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급등주 시대에 필요한 투자법
시원찮은 장기투자 수익률
침체 가능성에도 뜨거운 증시
2차전지,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
테마주 급등세에 올라탄 개미
급등락 거듭하는 테마주
섣부른 투자 손실 키울 수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필요해

최근 2차전지·초전도체 관련주로 돈이 쏠리면서 급등주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 장기투자법칙을 버리고 급변하는 시장에 올라타야 하는 걸까. 더스쿠프가 급등주가 판을 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필요한 투자법을 취재했다.

급등주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사진=뉴시스]  
급등주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사진=뉴시스]  

수출은 불안하고, 침체의 늪은 깊다. 그런데도 하루 평균 20조원이 넘는 돈이 오고가는 주식시장은 식을 줄 모른다. 2차전지를 선봉으로 내세운 테마주들이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조3172억원이었던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 7월 27조214억원을 기록하며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9572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6444만6350개를 기록했다. 지난 7일로 기준을 바꾸면 계좌수가 6680만7899개로 늘어난다. 불과 일주일 만에 236만개 더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은 아무나 투자에 나설 수는 있지만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살벌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이 투자의 대가들이 남긴 투자원칙을 따르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주식투자의 제1원칙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다. 바로 장기투자다. 

이런 유형의 투자를 역설한 투자의 대가는 숱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가장 좋아하는 주식 보유 시간은 영원히다”고 말했다. ‘주식의 신’으로 불린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을 산 후 수면제를 먹고 10년 뒤에 깨어나면 부자가 돼 있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기투자법칙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급등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읽고, 돈이 몰리는 곳에 투자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장기투자의 성과를 살펴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8월 8일, 당시 국내 증시에서 초우량주로 꼽혔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투자했다면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당시 시총 순위 10개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현대모비스·기아·삼성생명·신한금융지주·LG화학·한국전력·SK하이닉스였다.[※참고: 포스코는 2022년 지주사 전환을 통해 포스코홀딩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비상장)를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이 종목들은 우량주에 이름을 올렸지만 10년 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10개 종목 중 절반은 10년 전보다 주가(수정주가 기준)가 올랐고, 나머지 절반은 떨어졌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2013년 8월 8일 2만62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8일 11만8600원을 기록하며 35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177.7%), LG화학(113.9%), 포스코홀딩스(84.8%), 기아(28.8%) 등의 순이었다. 

반면 삼성생명(-32.5%)을 포함해 한국전력(-33.13%), 현대모비스(-13.17%), 신한금융지주(-12.0%), 현대차(-16.27%)는 주가가 10년 전보다 하락했다.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65.1%였다. 종목당 100만원씩 1000만원을 장기투자했다면 651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거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지만 10년 후 부자가 될 것이라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격언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 반대의 경우는 어땠을까. 2021년 국내증시를 휩쓴 테마는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였다. 당시 NFT 플랫폼을 공개한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의 주가는 그야말로 폭등했다. 

2021년 초 2895원이던 위메이드맥스의 주가는 연말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 등락률은 1502.7%에 이른다. 이 회사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8월초 주가인 5790원과 비교해도 701.3% 오른 셈이다. 100만원만 투자했어도 앞서 언급했던 장기투자 수익(651만원)을 웃도는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거다. 

내 주식시장의 장기투자 수익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이런 종목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2차전지 관련주의 시작을 알린 하이드로리튬이다. 지난해 초 143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2만2900원으로 1501.4% 상승했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15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올해는 단연 2차전지 관련주의 독주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올해 10만3000원에서 지난 8일 107만7000원으로 94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양은 485.3%(2만3900원→13만9900원) 올랐다. 포스코DX는 422.4%(6250원→3만2650원), 알에프세미 378.5%(2310원→1만1050원) 등 3배 이상 급등한 종목이 숱하다. 단순히 비교하면 장기투자보다 급등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법하다.
 
하지만 단기투자는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급등했던 종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통상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8월 5790원이었던 위메이드맥스의 주가가 5만8000원(12월 2일)까지 오르는 덴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주가가 1만원대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도 4개월 정도였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8개월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단기투자의 위험성은 최근 나타난 2차전지 폭락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7월 26~27일 상승세를 달리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갑작스러운 폭락 사태를 맞았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데이트레이딩 세력의 매도세가 주가를 흔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7월 31일(현지시간) ‘1000% 랠리의 급반전, 한국 데이트레이더의 위험성 보여줘(Sudden Reversal of 1000% Rally Shows Day-Trader Danger in Korea)’라는 기사를 통해 “2차전지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데이트레이더의 영향력이 양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2차전지 관련주의 숨막히는 랠리와 급반전은 한국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데이트레이더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지금의 국내 증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아닌 모멘텀과 유동성이 좌우하고 있다”며 “실적보다는 특정 호재로 돈이 몰리는 곳만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지러운 국내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자엔 정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무조건 장기투자가 낫다거나 단기투자가 유효하다고 얘기하긴 힘들다. 지금처럼 시장이 급변하고 변동성이 높은 시기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하는 것이 맞다. 물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단기투자로만 대응하면 수익은 적고,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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