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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경제학 2편
美 코콤·바세나르협정-칩4 동맹
韓‧日, 무기·전략물자 통제로 성장
한·일·대만 국방비 사상 최대 증가

# 미국이 한·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 대만과의 무역 이니셔티브로 칩4 동맹을 완성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은 신냉전 체제의 최전방이 됐다. 신냉전 경제는 군비 확장과 전략물자 통제가 핵심이다. 

#. 우리는 신냉전시대 1편 ‘칩4 vs 중·러 … 신냉전과 중국의 섣부른 낙관론’에서 냉전의 시작과 끝, 중국의 오판을 알아봤다. 2편에서는 신냉전 경제 체제에서 한국의 득실을 따져봤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는 천궁-Ⅱ 발사대. [사진=뉴시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는 천궁-Ⅱ 발사대. [사진=뉴시스]

미국은 지난해 3월 ‘칩4 동맹’을 제안했다. 미국‧일본‧한국‧대만이 전략물자인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자는 제안이었다. ‘칩4 동맹’의 목적은 중국과의 대치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신냉전 체제 돌입에 앞서 반도체, 주요 광물 등 전략물자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이 2022년 9월 발표한 32쪽짜리 ‘미국 반도체 생태계 부활’ 보고서는 다시 전략물자의 시대, 이를테면 신냉전 체제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전략물자인 동시에 아직 중국의 기술이 뒤처져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냉전 체제에서 무기와 전략물자를 통제하는 건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이다. 미국은 1949년부터 16개 나라와 대對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코콤‧COCOM‧Coordinating Committee on Multilateral Export Controls)를 만들고 전략물자‧기술 등을 소련, 중화인민공화국 및 바르샤바조약 국가들에 수출하는 것을 통제했다. 미국은 1994년 3월 코콤을 해산했지만, 1996년 9월 33개 나라와 바세나르 협정을 체결해 전략물자를 통제했다.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 정책의 근간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중국에 한시적으로 좀 더 자유를 부여했을 뿐이다. 한국과 일본이 1980년대 이후 반도체‧기계‧원자력 관련 물자 등 전략물자를 미국 통제 하에 수출하면서 부를 키워온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두 나라가 이렇게 축적한 부로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드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과거 냉전시대의 성장 전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 냉전이 경제에 도움이 될까. 일부 국가엔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냉전이 경제 전체엔 긍정적일 리 없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1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7%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하면 손실 규모는 최대 1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냉전 체제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의 보호무역 수준을 뛰어넘는 ‘통제된 무역’이 시행될 예정이다. 신냉전 경제의 핵심은 1차 냉전에서처럼 군비 확장, 무기 수출, 통제된 전략물자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 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인디펜던트 인스티튜트’는 1994년 냉전이 종식된 직후 펴낸 ‘냉전 경제학’이란 보고서에서 냉전 기간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건 군비 확장이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949년대 후반부터 10년 동안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3배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에도 미국의 군비 지출은 줄지 않았다. 1978~1987년 미국 군비 지출은 77.4% 증가했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냉전 기간인 1947~1989년 지출한 군비는 총 7조519억 달러였다. 이 기간 미국의 실질 GNP는 연평균 3.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군비는 연평균 1.9% 늘어났다. 

신냉전을 상징하는 것은 반도체지만, 신냉전의 의미를 곱씹게 해주는 건 무기 거래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세계 무기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 최근 5년간 74% 증가했고,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2년간 무려 5배 성장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원(SIPRI) 발표에 따르면 세계 무기 거래 규모는 2018~2022년 5년 동안 2013~2017년에 비해 5.1% 감소했지만, 한국 무기 수출은 2018~2022년에 이전 4년보다 무려 74% 증가했다. SIPRI는 올 3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무기 수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미국‧프랑스를 제외하면 이 기간 세계 주요 무기 생산국들의 수출이 독일 -35%, 영국 -35% 등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평균 30억 달러대에 불과했던 한국 방산 수출 규모는 2021년 72억50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고, 2022년에는 무려 173억 달러로 또다시 두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일본‧대만의 국방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는 것도 전형적인 냉전 체제 성장이다. 한국의 국방비는 2017년 이후로만 36.9% 증가했는데, 국방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이다. 

일본은 지난해 말 향후 5년 동안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1%에서 2%로 두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간 5조엔 수준인 국방비를 매년 14% 이상 증액시켜 5년 후 11조엔대로 늘리면 추가로 편성되는 국방비가 총 400조원 이상이다.

이는 중국이 2007년 45억 달러였던 국방비를 5년 후 106억 달러로 증가시킨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만도 내년 국방비를 사상 최대인 GDP의 2.5% 수준인 6000억 대만달러까지 증가시켰다. 

일본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와 유사한 깃발을 달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와 유사한 깃발을 달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칩4 동맹이 지난 주말에 완성되면서 무기를 제외한 반도체‧공작기계 등 전략물자 수출은 중국 수요 실종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16.5%를 차지했다.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량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

원자력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교체를 결정하고, 여당이 ‘고준위방폐물법’ 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전략물자를 향후 중국 수요를 대체할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미국이 제안하고, 일본이 받아들인 ‘핵심 전략물자의 조기경보체제(EWS)’에서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상 한국이 유럽과의 연결고리가 없는 것은 불안한 요소다. 일본은 최근 유럽연합(EU)과 반도체 및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양자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핵심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조기경보체제다. 일본은 EU와 반도체 연구개발, 첨단 반도체 개발, 인력 교류에서도 협력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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