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7편
미국-중국 기술·무역 갈등 격화
‘친중’ 테슬라도 선택 기로 놓여
디커플링 대세 따라 이별하기엔
中 생산·수출기지로서 가치 높아
미중 경쟁 속에서 머스크 선택은

#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테슬라를 향한 G2(미국ㆍ중국)의 압박이 가시화하면서다. 중국 현지 SNS에선 공공기관·국영기업이 테슬라 전기차의 주차를 막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미국에선 의회가 나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의 계약 내용을 밝히라”며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중국 내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면서 테슬라를 조사 기업에 포함한 상태다. 

# 시장에선 친중親中 행보를 서슴지 않았던 테슬라가 이젠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고민해야 할 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편에 서자니 미 정부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데다, 정작 중국에선 언제 퇴출을 당할지 모를 위험이 커져서다.


#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테슬라는 과연 ‘굿바이 차이나’를 감행할까. 중국과 테슬라의 결별은 정해진 수순인 걸까.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마지막 편이다.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을 방문해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장을 만났다.[사진=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1~6편에서 살펴봤듯 중국과 테슬라는 G2(미국·중국) 충돌 속에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 자국 자동차 시장의 문을 열어줬고, 테슬라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가 중국 내 전기차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했다.

결과는 윈윈이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ㆍ기업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테슬라는 제조원가 절감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성공했다. 이랬던 둘 사이에서 최근 균열의 싹이 트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다.

중국과 테슬라의 이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디리스킹(De-risking)에서 디커플링(De-coulping)으로 이어지는 탈脫중국 전략이 국제사회의 대세가 되면서 테슬라도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서로에게 배타적인 미국ㆍ중국의 정치적 배경 때문에 중국 정부와 테슬라 사이 파트너십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물론 아직은 이별할 때가 아니란 반론도 있다. 둘은 여전히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외교ㆍ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 정부에 테슬라는 일종의 외교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테슬라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중국 시장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거다. 

테슬라 역시 실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을 쉽게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테슬라의 가장 큰 수출기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앞으로 테슬라의 생산기지로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설명을 이었다. 


“머스크는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하면서 공정 자동화라는 게 어느 시점에선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생산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선 중국의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가장 뛰어난 품질의 차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품 문제를 언급하면서 주장을 이어나갔다. “원재료ㆍ부품의 조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테슬라가 향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터리 계열은 아마 리튬인산철(LFP)일 거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차종의 3분의 2까지 LFP를 탑재한다고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원료나 소재까지 고려하면 중국에 베이스를 두는 게 유리하다. LFP 배터리 자체를 거의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처음에는 시장의 규모를 우선시해서 중국에 진출했고 지금까지 그 효과를 누려왔다면, 시장의 경쟁이 심화한 지금부터는 생산ㆍ수출기지로서 역할에 큰 의미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주요 수출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가 중국 시장의 무게추를 전기차 소비가 아닌 생산ㆍ수출 쪽에 둘 수 있다는 건데, 가능성이 없지 않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기가팩토리 물량의 50%를 유럽ㆍ호주ㆍ일본ㆍ한국ㆍ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중국 정부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 부문에서도 제재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규제하는 건 중국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자칫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국의 부품공급망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곧 고용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테슬라 역시 중국을 떠나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사실 테슬라는 멕시코와 인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멕시코에선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 착공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생산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퇴로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생산기지들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테슬라가 중국을 당장 떠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건 광물이다. 

녹록지 않은 탈중국 


지난 8월 9일 일본 언론 닛케이가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프론테오와 협력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자. 두 회사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테슬라의 복잡한 공급망 속에 포진한 1만3428개의 회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세계 리튬 정제의 60.0%가 중국 땅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료다. 

중국의 지배력은 비철금속 제련과 같은 전문 영역일수록 더 컸다. 테슬라의 공급망 내에서 비철금속 제련에 참여하는 42개 기업 중 40.0%가 중국 기업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무기ㆍ화학’ 분야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테슬라의 공급망에 존재하는 무기ㆍ화학 전문기업(102개)의 33.0%가 중국 회사였다. 현재로선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세계 각지에 분산하더라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선 차를 완성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이런 현실을 두고 디플로맷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과 여러 중요한 광물을 고려할 때 테슬라가 중국에서 멀어진다는 건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며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네트워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머스크와 같은 기업가가 과연 미국과 중국간 기술 경쟁의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다양하고,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과연 테슬라를 향해 칼을 꺼내들까. 테슬라는 중국이란 필요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두 파트너 앞에 새로운 장막이 펼쳐진 것만은 분명하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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