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호 변호사의 기록
달라진 교권의 현주소
학생 인권 강화하면서
교내 체벌 사라졌지만
땅에 떨어진 교사의 권리
스스로 목숨 끊는 교사들
정서적 학대와 정당한 훈육
모호한 경계서 생기는 문제들

# 20여년 전만 해도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체벌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교사의 체벌은 불법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등 학생의 인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 문제는 이번엔 ‘교사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폭력이라고 주장하거나, 충분한 사유 없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대법원은 “‘담임교사 교체’는 비상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사진=뉴시스]
대법원은 “‘담임교사 교체’는 비상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사진=뉴시스]

아이들이 뛰어놀며 존중을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지식을 쌓는 곳이어야 할 학교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교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교육계가 쉬쉬해 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었다.

지난 6년간(2016~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는 76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교사 사망자 수(687명)의 11.0%에 달한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까.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학교를 다시 돌아봐야 할 때는 아닐까.

20여년 전만 해도 학교에선 ‘사랑의 회초리’가 용인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사의 체벌은 불법이다.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16개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했다. 이 조례는 학생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 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 및 종교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다.[※참고: 학생인권조례의 구체적인 사항은 각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을 기점으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아이들 간 문제’로 치부했던 학교폭력 관련 제도도 강화했다. 학교폭력 신고를 의무화했고, 가해학생 징계조치와 피해학생 보호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폭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일부 학부모가 아이의 인권을 방패 삼아 교사의 행동에 ‘과잉 대응’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에선 임용된 지 4개월 된 20대 초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을 떠난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2년 전 의정부 호원초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 역시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의 과잉 대응이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안타까운 결말로 이어졌다는 거다.

교사에게 갑질한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가 교사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마저 학대로 여기는 부모도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지금 학교가 겪고 있는 문제가 ‘훈육’과 ‘정서적 학대’의 경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비주얼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비주얼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그럼 훈육과 정서적 학대는 어떻게 다를까.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가하는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정서적 학대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신체적 학대 못지않게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언행 등을 제재하고 아동 보호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도 ‘정서적 학대 금지 조항’ 덕분이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교사의 훈육이고 어디서부터 정서적 학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률전문가인 필자도 판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도 아동보호기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학부모의 입장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학부모로선 자녀의 일이다 보니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자녀가 학교에서 지적을 받고 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선생님이) 이렇게 훈육해준다면 좋을 텐데… 왜 내 훈육 방식과 다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지극히 보편적인 반응이다.


그렇다고 합리적인 선을 넘어선 학부모까지 용인해선 곤란하다. ‘선생님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우리 아이를 혼낸 게 기분 나빠서’ 등의 이유로 선생님의 훈육을 아동학대로 몰아가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서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가 필요에 의해 학생들 앞에서 자녀를 공개지도한 것을 두고 ‘아이들 앞에서 (내 아이를) 혼내서 창피를 줬다’며 아동학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이와 반대로 별도의 상담실에서 훈육한 것을 두곤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감을 줬다’며 아동학대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에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부쩍 늘어났다. 학부모와 교사가 교육 지도 방식에 관해 충분히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데도 무조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다는 거다. 

실제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학부모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지도방식이 탐탁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부모님이 염려하는 부분을 공감하고 수용하겠다”면서 “선생님에게도 주의를 줄 테니 자녀를 학교에 믿고 보내 달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A씨는 담임교사를 교체할 때까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문제를 제기했는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미워하고 차별하지 않겠나….” 교사를 교육전문가가 아닌 감정적인 개인으로 치부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법원에선 학부모의 일방적인 담임교사 교체 요구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잠시 이 사건을 들여다보자. 

2021년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B씨는 평소 수업태도가 좋지 않고,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는 C학생의 이름을 교실 칠판에 붙였다. 당시 이 학급에선 잘못한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붙이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C학생에겐 별도로 방과후 10분 동안 청소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C학생의 학부모는 ‘자녀를 공개적으로 낙인찍고, 청소를 시킨 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면서 학교에 수차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했다.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담임교사 B씨는 결국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다. 이후 열린 교내 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학부모의 담임교체 요구는 ‘교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C학생의 부모는 교권침해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판단까지 받았다. 

대법원의 판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학부모의 담임교체 요구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교육 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허용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학부모의 지속적 담임교체 요구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인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 일부 학부모가 자신들의 권한인 양 요구해온 ‘담임교사 교체’의 법적 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향후 무분별한 담임교체 요구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판례 하나만으로 세상이 바뀌긴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 바꿔야 할 건 몇몇 학부모의 그릇된 생각이다. 학부모들이 먼저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줬다면 같은 하늘 아래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경직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교사의 훈육이 ‘그저 불쾌한 것인지’ ‘자녀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칠 정도의 학대’인지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 내 자녀가 소중하듯 다른 자녀도 소중하다. 정상적인 교사의 행동이라면 존중받아 마땅하다. 폭력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내선 안 된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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