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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티맵모빌리티 합작사 우티
2021년 국내 택호출앱 시장 진출
인센티브 공세에도 아쉬운 성적표
국내 시장 맞춤 전략 부족했던 탓
내국인 CEO 체제 반등 계기 될까

1억 달러. 세계적인 승차공유업체 우버가 우리나라 티맵모빌리티와 세운 합작법인 ‘우티(UT)’에 출자한 투자금이다.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을 훌쩍 넘는 비용을 투입한 건데, 결과는 아쉽다. 우티는 앱 론칭 이후 2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사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이용자 수 격차는 30배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사업 철수설’까지 불거졌던 우티가 CEO를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우티가 내국인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한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사진=우티 제공]
우티가 내국인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한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사진=우티 제공]

택시호출앱 우티(UT)가 수장을 교체했다. 우티는 지난 9월 15일 송진우 전 배달의민족 베트남 사업 총괄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배달의민족 이전엔 삼성전자(유럽총괄), 컨설팅회사 맥킨지 등을 거치며 테크플랫폼ㆍ소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신규 사업 개발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우티의 인사는 기존 외국인 대표 체제에서 내국인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티는 미국의 승차공유업체 우버와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티맵모빌리티가 손을 잡고 만든 합작법인이다. 2021년 4월 출범 당시 톰 화이트 우버 한국총괄을 최고경영자로 임명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선 유일한 외국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톰 화이트 전임대표가 재임하는 동안 우티는 경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하는 택시호출앱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시장 진출 초기부터 드라이버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가맹기사를 대상으론 ‘수수료 0%’ ‘가입비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심야승차난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부터 한동안은 드라이버들에게 운행 한건당 추가 인센티브(가맹기사 6000원ㆍ일반기사 3000원)를 지급하기도 했다. 승객들에게도 ‘첫탑승 프로모션 요금 1만원 할인’ ‘우티 상시 할인 10%’와 같은 현금성 인센티브 공세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우티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앱 론칭 한달째인 2021년 5월 139만명을 기록한 우티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년여 만에 54만명(2022년 7월)으로 반토막 났다. 이후 감소세를 거듭한 끝에 올 3월에는 MAU(39만3874만명)가 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8월 우티의 MAU는 59만명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국내 택시호출앱 1위를 달리는 카카오T(2023년 8월ㆍMAU 1212만명)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과다. 

앱 이용자 수가 떨어지니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우티는 출범 첫해인 2021년 397억원, 지난해엔 5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무너졌다.

업계에선 우티가 국내 시장에서 참패한 건 현지화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어디서든 우티 앱 하나로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글로벌 전략이 패착이었다는 거다.

전세계 1만여개 도시에 깔린 우버의 인프라를 활용하려면 우티 앱도 ‘글로벌 표준’에 맞춰야 해서 현지화엔 힘을 쏟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우티를 이용해본 드라이버나 소비자들이 “앱 조작과 작동이 불편하다”며 UIㆍUX에 불만을 토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티는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데도 더뎠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한 드라이버는 “처음 우티가 나왔을 때부터 앱 화면이나 조작법이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다는 민원이 많았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불편한 점이 고쳐지지 않더라”며 “기사들 사이에선 미국 우버에서 UI를 못 바꾸게 한다는 말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도 “한국에 있는 합작법인에서 앱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해도 미국 (우버)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지 시장 진출의 필수 조건인 ‘맞춤화’ 전략이 부족했던 탓에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선 계속해서 ‘우티 철수설’이 불거졌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의 우버 본사가 합작법인을 접고 한국 시장에서 손을 뗄 거란 소문이 돌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번 송진우 신임대표 부임으로 우티의 사업 철수설도 일단락되는 듯한 분위기다. 프라딥 파라메스와란 우버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한국은 우버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시장”이라며 “핵심 파트너인 티맵모빌리티와의 견고한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티는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사진=우티 제공]
우티는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사진=우티 제공]

우티 관계자 역시 “우티 통합앱 출범 후 톰 화이트 대표 재임기간엔 우버와 티맵간 기술 연계와 시너지 도모에 집중해왔다”면서 “앞으로는 한국 시장에 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신임대표 체제 하에서 국내 사업 확장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내국인 CEO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기틀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관건은 우티가 국내 시장에 최적화한 앱 시스템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우티 관계자는 “지난 2년간 UI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새 대표 체제 하에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택시호출앱 시장에서 우티는 새 사령탑과 함께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시장의 눈이 다시 우티로 향하고 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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