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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신냉전 본격화
세계 경제 다극화 움직임에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 추세
中, 신흥국 중심 브릭스 확대
다극화 따른 손실 배제 못 해
무분별한 고립주의 주의해야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주목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주목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신냉전 경제학 1편인 ‘칩4 vs 중·러 … 신냉전과 중국의 섣부른 낙관론’, 2편인 ‘중국, 반도체, 그리고 전략물자 … 신냉전과 한국’에서 신냉전 경제는 군비 확장과 전략물자 통제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3편에서는 신냉전 기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 

■ 신냉전과 다극화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한 신냉전 구도 이전에도 세계 경제는 다극화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고, 2020년 1월 실제로 탈퇴했다. 

초기 다극화의 초점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 기업을 불러들여 실업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 마크 레빈슨은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에서 “미국과 중국은 공장에서 일하려는 잉여 실업 노동자가 없었기 때문에 자국 내 공급망에 더 많은 접점을 두려 했다”면서 “하지만 이 새로운 계획은 자국 제조업을 자극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018~2020년 미·중 무역갈등 기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평균 19.3%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평균 21.2%의 관세를 부과했다. 두 나라는 무역합의로 관세 폭탄은 해결했지만, 양국의 갈등 구조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과 디리스킹(de-risking) 논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이 내세운 올해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다. 다보스포럼은 올해 경제전망에서 “세계화로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 규모가 3배 증가했지만, 세계 경제는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WEF가 경제전망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전체의 63%였는데, 지정학적 위기로 세계 경제의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들은 100%였다. 

신냉전 체제로 인한 세계 경제의 손실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만약 세계가 두개의 무역 블록으로 분리(디커플)된다면, 세계 GDP의 5% 이상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 브릭스의 확장 =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ㆍ미ㆍ일 정상회의가 열린 후 중국은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ㆍ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를 11개국으로 확장했다.

브릭스는 지난 8월 24일 제15차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ㆍ아랍에미리트(UAE)ㆍ아르헨티나ㆍ이집트ㆍ에티오피아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브릭스가 새 회원국을 받는 건 13년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구권과 지정학적ㆍ경제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경제 블록을 강화하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신냉전 구도에서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핵심이고, 결국 친구(friend)를 많이 두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브릭스의 확장은 그간 자국 상황에 발목이 잡혀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신냉전이란 무대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브릭스의 세계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오늘 시작한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 조직과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동반자들과 함께 실질적인 협력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도를 다독이는 것도 푸틴의 몫이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지난 8월 28일 화상회의를 갖고 브릭스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 모건스탠리의 조언 = 안보 문제와 달리 신냉전 체제로 경제 블록이 두개로 나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세계 경제 다극화를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다극화 체제로 재조정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안보적으로는 양극, 경제적으로는 다극 체제인 현재 상황에선 동맹국들과 공급망을 우선적으로 공유하는 프렌드쇼어링, 이웃국가에서 광물·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도 첨단 반도체 산업을 국산화하고,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냉전 체제에서는 제조업 장비 및 소프트웨어의 공급량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1360억 달러 규모인 글로벌 산업 자동화 시장이 2030년까지 21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렌드쇼어링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산업 신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예측했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만 18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집행되고, 미국 정부 보조금도 5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지역적으로는 멕시코와 인도를 프렌드쇼어링의 승자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2031년까지 제조업 인프라를 3배 이상 확충해 일본과 독일을 넘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향후 5년 동안 매년 GDP 성장률이 2.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일본·베트남·태국도 양극 체제의 수혜국으로 꼽았다.

신냉전 경제 체제의 중심은 ‘다극화’에 있다.[사진=뉴시스]
신냉전 경제 체제의 중심은 ‘다극화’에 있다.[사진=뉴시스]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30일 ‘다극화로의 이동은 나쁜 일이 돼선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구권이 중국을 조심스럽게 디리스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다극화가 이미 5년 이상 진행됐고, 정책입안자들이 경제적 효율성보다 안보를 우선하고 있다”며 “만약 각국이 서로의 경제 의존성을 무기화하고, 보호무역을 부추겨 방어적 조치를 취하면, 모두에게 해를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무분별한 리쇼어링이나 경제적 고립주의를 경계하면 다극화 경제 체제에서도 균형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꼽은 게 ‘국제적인 소통과 타협’이라는 면에서 현실성이 크게 떨어져 보인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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