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6편
中, 공무원 대상 ‘애플 금지령’
외교부 공식적으론 부인했지만
애플 주가는 이미 타격 입어
‘친중’ 테슬라 고민 필요한 때
자칫 애플처럼 제재 당할 수도
자국 전기차 산업 키운 중국도
테슬라 배려할 필요 없단 분석
하지만 파트너십 유지할 이유
여전히 충분하다는 견해 있어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린 ‘애플 사용 금지령’이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무역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중국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온 테슬라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파트너 사이엔 지금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6편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과 테슬라의 파트너십도 위협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과 테슬라의 파트너십도 위협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틀 만에 시가총액 2000억 달러(약 260조원)가 사라졌다. 세계 최대 IT기업 애플 얘기다. 원인은 뜻밖에도 G2(미국ㆍ중국) 충돌에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가 ‘보안상 문제’를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아이폰15의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9월 5~7일(현지시간) 이틀간 애플의 주가는 6.4%(5일 189.70달러→7일 177.56달러) 폭락했다. 

애플 입장에서 한가지 다행인 건 아이폰15를 향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여전히 뜨겁다는 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15의 예약판매 개시 10분 만에 애플스토어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30분도 안 돼 모든 물량이 조기 소진됐다. 

그럼에도 애플의 주가는 19일 기준 179.07달러를 기록하며 좀처럼 180달러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애플 금지령’으로 우려했던 소매 판매 축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금지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닌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애플과 같은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의 구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 정책 문서를 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아이폰 금지령을 국영기업까지 확대하고 있단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미중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 역시 애플과 다르지 않아서다. 그동안 꾸준히 대중對中 비즈니스를 확장했던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도 예외일 순 없다.

물론 우리가 視리즈 1~3편에서 살펴봤듯 테슬라와 중국 정부의 관계는 애플보다 훨씬 끈끈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팽팽한 미중 대립 구도에도 노골적인 친중 발언을 내뱉고 적극적인 방중 행보를 펼쳤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 규제 장벽을 낮추고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애플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애플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 분석➊ 이별론 =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영원히 지원할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테슬라와 중국 정부의 균열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다른 미국 비즈니스 리더들은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 경계를 걷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지점이 되면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이런 이중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리스크 관리 전문가그룹 스트레지 리스크 창업자 아이작 스톤피쉬).” “머스크는 애초에 중국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알게 될 거다(헤지펀드 헤이만 캐피털 창업자 카일 베이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1년 ‘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며 국방부와 국영기업의 테슬라 이용을 금지했던 전적이 있다. 2022년에도 ‘국정적인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국 해안 도시인 허베이성河北省 일부 지역에 2개월간 테슬라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와 유사한 소문이 들려온다. 올 9월 SNS를 통해 중국 공공기관ㆍ국영기업 주차장에 ‘테슬라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G2 사이에서 대놓고 ‘중국편’을 들어왔던 테슬라도 이젠 거리두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20일 미국 의회에선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맺은 계약 내용을 자세히 밝히라”며 테슬라을 압박하고 나섰다. 테슬라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혜택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연합(EU)도 칼을 빼들었다. EU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내에서 불공정하게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는데, 테슬라를 조사 대상에 넣었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보면 테슬라와 중국의 ‘이별론’에 힘이 실린다. 단기적 관점에선 경제적 실리를 고려한 디리스킹(De-risking), 장기적 관점에선 탈脫중국으로 향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는 중국과 대척점에 선 미국 정부의 전략이기도 하다. 

무역 데이터상으론 이미 디커플링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물류서비스 기업 DHL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수입품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1.6%에서 2022년 16.6%로 5%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은 전체의 8.4%(2017년)에서 7.3%로(2022년)로 줄었다. 

미국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따져보면 중국도 더이상 테슬라를 배려할 필요가 없다. 현지 전기차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선 테슬라를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독식하고 있는 데다, 해외 시장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유럽전기자동차보고서(European Elec tric Car Report)의 발행인 마티아스 슈미트는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단일 전기차 제조업체는 중국의 BYD”라면서 “2023년 1~7월 유럽에서 BYD 전기차의 등록 대수는 1년 전보다 1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중국 제조사들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BYD의 세단 전기차 모델(SEALㆍ실)을 해체해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BYD는 여러 면에서 테슬라의 모델3과 경쟁할 수 있다. BYD의 배터리 기술은 실내 공간을 넓히고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좀 더 효율적인 배터리 통합은 제조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중국 전기차 모델의 기술적 우위와 비용 최적화의 좋은 예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 분석➋봉합론 = 하지만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공생 관계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존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둘은 여전히 서로가 ‘강력하게’ 필요해서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미국의 외교ㆍ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은 산업ㆍ경제적 이해득실 관계를 떠나 중국 정부에 테슬라가 일종의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2023년 6월 6일자 기사ㆍ일론 머스크의 중국 오디세이).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유지함으로써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중국 시장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파트너십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진은 2018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리커창 전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파트너십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진은 2018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만남 모습.[사진=연합뉴스] 

디플로맷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 5월 머스크의 중국 순방을 꼽으면서 “중국은 대외 관계 강화를 위해 종종 ‘소프트외교’를 사용해왔다”고 얘기했다. 문화 교류,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을 수단 삼아 국가간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고 협력과 동조를 이끌어냈다는 거다. 

그러면서 디플로맷은 “확고한 디커플링은 지정학적 블록을 만들고 국가간 자립을 촉진하는데 이는 과거 두차례 세계 대전을 떠오르게 할 만큼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경제적 연결과 비즈니즈 협력 강화를 통한 소프트외교는 디커플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으로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장 긴밀하게 공조해온 테슬라와 협력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테슬라 역시 실리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해보겠다. <다음 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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