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대형 항공사 M&A 무산된다면➊
통합항공사 M&A 절차 3년째 진행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 늦어져
통합 가능성 ‘비관론’ 고개 들기 시작
M&A 통과 위해 슬롯 내놔야 하는데
무산되면 대한항공 잃을 것 없단 평가
반면 아시아나는 생존 동력 잃을 수도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두 회사는 2020년 11월 인수ㆍ합병(M&A) 절차에 돌입했는데, 3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는 사이 업계에선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두 항공사가 해외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M&A 심사를 끝내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항공사는 이대로 물거품이 되는 걸까. 더스쿠프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비관론에 깔린 손익계산서를 분석해 봤다. ‘원초적 질문’ 첫번째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3년째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3년째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ㆍFull Service Carrier)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난기류가 형성됐다. 두 회사가 통합하려면 해외 경쟁국가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항공당국이 좀처럼 M&A를 승인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인지 업계에선 양사의 기업결합을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SC에 몸담았던 한 전문가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합병 가능성이 80%는 된다고 봤는데, 상황이 급변해 이젠 확률이 반반 정도인 것 같다”면서 “M&A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ㆍLow-Cost Carrier) 관계자 역시 “어느 시점까지는 M&A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근 들어선 (합병 결렬에 대비해) 책임소재를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귀띔했다.

■ M&A 걸림돌 = 이런 비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EU와 미국의 강도 높은 기업결합 심사절차가 있다. 가령,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1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항공사의 M&A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올 2월 2단계 심사에 돌입하더니 3월과 6월 두번에 걸쳐 심사기간을 연장했다. 통합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한국~유럽을 오가는 일부 노선의 여객ㆍ화물 수송에서 가격 상승, 서비스 품질 하락 등의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EU 집행위는 대한항공에 독과점을 방지할 만한 시정 조치를 세우라고 요구했는데, 이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대한항공이 시정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EU 집행위의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해선 슬롯(Slotㆍ해당 시간에 항공기를 이착륙할 권리)을 내놓는 게 최선이지만, 슬롯은 항공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자산이다. 승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 슬롯을 보유할수록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대항항공이 EU 집행위 측에 여객 수송 부문에서 ‘슬롯 축소’를 최소화한 시정 조치를 내놓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2022년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항공사의 유럽 노선 화물 수송 점유율은 59.6%다(한국항공협회). 외항사(40.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래서인지 대한항공이 M&A의 허가를 얻어낼 승부수로 화물 사업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테면 LCC에 물동량을 양보하거나 새로운 화물전용항공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거란 추측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화물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항공업계에선 “EU에서 지나치게 높은 요구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고민이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온다.

 통합항공사를 두고 유럽연합과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롭게 이뤄지고 있다.[사진=epha 제공]
 통합항공사를 두고 유럽연합과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롭게 이뤄지고 있다.[사진=epha 제공]

익명을 원한 또다른 LCC 관계자는 “해외 항공당국이 독과점 방지를 빌미로 통합항공사에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울 거란 건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대한항공 역시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법리적으로 다각도의 검토를 했을 것이다. 다만, 경쟁당국의 요구 수준이 예상범위를 벗어났다면 대한항공으로선 이를 ‘합병 하지 마라’는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두 항공사의 M&A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의견이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통합 이해득실➊ 유불리 = 이쯤에서 미래를 가정해 보자.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불허하고, 양사의 통합이 무효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한항공은 크게 아쉬울 것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규모만 10조원 이상에 달하는 빚덩어리”라면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었을 때 자금 여력에 부담이 가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만에 하나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에서 부채를 탕감해준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선 적어도 수천억원의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대한항공 입장에선 슬롯에 화물사업권까지 내주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양사 M&A가 결렬되면 유ㆍ무형자산 모두 그대로 지킬 수 있으니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김광일 신라대(항공운항학) 교수 역시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은 대한항공의 자금이 7000억여원에 이른다”면서 “이 자산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데 쓰이지 않고 대한항공의 부채 해소나 건전한 투자에 쓰인다면 회사엔 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두고선 비관론이 우세했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우주교통연구본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단독으로 자생하기에는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M&A가 무산된다면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든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을 하든, 완전히 새로운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LCC 업계 관계자는 “M&A 결렬 후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슬롯ㆍ노선 등의 인프라에 욕심을 내는 기업은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장 ‘부실한 공룡’을 인수해봤자 승산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하든 산은의 지원을 받든 어떤 방식으로든 부채가 사라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게 이익이지 않겠느냐”면서 “몇몇 매수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버티다 지쳐서 규모가 작아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계산을 세웠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때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M&A가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에도 최선이란 시각도 있다. 이  주장에 관해선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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