는 아니었다. 휴대전화 금액은 출고가격 그대로인데, 이통사나 판매점이 대신 내주는 ‘지원금’ 때문에 실제 구입 가격이 내려가는 형태였다. 

일부 대리점에선 버스폰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펼쳤다. 출고가가 99만4000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갤럭시S3’이 17만원에 팔리는 이른바 ‘갤럭시 대란’은 사회적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이때는 이동통신기술 패러다임이 3G에서 LTE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LTE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던 이통3사는 엄청난 규모의 단말기 지원금을 지원했다. 방송통신위가 정한 지원금 지급 가이드라인 27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당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번호이동’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엔 1255만명, 2013년엔 1116만명이 번호이동을 통해 다른 이통사를 선택했는데, 2022년(452만건)과 비교하면 각각 2.8배, 2.5배 많은 수였다. 

사실 휴대전화 가격이 저렴해진 것 자체를 꼬집을 순 없다. 기업 간 선의의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는 모든 소비자가 ‘버스폰’을 살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일부 판매 대리점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만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했다. 출시 직후 제값을 내고 갤럭시S3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엉뚱하게도 ‘호갱’이란 멍에를 썼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과도한 지원금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좋을 게 없었다. 지원금만 더 많이 지급하면 휴대전화를 팔 수 있었으니, 이통3사로선 요금ㆍ품질ㆍ서비스ㆍ인프라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지원금을 각 기업의 마케팅비로 지급하면서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자 방통위는 이통3사에 고강도 영업정지(2013년 1월)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버스폰 판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업자들은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한 고객에게만 매장 방문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음성화했다. 그 과정에서 방통위 가이드라인 ‘지원금 27만원’은 또다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14년 10월 1일 단통법을 시행했다. 가이드라인이던 지원금의 수준을 아예 ‘법’으로 규정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거였다. 이를테면 가입 유형이나 장소에 따라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이 없도록 이통3사가 ‘같은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게 단통법의 골자였다. 

이 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단통법이 합법으로 규정한 지원금의 종류는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 두개다. 먼저 ‘공시지원금’은 단말기와 요금제에 따라 이통3사가 책정하는데, 이통3사 홈페이지와 전국 판매점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지원금 규모가 소비자마다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이통3사는 지원금을 한번 공시하면 최소 7일간 동일하게 유지해야 했다. 시행 초기엔 공시지원금에 30만원의 상한이 있었다. 출시 15개월 미만의 최신 단말기가 적용 대상이었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사진=연합뉴스]
단통법은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사진=연합뉴스]

또 하나의 지원금인 ‘추가지원금’은 이동통신 판매점이 재량으로 책정한다. 쉽게 말해, 판매점 사장이 공시지원금에 추가해 얹어줄 수 있는 지원금이었다. 다만 그 액수가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를 넘어선 안 됐다.

이 공식에 따르면, 이동통신 소비자는 최대 34만5000원(공시지원금 30만원+추가지원금 4만5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이보다 웃돈을 얹어주면 불법이었다. 어길 땐 강력한 처벌 조항도 뒀는데, 이통3사로선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했다. 판매점의 경우엔 과태료 1000만원 이하의 처분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단통법을 둘러싼 국민 여론은 최악이었다. 특히 지원금에 상한제 조항을 둔 게 원성을 샀다. 정부 입장에선 지나치게 싸게 팔진 말라는 취지였는데, 소비자들은 “왜 싸게 사면 안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단말기 가격에 최대 34만5000원을 지원하는 건 턱없이 적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단통법의 목적은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은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단통법 이후에도 특정 소비자에게만 싸게 파는 ‘성지점’은 자취를 감추지 않았다.

단통법 시행으로 과도한 지원금 지급이 불법이 됐는데도 법정 최대 지원금 34만5000원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성지점은 되레 더 활개를 쳤다.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르며 비밀리에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적지 않았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간 판매점이 단통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횟수가 수없이 많을 텐데도 불법 영업이 줄어들긴커녕 점점 영업 규모가 커졌다”면서 “판매점으로선 과태료를 맞더라도 불법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의 시행이 혼탁한 한국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질서를 개선하는 데엔 실패했다는 얘기다.

정부와 국회는 비난이 거세지자 단통법을 여러 차례 손봤다. 2015년 4월 지원금 상한액을 기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2017년 10월엔 일몰 조항이었던 ‘(최신 단말기 15개월) 지원금 상한제’를 연장하지 않고 폐기했다.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가 출시됐을 때 이통3사가 줄 수 있는 지원금의 상한액이 없어진 셈이다. 

지난해엔 판매점이 재량껏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의 비율을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통법을 비판하는 여론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단통법은 여전히 불합리한 정부 정책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이 단통법에 대대적으로 메스를 대는 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법을 고치거나 폐지하더라도 단말기 유통시장이 개선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거다. 일례로 불법 지원금이 횡행하는 성지점 사람들은 단통법의 폐지나 존속 여부에 별 관심이 없다. 법적ㆍ제도적 규제가 활성화했음에도 성지점은 어떻게 활개를 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성지점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단통법의 그림자 성지점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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