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버튜버 빛과 그림자➋
대기업도 뛰어든 버튜버 산업
막대한 자본 투입해 데뷔
라이브 방송 못하는 한계
카카오, YG도 성과 못 내
버튜버 성장할 수 있을까

메이브·한유아·루시…. 인터넷 문화에 밝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일 겁니다. 이들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만든 ‘버튜버’들로, 대중의 관심 속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째서인지 이들의 활동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버튜버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반짝 흥행에 성공했던 버튜버의 대부분이 빠르게 인기를 잃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반짝 흥행에 성공했던 버튜버의 대부분이 빠르게 인기를 잃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우리는 ‘버튜버를 아시나요?’ 첫번째 편에서 버튜버(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가 무엇인지, 어떤 강점이 있고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버튜버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아바타에 독특한 콘셉트를 덧입혀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 유튜버가 따라 하기 힘든 버튜버만의 강점입니다. 이를 통해 버튜버는 빠른 속도로 팬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기업들도 급부상하고 있는 버튜버의 인기를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투자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으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25일 론칭한 4인조 가상 걸그룹 ‘메이브(MAVE:)’가 있습니다. 메이브는 ‘감정의 자유를 찾아 미래에서 온 4명의 아이들이 현실세계에 불시착했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습니다.

첫 반응은 꽤 뜨거웠습니다. 메이브의 데뷔곡 ‘판도라’는 공개한 지 2주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메이브는 공중파 방송인 ‘쇼! 음악중심’에도 노래와 안무를 선보였습니다.

실제 무대가 아닌 가상 공간 속 공연이었지만, 이를 담은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현재 238만회(이하 7월 19일 기준)에 이릅니다. 이외에도 공영방송 MBC가 만든 5인조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롯데홈쇼핑의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LUCY)’ 등 다양한 버튜버들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버튜버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쏟아부은 금액은 어마어마합니다. 메이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이브를 만드는 데 총 1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메이브의 제작 방식을 보면 왜 이렇게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판도라’에서 흘러나오는 메이브 멤버들의 목소리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무명 가수가 부른 노래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변형한 겁니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춤도 사전에 안무가가 춘 것을 아바타에 입히는 방식을 썼습니다. 외형도 풀3D 기술을 적용해 최대한 사람과 비슷하도록 만들어냈죠.

메이브는 데뷔 당시 가상 걸그룹이란 콘셉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사진=뉴시스]
메이브는 데뷔 당시 가상 걸그룹이란 콘셉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사진=뉴시스]

메이브처럼 가상 공간에서 AI와 그래픽 기술 등을 합쳐 만든 가상 인물을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아바타를 통해 직접 활동하는 일반적인 버튜버와는 조금 결이 다르죠.[※참고: 이런 이유에서 메이브를 버튜버로 봐야 할지, 아니면 디지털 휴먼으로 따로 분류해야 할지에 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이 기사에선 ‘아바타를 통해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버튜버라고 정의했고, 메이브의 주요 활동 무대도 유튜브여서 버튜버로 분류했습니다.]

대기업까지 이 시장에 진출할 정도니, 버튜버 산업의 미래가 무척 낙관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버튜버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대기업이 만든 버튜버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메이브가 지난 5월 5일 선보인 신곡 ‘원더랜드’는 현재 조회수 25만회를 기록 중입니다. 데뷔곡 판도라의 조회수(2477만회)와 비교하면 다소 성적이 저조합니다.

수백억원 투입해 만들었지만…

연예기획사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디지털 휴먼 ‘한유아’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지난해 5월 데뷔곡 ‘I Like That’을 선보인 걸 시작으로 유튜브에서 버튜버로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소속사의 전문가들이 총집결해 작업한 덕분인지 당시 데뷔곡의 유튜브 조회수는 5일 만에 600만회를 기록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한유아는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튜브채널의 구독자 수도 3380명에 불과합니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무척 중요한 유튜브에서 메이브와 한유아가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거뒀으니, 그만큼 버튜버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들고 뛰어들었음에도 흥행 열풍을 이어나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상현실(VR) 관련 전문기업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아바타를 쓴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버튜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유튜버”라면서 “유튜버의 파급력이 구독자 수에 좌우하듯, 버튜버도 초반에 팬층을 확보하지 못하면 롱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더스쿠프 포토]

그럼 버튜버가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안찬제 영산대(가상현실콘텐츠학)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버튜버는 명성을 무기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비슷하다. 연예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자주 소통하고 싶은 것이 팬의 마음일 것이다. 이런 팬의 수요를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가 버튜버의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팬과 소통하는 방법은 사실 별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인터넷 방송을 켜서 시청자들의 채팅을 읽고 답하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게 어려운 버튜버도 있습니다. 메이브와 한유아의 경우, 언급했듯 컴퓨터 그래픽과 AI로 만들어진 디지털 휴먼입니다. 그렇기에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시청자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을 투입했는데도 간단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죠.

버튜버가 넘어서야 할 한계점은 또 있습니다. 흥행 기세가 대단하다곤 해도, 이들을 좋아하는 소비층은 여전히 좁다는 점입니다. 권 대표는 “버튜버 시청자들은 주로 게임·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10~20대에 국한돼 있다”면서 “버튜버 수요층을 더 넓히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대표의 말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버튜버 산업은 일본에서 태동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게임 팬층이 두꺼운 나라다. 그렇기에 버튜버들도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캐릭터들의 모습을 한 아바타로 활동했다. 이같은 버튜버 문화가 한국에 전파되면서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게임을 즐기는 소비자 위주로 버튜버 문화가 자리 잡았다. 국내 인기 버튜버들이 하나같이 만화같이 생긴 외형을 지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모습을 소비자들이 원해서다.”

권 대표의 말마따나 현재 국내 버튜버 산업을 주도하는 건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아바타를 쓰는 버튜버들입니다. 버튜버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불리는 ‘이세계 아이돌(이하 이세돌)’이 대표적입니다. 3D 아바타를 쓰긴 하지만 겉모습은 영락없이 만화 캐릭터를 빼닮았습니다. 아예 2D 캐릭터를 3D처럼 움직이게 하는 ‘라이브2D(Live2D)’ 기술을 쓰는 버튜버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버튜버 순위를 비교하는 유튜브채널 ‘한국버튜버통계’의 조사결과도 맥락이 같습니다. 평균 시청자 수 9505명으로 1위를 기록한 이세돌의 ‘아이네’부터 같은 이세돌 소속인 ‘징버거(5위·7421명)’까지 상위권을 차지한 버튜버들은 하나같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닮았습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튜버는 귀여운 만화·게임 캐릭터를 닮았다는 점 덕분에 성장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애니메이션 문화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은 버튜버에게 반감을 갖기 쉽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버튜버들이 겉모습 말고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줘야 관련 산업이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버튜버들은 ‘그들만의 문화’에서 ‘대세 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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