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pedia
우리나라 퀀덤에너지연구소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 발표
세계 과학계 검증 절차 돌입해
논문 입증될 경우 혁명적 진보
에너지 손실 ‘제로’ 효율 극대화
아직 학계 의견은 분분한 상황
과학계 의미 있는 연구로 남나

우리나라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를 두고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사진=로체스터대학 제공]
우리나라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를 두고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사진=로체스터대학 제공]

금속 또는 합금이 특정 온도에선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한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이 바로 초전도체다. 

물질에 전류가 흐르기 위해선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질을 띠는 ‘전하’의 집결체인 ‘전자’가  이동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자가 이동할 땐 다른 불순물과 충돌하거나 전자끼리 부딪쳐 저항이 생긴다.

하지만 초전도체에선 이런 충돌이 없기 때문에 전기저항이 일어나지 않는다. 저항이 없으면 저항 때문에 생기는 전력에너지의 손실도 사라진다.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다. 도선에 전류를 흘리면 그 주변엔 ‘자기磁氣’라고 부르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 에너지가 작용하는 공간이 자기장이다. 초전도체 외부에 자기장이 있으면, 그 주변엔 크기는 같지만 방향이 반대인 또다른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외부 자기장은 ‘반대 자기장에 가로막혀 초전도체 내부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 바깥으로 흐른다.

동시에 자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밀쳐내면서 초전도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발생하고, 초전도체는 공중으로 떠오른다. 냇물에 농구공을 던지면, 부력이 생겨 농구공은 물 위에 뜨고 물길은 그 공을 피해 옆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실생활에선 자기부상열차가 마이스너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열차가 공중에 떠서 달릴 수 있으니 마찰도, 소음도, 진동도 없다. 더욱이 얼음 위에 물체를 굴리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조금만 힘을 줘도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한마디로 에너지가 더 적게 든다는 뜻이다. 초전도체가 각광받는 건 이렇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발표한 초전도체 연구 논문이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대 창업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이하 퀀텀에너지)는 상온·상압 지난 8월 2일 상온·상압 조건에서 납과 구리, 인회석을 활용해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상온’ ‘상압’이다. 그간 과학계는 극저온에서만 나타나는 초전도체 현상을 상온에서 구현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익명을 원한 과학계 전문가는 “극저온으로 낮추려면 액체질소ㆍ액체헬륨 등의 냉매(냉각 시 열을 전달하는 물질)를 써야 하는데, 상온에선 이 냉매가 기화하니까 계속해서 냉매를 주입해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 비용이 비싼 데다 액체 헬륨 같은 건 지구상에 많지도 않아서 초전도 기술을 응용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 초전도체를 127도 내외의 조건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아서다. 만약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있다면 우린 어떤 혜택을 입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극저온 자석을 활용하는 병원 MRI의 단가를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자, 그럼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보자. 그다음 과제는 압력이다. 초전도체를 연구 중인 한 학자는 “상온에선 코끼리 열 마리가 연필심 위에 올라가는 수준의 엄청난 압력이 있어야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이정도의 압력을 조성하는 방법이 여의치 않았는데, 만약 상압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만 있다면 엄청난 진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전도 현상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의 폭과 환경이 대폭 확장돼서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은 국내 연구진이 발견한 정체불명의 물질에 쏠리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대학과 연구소에선 퀀텀에너지가 공개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체 현상을 구현한다면, 인류 역사는 엄청난 진보를 이룰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체 현상을 구현한다면, 인류 역사는 엄청난 진보를 이룰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직까지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가 발견한 물질이 초전도체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단 결론을 내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일(현지 시간) “한국 연구팀의 주장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연구는 나오지 않았다”며 “연구자들은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BNL)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퀀텀에너지가 발견한 물질의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과학계 인사는 “학계의 견해도 반반으로 갈린다”면서 “확실하고 객관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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