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대형 항공사 M&A 무산된다면➋
M&A 3년째 돌입 비관론 팽배
통합항공사 최선이라는 주장도
통합 후 새 노선·슬롯 발굴 가능
주요 소비층 20~30대 감소세 감안
시장 안정화 통해 효율성 제고 유인
대한항공 “M&A 위해 최선 다할 것”
두 회사 같은 배 탈까 다른 길 갈까

# 3년간 공을 들였는데 갑자기 ‘제3자’가 등판할 수 있다고 한다. 시장에선 “이쯤되면 판을 접는 게 이득”이란 우려 아닌 우려가 감돌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를 두고 해외 경쟁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제3자 매각설’ ‘M&A 무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로선 M&A 무산이 대한항공엔 좀 더 유리한 결과일지 모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반론이 없지 않다. 통합만이 결국 두 항공사에 실익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통합항공사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원초적 질문 1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ㆍ합병(M&A)을 두고 흐르는 부정적 기류를 살펴봤다. 유럽연합(EU), 미국 항공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자 업계에선 “합병 승인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무게추는 두 항공사의 M&A 불발 가능성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합항공사가 무산될 경우 대한항공은 되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항공사의 핵심 자산인 슬롯(Slotㆍ해당 시간에 항공기를 이착륙할 권리)을 지킬 수 있어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이 결렬될 경우 사실상 자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항공경영학) 교수는 “양사가 통합할 경우 대한항공이 투자 대비 얻는 실익이 적을 거란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근시안적 관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통합항공사가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고 슬롯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M&A 이후 당장이야 슬롯의 반납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보면 얼마든지 만회할 방법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의 기업으로 존재하는 게 산업의 구조적 측면에선 손실을 유발하기도 했다. 양사가 통합하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도 우리나라의 항공운송 산업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안정화할 것이다.”

통합항공사가 탄생하면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이 과거 국내외 항공시장에서 노선을 선점하기 위해 벌여왔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출국 수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데 주목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가용인구가 줄어들면, 항공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층도 감소할 것이란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수준의 ‘수요가 넘치는’ 시장은 앞으로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항공편 공급이 확대하고 경쟁이 심화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유리한 게임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처럼 몸집이 큰 FSC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CC에 비해 사업 운영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00년대 중반 LCC들이 출범하고 국내선 운임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면서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은 수세에 몰렸다.

당시 두 항공사는 LCC의 가격정책에 맞서 인터넷 예약 할인을 시행하는가 하면, 가뜩이나 운항거리가 짧아 적자를 면치 못했던 국내선의 운임을 동결하는 고육책까지 펼쳤다. LCC들의 기민한 운영 전략에 거대항공사조차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 교수는 “과거와 같은 현상이 향후 3~5년 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FSC를 하나로 정리해 트렁크라인(Trunk lineㆍ대도시를 연결하는 간선 노선)과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LCC는 피더라인(Feeder Lineㆍ대도시와 소도시를 연결하는 지선 노선)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형태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구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지만 3년이 흐른 지금까지 종착점에 도착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독과점의 부작용을 우려한 해외 경쟁당국이 두 항공사의 통합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일단 대한항공은 M&A 완료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항공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진 시점에서 국내 항공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한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합병 불허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경쟁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합병을 따내지 못했을 경우다. 대한항공은 플랜B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업계 밑단에서 나도는 이야기는 다르다. 대한항공이 던진 주사위는 과연 어떤 값을 가리킬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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