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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세 더딘 한국 영화산업
관객 수 코로나 이전 대비 반토막
빈자리 일본 애니메니션이 채워
OTT란 대안 존재… 차별화 필요
영화 목적·가치 등 본질 탐구해야

[사진 | 뉴시스,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사진 | 뉴시스,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올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성적표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6078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8390억원)의 72.5% 수준이다.

전체 영화 중 한국 영화 매출액은 2122억원이었다.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3929억원)의 54.0%에 불과한 수준이다.  


관객 수도 코로나19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영화를 관람한 전체 관객 수는 5839만명으로, 2017~2019년 상반기 평균(1억99만명)의 57.8% 수준에 머물렀다. 이중 한국 영화 관객 수는 2105만명이었는데, 이 역시 2017~2019년 상반기 평균(4782만명)의 44.0%에 불과했다. 

상반기 기준으론 5월 ‘범죄도시3’가 개봉하기 전까지 매출액 200억원, 관객 수 200만명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부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상반기 한국 영화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 시기 평균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관객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외국 영화의 회복세는 가팔랐다. 올 상반기 외국 영화 매출액은 3956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평균(2017~2019년 상반기ㆍ4461억원)의 88.7%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외국 영화 매출액은 74.0% 늘었다.

상반기 외국 영화 관객 수는 3734만명으로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5317만명)의 70.2%까지 회복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6.1%(1486만명) 증가한 수치다. 

외국 영화가 선전한 배경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있다. 상반기 일본 영화 매출액은 1315억원, 관객 수는 1268만명이었다. 두가지 모두 국적별 점유율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계가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영화계가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상반기 상영한 영화 전체를 살펴봐도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인 ‘스즈메의 문단속(매출액 568억원ㆍ관객 수 554만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매출액 490억원ㆍ관객 수 469만명)’가 나란히 흥행 2ㆍ3위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가 매출액 985억원, 관객 수 997만명으로 흥행 1위를 기록하면서 그나마 체면을 차렸다. 

한국 영화의 더딘 발걸음을 두고 최건용 극동대(미디어영상제작학) 교수는 “현재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는 1990년대부터 있었던 통상적인 호황-불황 사이클의 일종”이라면서도 “다만 예전과는 위기의 본질과 유형이 매우 다르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극장 의존도가 상당히 줄었다. 대안이 없었던 과거엔 시장의 부침을 겪더라도 영화만 좋으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단지 상영관을 채우기 위한 작품으론 넷플릭스 같은 OTT에 길들여진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없다”며 “지금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 ‘이 영화를 왜 관객이 봐야 하는지’ ‘이 영화에 어떤 매력과 가치를 담을 건지’ 작품 하나하나마다 정성을 다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 영화는 위기의 파도를 넘어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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