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위믹스 살리기 나선 위메이드
CEO가 직접 코인 구매하기도
P2E 게임 흥행 지속이 관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사 암호화폐 ‘위믹스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대표가 나서 사들일 정도로 마케팅에 열심이다. 문제는 위믹스가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위믹스에 쌓인 불신을 털어냄과 동시에 미르4를 잇는 흥행작을 계속해서 선보여야 하는데, 상황이 그리 만만하진 않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메이드가 위믹스 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믹스를 매입했다. 대표직을 내려놓기 전까진 절대 시장에 팔지 않겠다.” 지난 8월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8월 급여를 전부 털어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WEMIX)’ 6만9104.89개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매입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발표 당시 위믹스 시세(779.84원·8월 28일 코인마켓캡 기준)를 대입하면 총 5389만원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장 대표가 위믹스를 매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19회에 걸쳐 12억755만원으로 위믹스 86만8965개를 샀다. 위믹스 총 발행량(9억7220만7227개) 중 0.08%에 달하는 규모다.

그의 행보를 두고 위메이드 관계자는 “장 대표가 그만큼 위믹스에 큰 기대와 신뢰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지만, 위믹스가 ‘믿을 만한 암호화폐’란 걸 의도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 위믹스가 어떤 암호화폐이기에 대표까지 사비를 털어 마케팅에 나선 걸까. 위믹스의 주무대는 이른바 ‘돈 버는 게임’으로 알려진 P2E(Play to earn) 게임이다. 여기서 위믹스는 일종의 화폐처럼 쓰인다.

위메이드의 P2E 게임인 ‘미르4 글로벌’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게임에서 유저는 게임을 하면서 보상으로 얻는 아이템 ‘흑철’을 ‘드레이코’라는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다. 드레이코를 다시 교환을 통해 위믹스로 바꾸고, 위믹스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면 게임 이용자는 돈을 벌 수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최근 월급을 전부 위믹스를 사는 데 썼다고 밝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최근 월급을 전부 위믹스를 사는 데 썼다고 밝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렇듯 위믹스는 P2E 게임에서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이용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게임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다. 위믹스의 쓰임새가 한 게임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도 P2E 게임의 또다른 특징이다. 미르4 글로벌에서 벌어들인 위믹스를 다른 P2E 게임에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겨냥해 위메이드는 “향후 위믹스가 통용되는 게임 100개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위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다.

이런 매력 덕분인지 2021년 8월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론칭한 미르4 글로벌은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40만명, 누적 매출 1억4000만 달러(1850억원·1월 기준) 돌파 등 대기록을 세웠다.[※참고: 국내에선 미르4 글로벌을 즐길 수 없다. P2E 게임이 ‘게임 이용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막혀 있어서다.]


위메이드 실적에도 훈풍이 불었다. 매출은 1267억원(2020년)에서 3350억원(2021년)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125억원이었던 영업적자도 97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연초 1만1919원이었던 주가는 연말에 17만7900원을 기록해 연초 대비 15배나 뛰었다. 위메이드에 위믹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위믹스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다. 발행 초였던 2021년 말 2만원선에서 거래되던 위믹스 가격은 현재 741.31원(9월 5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위믹스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잇달아 터진 탓이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8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는 원래 계획한 유통량보다 실제 유통량이 훨씬 많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폐지했다.

이 때문에 1만원이 넘던 위믹스 가격은 상장폐지 당시 209원(업비트)까지 곤두박질쳤다. 2개월 뒤 닥사 중 하나인 코인원에 재상장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은 탓인지 예전 가격대를 회복하는 덴 실패했다.

[사진=위메이드 제공]
[사진=위메이드 제공]

올해엔 때아닌 ‘로비 의혹’ 불똥이 튀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5월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어치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위메이드가 김남국 의원실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게 국회사무처의 기록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소문에 민감한 암호화폐(위믹스)의 가격이 추락하는 걸 막진 못했다.

이제 관건은 위믹스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느냐다. 현재 타 코인과 차별화되는 위믹스의 쓰임새는 ‘P2E 게임 화폐’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믹스를 예치할 수 있는 서비스 ‘위믹스 스테이킹’ 외엔 P2E 게임이 아닌 사용처를 꼽기가 어렵다. 현재로선 P2E 게임이 위믹스의 유일한 성장동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의 P2E 게임 인기는 위믹스의 가치를 가늠하는 절대적 변수임에 분명하다. 위믹스 플레이에서 서비스 중인 P2E 게임은 총 30개다. 그중에서 미르4를 제외하면 동시 접속자 수가 많지 않다. 지난 1월 출시한 ‘미르M’만 동시 접속자 수가 1만명(1만6959·이하 8월 30일 기준)을 넘었고, 나머지는 수백~수천명에 불과하다. 동시 접속자 수가 0명인 게임도 2개 있다.

문제는 미르4 글로벌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론칭 초기 100만명을 가뿐히 넘던 동시 접속자 수는 현재 25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25만명이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그럼에도 위메이드 관계자는 “인기몰이에 이미 성공한 게임은 많다”면서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메이드에 미르4 글로벌의 뒤를 이을 흥행작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출시한 신작 ‘나이트 크로우’가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한 건 긍정적인 뉴스다. 그 덕분에 지난 2분기 위메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한 1593억원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기세를 몰아 위메이드는 올해 말 출시할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에 P2E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나이트 크로우가 미르4 글로벌의 뒤를 이어 위믹스 생태계를 지탱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름 급한 불은 끈 셈인데, 해외에서 나이트 크로우가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사진=더스쿠프 포토]

약점은 또 있다. 눈에 띄는 신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4월 위믹스 플레이에 100개의 P2E 게임을 등록(온보딩)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위메이드 게임뿐만 아니라 ‘뮤’ 시리즈로 유명한 밸로프를 비롯한 국내외 게임사들의 출시 예정작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작품은 많지 않다. 밸로프의 ‘뮤 레전드’가 그나마 기대작으로 꼽힌다. 김정태 동양대(게임학) 교수는 “장기 흥행 가능성이 높은 AAA급 게임을 만드는 데 보통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중견 게임사인 위메이드는 물론, 위믹스에 등록된 중소 게임사들이 매번 이런 수준의 게임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위메이드는 추락한 위믹스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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