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미술 경험하는 전시회
백화점, 도서관, 병원 등에서 열려
현대 미술 이끌 차세대 작가부터
책과 지혜를 해석한 작품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 만나볼 수 있어

강애란, 지혜의 타워링.[사진=뉴시스]
강애란, 지혜의 타워링.[사진=뉴시스]

예전에 뉴욕에서 프리즈아트페어의 전시, 크리스티경매장의 현장을 볼 때면 부러움이 밀려오곤 했다. 모마미술관 PS1처럼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이 하나의 도시 안에 공존하는 뉴욕은 필자에게 ‘도가니(melting pot)’라는 새로운 관념을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로 뉴욕엔 세계자본주의와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있다. 그 속에 전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술관이 있고, 다양한 전시공간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한자리에 있기엔 조화롭지 않지만 제법 어울리기도 한다. 뉴욕에 경제력과 다양성을 감당할 수 있는 문화적인 수용력이 없었다면 ‘부조화 속 조화’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른 최근, 한국이 ‘K-컬처’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뉴욕에서 선망의 눈으로 봤던 프리즈아트페어가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2년차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아트페어는 과거 홍콩에서 매년 열렸는데, 중국의 정치·경제이슈 때문에 홍콩에서 철수를 하고 한국으로 행사장을 옮겼다. 

임수식, 책가도.[사진=홍재도서관 제공]
임수식, 책가도.[사진=홍재도서관 제공]

필자가 주목하는 건 그다음이다.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열리면 행사기간을 전후로 으레 수많은 문화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한국에선 최근 색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미술을 경험하는 전시회가 줄줄이 열린다는 점이다. 전시공간은 흥미롭게도 백화점, 도서관, 병원 등이다. 모든 게 ‘도가니’처럼 녹아들어 있는 뉴욕처럼 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현대의 정원 : 리프레싱 아트’전이 10월 5일까지 대구에 있는 더현대에서 열린다. 현대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홍재고찰(弘齋考察): 책, 빛, 소리’전은 10월 29일까지 수원 광교의 홍재도서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선 설치미술·사진·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3명이 현재의 눈과 감각으로 책과 지혜를 재해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강애란 작가는 설치미술 작품 ‘지혜의 타워링’, 임수식 작가는 우리 시대 문인들의 책장을 사진으로 찍고 엮어 완성한 ‘책가도’ 시리즈,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인 서동주 작가는 ‘천 개의 수평선’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움직이는 마음들’전은 10월 5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강북삼성병원에서 열린다. 

서동주, 천 개의 수평선.[사진=홍재도서관 제공]
서동주, 천 개의 수평선.[사진=홍재도서관 제공]

이처럼 백화점·도서관·병원 등지에서 미술계 평단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예술이 그만큼 일상으로 파고들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 미술애호가의 인식 역시 이전과 달리 상당히 ‘개방’됐다고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니라면 ‘전시회가 아니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경제가 어렵다. 민생은 더 어려운 듯하다. 이럴 때 일상 속 예술은 피폐해진 삶 속에서 여유를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가을로 향해가는 지금 한국의 동시대 미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흥미로운 전시회를 추천한다. 뜻밖의 곳에서 작품성 있는 예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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