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생각⓱ 혼인 증여세 공제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직계존속
1억원 상당 재산 증여할 시 비과세
스스로 결혼자금 마련한 이들이나
부모 지원 없었던 경우 혜택 없어
결혼 당사자 소득세 과세표준 공제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영 과세 필요

정부가 7월말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재산을 받았을 경우 이를 비과세해주는 제도가 포함됐다. 자금이 부족해 결혼을 미루는 현 세대의 어려움을 반영한 법 개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게 있다. 스스로 결혼자금을 마련했거나, 부모가 결혼자금을 주지 못한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게 공평과세일까.

세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세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총 4년)에 걸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1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를 도입하겠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다. 우리 사회의 결혼을 둘러싼 제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참고: 2023년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의 비과세 기준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기사에선 신설되는 1억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결혼 축의금’에 세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 판례를 살펴보자. “…결혼 축의금이란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확립돼 온 사회적 관행으로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손님들이 조건 없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이다.

따라서 신랑과 신부의 친분이 있는 자가 건네준 축의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액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되며 이 돈으로 아파트를 취득했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서울행정법원 1999. 10. 1. 선고 99구928 판결 : 확정).” 이 때문에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고 축의금 명부 중 부모님의 것을 당사자의 것으로 바꿔 적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혼인하는 젊은층이 전셋집조차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게 뼈아픈 현실이다. 부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녀에게 현금 등을 증여하기도 한다. 세무 행정에서도 소득원이 없는 자가 결혼을 전후해 주택을 본인 명의로 사는 것을 제외한 다른 혼인 비용에 대해선 증여세 세무조사를 심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 많은 부모를 둔 자식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는 논란만 일으킬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돈 많은 부모를 둔 자식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는 논란만 일으킬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아무튼 세법 조문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이번 세법 개정안에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를 포함했다고 본다. 이를 통해 혼인 건수가 증가하고 자녀 출산도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결혼 당사자가 직접 결혼자금을 마련한 경우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낳아 고등학교 교육까지 해주면 끝이고, 그다음은 당사자의 몫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장학금을 받아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녔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결혼 비용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주지도 않지만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명품 가방이나 고급 옷을 상대방 부모에게 건네주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결혼은 부모로부터 떠나(leaving)는 둘이 연합(cleaving)하는 것이고, 이는 부모로부터 심리적ㆍ지리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독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결혼은 혼인 당사자들의 재정 책임 아래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도입하려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가 결혼의 본질적인 의미와 맞닿아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자력으로 결혼 비용을 마련한 이들에게 세법상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차별과세이고 공평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결혼한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이게 건강한 사회이고 이를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세법과 세무행정이 추구할 사회 계도적 역할이다.

또한 부모가 가난해서 결혼하는 자식에게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에 도입한 1억원도 적다고 하겠지만, 대다수 부모는 형편이 여의찮아 1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손에 쥐여주고도 미안해할 거다.

따라서 혼인 증여재산 공제 1억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몇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 첫째, 부모로부터 혼인자금을 지원받지 않았거나 1억원에 못 미치는 지원을 받았으면 해당 1억원에 상당하는 금액(또는 1억원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은 결혼 당사자의 소득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줘야 한다. 증여세는 소득세의 보완 세제라는 점에 비춰봐도 더욱 그렇다.[※참고: 증여받는 것도 소득의 일종이므로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세로 과세한다.] 

둘째,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적용하는 공제 한도 5000만원은 2014년도에 세법에서 정했다. 하지만 그간의 물가상승률, 주택가격 상승률, 전셋값 상승률 등을 생각하면 비상식적인 금액이다. 이에 따라 정액으로 묶어놓은 비과세 금액이나 공제 금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추산하도록 해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면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수고도 줄어들 것이다. 사족이지만 한마디 더 하면, 진즉 증여세 공제한도액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했다면 이번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반감했을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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