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메시 경제학➋ 뉴 매니지먼트
애플-아디다스-파나틱스 손잡고
메시 가치 현금화하는 방안 제시
비즈니스 공동체 통한 성공 전략
톡톡히 누리고 있는 메시 효과

슈퍼스타급 축구 선수들의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붓고 있는 사우디리그가 ‘최대어’ 리오넬 메시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 빼앗겼다. 전통적 경영이론에선 최고 선수는 최고 연봉을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메시는 뜻밖에도 MLS를 택했다. 왜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전통적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깨뜨리는 새로운 매니지먼트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視리즈 메시 경제학, 두번째 편이다.

메시의 이적은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결과물이다.[사진=아디다스 제공]
메시의 이적은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결과물이다.[사진=아디다스 제공]

매년 여름이면 전세계 축구 시장은 선수들의 이적 사가(sagaㆍ일련의 사건에 관한 보도)로 들썩인다. 올 여름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알 힐랄), 해리 케인(토트넘 훗스퍼→바이에른 뮌헨) 등 각 클럽의 에이스로 꼽히는 스타 선수들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축구팬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소식은 스포츠계 GOAT(The Greatest Of All Timeㆍ올타임 레전드)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미국행이었다. 그가 커리어 내내 유럽 최고 명문팀(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수차례 정복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축구 산업 측면에서 미국은 유럽에 비해 리그 규모가 훨씬 작은 변방이나 다름없어서다. 


더욱이 메시는 사우디리그에서 거액의 연봉을 제시받은 상태였다. 지난 5월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프로페셔널리그의 축구팀 알 힐랄은 메시에게 역대 최고 연봉(4억4000만 달러ㆍ약 5843억원)을 내걸고 이적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호베르투 피르미누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이미 유럽 무대를 떠나 사우디리그에 진출한 터라 메시 역시 사우디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 7월 메시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와 2025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메시의 정확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호르헤 마스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는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시의 연봉은 5000만~6000만 달러(약 636억~763억원) 사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 알 힐랄이 제시한 금액의 7분의 1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메시는 유럽리그와 비교해 명성은 뒤처지고 사우디리그에 비해선 금전적 지원은 낮은 곳으로 향한 셈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글로벌 싱크탱크 아웃싱크(Outthink)의 CEO 카이한 크리펜도프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과도할 만큼의 자금을 지원하는 사우디리그 대신 상대적으로 ‘가난한’ 인터 마이매이에 합류한 메시의 선택은 축구 경기장을 뛰어넘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달리 해석하면 메시의 미국행이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과 상관이 있다는 거다. 크리펜도프의 말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자. 

■ 왕 vs 연합 = 크리펜도프는 “비즈니스에서 권력(power)의 주체는 ‘왕’ 혹은 ‘연합’의 두가지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둘 중 더 전통적이고 익숙한 건 ‘왕’이 주도하는 비즈니스다. 여기선 지배력이 공고한 사업자 또는 자원을 독점한 시장참여자가 이익의 총량을 손에 거머쥐곤 파트너의 몫을 할당한다. 

‘연합’이 중심인 비즈니스는 이와 반대다. 여러 명의 시장참여자가 협의를 거쳐 자원의 분배를 결정한다. 특정 사업자가 더 많은 결정권을 갖는 제왕적 비즈니스와 비교하면, ‘공동체적’ 비즈니스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권을 나눠 갖는 형태다. 

크리펜도프는 “인터 마이애미가 제왕적 비즈니스란 관습적 틀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한다. “인터 마이애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금전적) 제안에 필적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곤 독자적 경쟁을 하기보다 연합체를 동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터 마이애미는 비즈니스 경쟁의 새로운 원칙을 대표하는 ‘비정통적’인 제안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인터 마이애미는 어떤 파트너와 연합을 형성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 메시를 설득했을까.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 메시 잡기➊ 기회의 가치 = 인터 마이애미는 흥미롭게도 세곳의 글로벌 거대 기업과 손을 잡았다. IT빅테크 애플, 스포츠의류 기업 아디다스, 세계 최대 라이선스 스포츠 상품 공급사 파나틱스다.

애플은 메시의 미국 진출을 기회로 삼기 위해 MLS의 전세계 독점 중계권 계약을 2033년까지 체결했다. 아디다스는 메시의 메인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고, 파나틱스는 MLS 굿즈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인터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뭉친 이들 비즈니스 공동체는 메시의 MLS 입성으로 자신들이 누릴 ‘메시 효과’를 다시 메시에게 환원하기로 하고, 협상을 타결했다.

애플은 애플TV의 구독 상품인 MLS 시즌 패스권의 수익 일부를 메시에게 지불한다. 아디다스와 파나틱스는 각각 MLS 장비 판매 수익, 인터 마이애미 셔츠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메시 몫으로 할당한다. 아울러 MLS는 메시에게 구단(인터 마이애미)의 소유권 지분 일부를 양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크리펜도프는 “파트너십을 통해 역량과 대응력을 확장한 사례”라며 “인터 마이애미, 애플, 아디다스, 파나틱스 조합은 메시에게 단순한 급여 이상의 ‘명성을 현금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를 리그스컵 우승으로 이끌며 MLS 흥행의 불씨를 댕겼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를 리그스컵 우승으로 이끌며 MLS 흥행의 불씨를 댕겼다.[사진=인터 마이애미 제공]

여기엔 독특한 함의가 있다. 지금껏 전통적인 비즈니스 경쟁에서 ‘더 큰 것’은 절대선에 가까웠다. 이를 메시 이적에 대입하면, 이론적으론 ‘최고 선수’를 유인하려면 ‘최고 연봉’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인터 마이애미 연합’은 통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크리펜도프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재정적 필요가 충족된 후에는 목적이나 자유 같은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재정에 집중한) 사우디의 제안은 구식이었다”고 꼬집었다. 

■ 메시 잡기➋ 조직의 가치 = 인터 마이애미 연합과 사우디의 이같은 차이는 메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선수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느냐, 아니면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보느냐에서 간극이 벌어졌다는 거다.

최종필 대구대(자유전공학부 스포츠마케팅) 교수는 “스포츠 구단의 수익은 선수 그 자체가 아닌 선수 뒤편의 스폰서와 결부된다”면서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선수의 역할은 그저 경기를 잘 뛰기만 하면 되는 것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역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메시의 역할을 단지 ‘훌륭한 축구를 하는 것’에만 한정했다.

반면 인터 마이애미 연합은 메시를 전통적인 선수 그 이상의 존재로 인식했다. 이들에게 메시는 미국 축구 산업의 성장과 부흥을 함께 이뤄나갈 ‘기업가’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그 바깥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구성원을 끌어모으고 응집시킬 수 있는 잠재적 ‘리더’이기도 하다. 

인재등용(HR) 전문가로 손꼽히는 모신 그디드 아메리칸 푸드그룹 인사 담당 부사장은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이적은 비즈니스 리더십과 문화의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색다른 해석을 꺼냈다.

“축구 클럽이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하는 것은 회사가 리더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것과 같다. 조직에 색다른 문화를 조성하고,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인재를 불러 모을 수 있어서다.” 

인터 마이애미와 메시를 축으로 한 ‘뉴딜(New deal)’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메시는 지난 20일(한국시간)까지 7경기 10골을 몰아치며 꼴찌팀 인터 마이애미를 리그스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MLS 흥행에도 불이 붙어 메시가 출전하는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 티켓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례로 인터 마이애미의 리그스컵 4강전 경기 티켓은 8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는데,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풀린 해당 경기 티켓의 최저가는 422달러(약 56만원)에 달했다. 모바일 티켓 플랫폼 시트긱(SeatGe ek)에 따르면, 현재 인터 마이애미의 홈경기 티켓 리셀가는 282달러(약 38만원)로, 메시가 이적하기 전 평균 가격(31달러ㆍ약 4만원)의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메시 이적 이후 애플TV의 MLS 시즌 패스권을 구독하는 이들이 늘어났다.[사진=애플 제공]
메시 이적 이후 애플TV의 MLS 시즌 패스권을 구독하는 이들이 늘어났다.[사진=애플 제공]

인터 마이애미 연합의 애플, 아디다스, 파나틱스도 ‘메시 효과’의 과실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례로 애플 TV의 MLS 시즌 패스권 구독자는 7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었다. 팀 쿡 애플 CEO는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행이 우리에게 도움을 줬다”면서 “애플TV 구독자 수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으며 향후 메시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와 파나틱스는 ‘역대급’ 상품 판매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파나틱스에 따르면 메시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6월 4일 이후 인터 마이애미의 굿즈 판매량은 하루 만에 50배 증가했다.

메시의 첫 경기(7월 22일)가 열리기 전인 7월 17~20일 굿즈 판매량은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1위였다. 파나틱스 관계자는 “MLS 팀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시의 유니폼 판매를 개시한 직후 24시간 동안 판매량은 르브론 제임스(농구), 톰 브래디(NFL),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축구) 등이 세운 종전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 연합이 불러온 파급력에 크리펜도프는 “파트너와 상호 연결을 통해 구축한 강력한 네트워크는 조직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공동체적 비즈니스 모델에선 모든 파트너가 생태계의 성공과 이익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 일선에 있는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다. “시선을 돌려 조직 외부로 파트너십을 확장하면 새로운 잠재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비즈니스 연합은 조직이 경쟁에서 승리하고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교훈을 놓치면 우리는 자칫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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