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공유오피스 열풍 일으킨 위워크
증시 퇴출 조짐에 파산설까지
韓 공유오피스 시장엔 영향 없을까
침체에 빠진 美 오피스 시장과 달리
국내 오피스는 공실률 제로 수준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들실적 개선
불황 버틸 체력 없다는 건 한계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혁신 유니콘’으로 추앙받던 그들이 지금은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이 때문인지 “국내 공유오피스 산업에도 먹구름이 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덤덤하다. 미국 오피스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한국은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다만, 한국 공유오피스 기업도 위워크와 똑같은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사진=뉴시스]

“회원 수가 감소하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심이 있다. 유동성과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부채 재구조화, 사업 축소, 미국 파산법에 따른 조치 등 모든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 회사의 실적은 파산을 입에 올리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빴다. 2분기 순손실은 3억4900만 달러(약 4620억원), 주당 순손실은 21센트였다. 시장은 주당 순손실 12센트를 예상했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2분기 매출(8억4400만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나긴 했지만, 이 역시 월가 전망치(8억5000만 달러)를 밑돈 수치였다. 

8월 25일엔 블랙록, 브리게이트 캐피털, 킹스트리트 캐피털 등 위워크의 주요 채권자들이 위워크의 미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채권자들이 논의한 대책 중엔 파산보호 신청도 포함됐다.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명시된 파산보호는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위워크는 조만간 뉴욕증시에서도 쫓겨난다. 위워크는 최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매분기 수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주가가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 3월 10일부턴 주가가 1달러를 밑돌면서 ‘동전주’로 전락했다.

8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위워크의 주당 주가는 12센트(약 150원)였다. 상장 첫날이던 2021년 10월 21일 종가 11.78달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위워크가 한때 혁신 스타트업의 대명사로 손꼽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2010년 창업한 위워크는 전세계적으로 공유오피스 붐을 일으켰던 신화적인 스타트업이었다. 2018년엔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60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위워크 신화’는 이 회사가 2019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몰락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실적을 낱낱이 공개했는데, 천문학적인 부채와 적자 규모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도 창업자 애덤 뉴먼이 방만 경영과 각종 비행을 일삼으면서 구설수에 오른 것도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했지만, 경영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위워크는 지난해에도 23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순손실을 기록했다. 

만약 위워크가 파산하면 전 세계 공유오피스 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점쳐진다. 위워크는 올 6월 기준 39개국에서 77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 공유오피스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위워크는 2016년 8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광화문, 삼성동, 서울역 등 국내 주요 지역에서 1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위워크가 파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위워크코리아의 경영 전략이나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공유오피스 업계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워크 본사의 문제일 뿐, 한국 시장은 괜찮다”는 거다. 실제로 ‘적자의 늪’에 빠진 본사와 달리 위워크의 한국법인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위워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229억원, 영업이익은 3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2%,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지점 수가 가장 많은 공유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도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42.8% 늘어난 118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85억원에 달했던 적자를 지난해엔 92억원으로 줄였다. 토종 공유오피스 2위 업체로 꼽히는 스파크플러스 역시 설립 6년 만에 첫 연간 흑자 달성을 이뤘다. 지난해 스파크플러스 매출은 633억원, 영업이익은 1억원이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인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인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이는 한국 오피스 시장의 상황이 미국과 다른 데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2020년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했는데 엔데믹(풍토병ㆍendemic)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회사가 많은 탓에 공실이 증가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 JLL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12월 말 13.4%에서 올 6월 말 20.6%로 상승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이중고까지 겪었다. 

반면 서울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활황이다. 한국은 엔데믹과 동시에 기업 대부분이 정상 출근에 나서면서 오피스 수요가 살아났다. 오히려 임대료가 급상승해 수익성이 커진 측면도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A급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은 2.6%에 그쳤다. 임대료는 직전 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했다. 

공유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서울 오피스 빌딩이 부족해지면서 공유오피스를 찾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면서 “위워크의 파산설과 무관하게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성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공유오피스 산업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위워크가 몰락한 건 오피스 시장이 급작스레 침체한 탓도 있지만, 수익 구조가 원래 빈약하기도 했다. 스스로 테크기업이란 점을 부각한 것과 달리, 위워크의 매출 대부분은 부동산 전대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는 오피스 건물을 장기임차하고, 입주기업과는 단기계약을 맺는다. 지출 비용은 일정한 대신 수입이 들쑥날쑥하다. 공실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는다. 이는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수익모델을 발굴하곤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오피스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지금이야 공실률이 낮아 걱정이 없지만,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부동산 경기를 고려하면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불황이 왔을 때 버틸 만큼 국내 기업들의 체력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고, 영업이익 흑자를 냈던 위워크코리아와 스파크플러스는 당기순이익 기준으론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인 전호겸 교수는 “기존에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공유경제의 본질인데, 멤버십 비용이 일반 오피스보다도 비싼 공유오피스 산업은 아직 이런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금리상승기에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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