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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Q 론칭한 OTT 바바요
토종 OTT 첫번째 종료 사례
일부선 경쟁 심화 탓이라지만
실제론 경쟁조차 제대로 못해
부족한 콘텐츠와 전략이 문제
시장 공략하려면 전략 치밀해야

iHQ의 OTT 서비스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iHQ의 OTT 서비스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 토종 OTT 플랫폼 중 하나인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 사람들은 OTT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종료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을 과점한 넷플릭스의 힘에 밀려났다는 거다.

#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바바요가 미숙한 전략으로 제대로 된 경쟁조차 펼치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많다. OTT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거나 콘텐츠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이 바바요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스쿠프가 바바요가 망한 진짜 이유를 들여다봤다.


올 8월 마지막 날. OTT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국내 시장에서 OTT를 표방한 서비스가 퇴장한 건 처음이었다. 바바요는 지난해 5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가 론칭한 OTT 서비스다. 10~20분 안팎의 ‘쇼트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바바요는 영화ㆍ드라마에 치중한 기존 OTT 플랫폼과 달리 예능에 중점을 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잠깐씩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OTT를 비롯한 미디어 관계자들은 바바요 종료의 이유를 ‘시장 경쟁의 심화’에서 찾고 있다. 종합하면 이렇다.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의 독주가 본격화하면서 티빙, 웨이브, 왓챠 같은 국내 OTT 서비스도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OTT 산업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이들보다 몸집이 작은 후발주자인 바바요가 치열한 시장 경쟁을 견뎌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분석은 바바요의 종료가 시장 재편의 신호탄일 것이란 예측으로 이어졌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바바요가 철수를 결정할 만큼 OTT 시장은 출혈경쟁으로 물들어 있고, 성장까지 멈춰 섰다. 버티지 못한 기업이 매물로 나오거나,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과연 업계의 예상대로 바바요의 종료는 시장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질까. 먼저 한국 OTT 시장의 상황부터 보자. 현재 시장을 잠식한 건 넷플릭스다. 국내 대기업이 힘을 모은 웨이브(SK스퀘어ㆍ지상파 3사)와 티빙(CJ ENM) 등이 있지만 대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8월 기준 OTT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 랭킹은 넷플릭스(1223만명)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후순위 사업자인 티빙(540만명)과 웨이브(439만명)는 사용자 지표를 합쳐도 넷플릭스를 넘지 못한다. 올해 들어 ‘카지노’ ‘무빙’ 등의 콘텐츠를 흥행가도에 올려놓은 디즈니플러스 역시 270만명에 머물러 있다.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나머지 사업자는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76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56.2% 커졌다. 

올 1분기엔 386억원의 손실을 냈고, 2분기 적자도 479억원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3분기 누적 적자가 지난해 연간 적자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웨이브도 2022년 적자가 1216억원에 달했다.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다.[사진=연합뉴스]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도 경영난에 허덕이는데 작은 기업이 고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자본이 완전 잠식된 스타트업 왓챠는 영업손실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 때문인지 한국 OTT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부쩍 늘어났다. 가입자를 늘릴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유를 갖고 있는 OTT 업체는 거의 없다. 시장 경쟁 심화와 내수시장 침체로 최대 수익원인 가입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경우 플랫폼 내 맞춤형 광고 도입을 추진하는 등 새판 짜기에 나설 계획을 세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성인영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건별 결제 서비스를 강화한 왓챠 역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측면에서 바바요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 낄 만한 무기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위기에 몰린 왓챠만 해도 영화팬이 좋아할 만한 고전 영화를 제공하는 등 틈새 전략을 구사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지만 바바요는 이 OTT가 뭔지도 모르는 소비자가 태반”이라면서 “어떤 전략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풀어내려 했는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바바요를 경쟁에 참여한 OTT 플레이어 중 하나로 꼽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체 바바요의 전략이 어땠길래 시장에 아무런 족적도 남기지 못하고 처량하게 밀려난 걸까. 

바바요가 출범할 당시 iHQ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OTT 서비스 바바요의 출시를 주도한 건 박종진 전 iHQ 부회장이다. iHQ는 2021년 2월 KH미디어가 인수하면서 KH그룹의 계열사로 들어갔는데, 이때 KH그룹은 유명 언론인 출신이자 정치인이던 박종진 전 부회장에게 경영 조종간을 맡겼다. 

iHQ는 박 전 부회장을 선임한 지 1년 2개월 만에 바바요 론칭 행사를 열었다. 당시 iHQ 총괄사장을 맡았던 박 전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는 iHQ의 디지털 원년이다. 디지털 제작사, 크리에이터, 숨은 고수들, 커머스 업체가 바바요에 콘텐츠를 올리고 수익을 내며 상생할 수 있는 국민 OTT로 키울 것이다. 5년 안에 바바요를 10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국민 앱으로 만들겠다.” 특히 박 전 부회장은 바바요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시사 프로그램 ‘박종진의 신쾌도난마’를 직접 진행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 바바요의 전략은 심플했다. 10~15분 안팎의 쇼트폼 콘텐츠를 선보여 짧고 강렬한 영상을 좋아하는 MZ세대를 공략하겠다는 거다. 이들은 바바요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할 자신감도 내비쳤다. iHQ가 4개의 케이블TV 채널인 IHQ, IHQ드라마, IHQ쇼, 샌드박스+를 통해 간판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바요는 시사·예능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사진=뉴시스]
바바요는 시사·예능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사진=뉴시스]

다른 구독형 OTT 플랫폼과 다르게 무료로 서비스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경쟁 OTT의 월 구독료가 1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짜’ OTT는 매력적이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진입장벽을 낮춰 플랫폼에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전략은 그럴싸했지만, 결과가 받쳐주지 못했다. 바바요가 1년 반에 걸친 서비스 기간 발표한 핵심 성과 지표는 지난 5월에 달성한 ‘구독자 100만명 돌파’뿐이다. 다만, 바바요 앱이나 OTT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건 아니다. 바바요가 만든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다. 

바바요가 유튜브 구독자 숫자를 내세운 건 그만큼 OTT 플랫폼의 성과가 변변치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당장 바바요 모바일 앱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횟수는 누적 10만회에 그치고 있다. 따지고 보면 iHQ는 OTT 서비스를 론칭했다기보단 유튜브 채널을 새롭게 만든 셈에 불과하다. 

이는 바바요가 대부분의 OTT 플랫폼이 추구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뿐만 아니라 왓챠나 쿠팡플레이도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오로지 이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걸 강조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바바요는 iHQ가 제작한 기존 콘텐츠를 수급하는 데 급급했다. 웹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만들긴 했지만, 이마저도 유튜브 채널에 동시에 공개했다. 글로벌 최대 콘텐츠 유통처인 유튜브를 통해서도 바바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보니, 고객 입장에선 굳이 수고를 들여 바바요 앱을 내려받을 이유가 없었던 거다. 

바바요의 론칭 과정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바바요는 개발과 기획 인력이 많지 않았고, 경영진은 OTT 산업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OTT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도 쉽게 열리지 않는 시장이었는데도, 바바요 경영진은 한류 콘텐츠가 뜨니까 편승할 수 있을 거란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했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바바요를 운영하는 동안 iHQ는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과감한 투자로 양질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단 얘기다. iHQ의 영업손실은 2021년엔 116억원, 지난해엔 3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는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당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다. 설상가상으로 모회사 KH그룹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언제든 매몰차게 돌아서는 게 OTT 시장의 고객”이라면서 “스포츠 중계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같은 특화전략으로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유인했다면 모를까 이미 수많은 예능ㆍ시사 채널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바바요를 찾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종 OTT 업체들의 상황이 어려운 건 맞지만, 바바요의 서비스 종료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바바요는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조차 하지 못했다. OTT 산업이 지금보다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매력을 갖추지 못한 iHQ의 OTT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OTT 시장에 뛰어들려는 기업도, 콘텐츠 사업에 도전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바바요의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매력적인 콘텐츠와 전략이 없다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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