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2대 총선 D-200 특별기획 1편
초선의원 156명에 달했지만
새로움 없었던 21대 국회
발의 법안 수 2만여건 육박
국회 문턱 넘은 건 28.8%
소관위 발목 묶인 민생법안
채용비리 근절법안 처리 0건
서민주거 지원법안 제자리걸음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했다.[사진=뉴시스]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했다.[사진=뉴시스]

# “일하는 국회를 넘어서 일 잘하는 국회의 초석을 다지겠다.” 2020년 출범한 21대 국회는 ‘일 잘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년 동안 그들은 정말 ‘입법 활동’에 충실했을까. 민생은 그들의 입법 덕에 ‘기댈 언덕’을 얻었을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정치 신인인 초선의원 수가 156명에 달했지만 국회에 새로움은 없었다. 이들 역시 역대 정치인들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법안 발의는 활동 홍보용에 그칠 때가 많았고, 켜켜이 쌓인 법안들은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 다음 국회는 다를까. 이젠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22대 총선을 200여일 앞둔 지금, 우리가 22대 총선 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을 준비한 이유다. 그 첫번째 편 ‘민생법안’의 민낯이다.  

22대 총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법안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22대 총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법안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2만3656건. 국회 홈페이지 오른쪽에 적힌 ‘의정활동 전광판’의 숫자다. 쉽게 말하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다. 이른바 금배지들이 ‘법안 발의’를 자랑스러운 의정 활동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금배지가 유권자에게 시시때때로 보내는 ‘의정활동 보고서’엔 ‘법안 발의’ 항목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칭타칭 입법기관이자 툭하면 ‘국민’을 입에 담는 금배지들의 법안은 아픈 민생을 보듬어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들이 내놓은 법안이 ‘거기서 거기’인 데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별로 없어서다. 

“오로지 국민만 보겠다”면서 개원한 21대 국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만3656건(이하 9월 11일 기준)의 발의안 중 국회를 통과한 건 6819건(28.8%)에 불과하다. 22대 총선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어디선가 낮잠만 자다가 사라질 법안은 상당히 많을 게 분명하다. 그중엔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법안도 숱하다. 

금배지의 태만에서 기인한 ‘입법 공백’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서민은 ‘기댈 언덕’마저 잃었다. 우리가 22대 총선 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을 통해 민생법안의 현주소를 짚어본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민생법안➊ 서민주거 = ‘내집 마련’은 서민들의 평생 소원이다. 하지만 그 꿈은 서민들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전세가격도 만만치 않아서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세상이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8519만원(KB부동산)으로 1년 2개월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이 월 333만원(2021년 기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30년 동안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참고 | 2023년 9월 11일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참고 | 2023년 9월 11일 기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거 비곤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노후화한 임대주택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장기공공임대주택입주자삶의질향상지원법)상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국가 재정으로 노후화한 시설물을 유지·보수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임대기간 50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임대기간 30년 이상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주거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관련 법안은 대부분 낮잠만 자고 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용 목적 관리비 정부가 지원, ▲치매 환자·알코올 중독자 등 돌봄 필요한 거주민 위한 사회복지시설 마련 등을 골자로 삼은 개정안 11건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건 고작 2건뿐이다.

더 큰 문제는 처리가 시급한 법안마저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지원하는 유지·보수 대상을 5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에서 3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소관위에 머물러 있다. 

■민생법안➋ 가계부채 = 서민에게 중요한 건 주택만이 아니다. 가계를 짓누르는 ‘빚의 경제’도 부담 요인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7년 7099만원이던 가구당 평균 부채는 2021년 8801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엔 1억원(9170만원)에 육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0%대에 머물던 기준금리가 2년 새 3.5%까지 치솟은 탓에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구가 부쩍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을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부터 취업이 늦어지면서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층의 고통까지 커지고 있다.

소득 증빙이 필요 없는 ‘소액생계비대출(서민금융진흥원)’을 받은 20대의 이자 연체율이 21.7%(7월 기준)에 달하는 건 아픈 세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학자금 대출, 주거비, 생활비 부담에 월 7000원 이자도 못 내는 청년층이 숱하다는 거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주거비·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숱하다.[사진=뉴시스]
취업이 늦어지면서 주거비·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숱하다.[사진=뉴시스]

이들의 시름을 덜어주겠다며 21대 금배지들은 이른바 ‘가계부채 관리법(채무자회생파산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쏟아내, 그중 몇몇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청년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파산시 학자금대출을 면책 범위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건 의미 있는 성과였다.

문제는 국회에 묶여 있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파산 신고 1개월 이내에 법원이 파산 결정, ▲파산절차 중 채무자 자산에 대한 가압류·강제집행 금지, ▲미성년 상속인의 초과 상속채무 부담시 상속재산 파산 신청 가능 등을 골자로 한 법안 10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 민생법안➌ 청년 =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주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취업난 속 ‘부모 찬스’ 논란이 공분을 사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채용비리 근절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채용비리 근절 법안은 38건에 달한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발의한 ‘채용절차의공정화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약속하는 행위 금지, ▲채용을 위해 지급한 금품 반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채용비리 행위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류호정(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채용비리처벌에관한특별법안’은 ▲채용비리 피해 확인시 구직자에게 다시 응시 기회 제공, ▲채용비리 발생시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손해배상청구, ▲채용비리 행위 또는 약속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모두 소관위에 묶인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던 금배지들의 약속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4년 총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금배지들이 뒷전으로 미뤄둔 민생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총선 특별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편에선 저출산‧장애인‧노인 관련 민생법안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2편에서 계속]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