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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앞 두가지 악재
아이폰15 발열 논란
불안정한 중국 시장
삼성전자엔 기회지만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어

애플의 아이폰15가 발열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애플의 아이폰15가 발열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

‘하반기의 왕’인 애플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신제품 아이폰15가 발열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애플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릴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 때문인지 내년 상반기 갤럭시S24(가칭)를 론칭하는 삼성전자에 기회가 온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업계엔 ‘상반기의 삼성전자, 하반기의 애플’이란 말이 있다. 두 기업은 수년 간 해당 시기에만 신제품을 론칭해 왔는데, 그때마다 시장점유율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9월 출시한 애플 아이폰14는 세계시장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아이폰의 4분기 시장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7.0%포인트 상승한 23.0%(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기록했고, 애플은 삼성전자(19.0%)를 따돌리고 업계 1위에 올랐다. 바꿔 말하면 애플 입장에선 하반기가 한해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란 얘기다.

올해는 어떨까. 지난 9월 22일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15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미국·영국·중국·프랑스 등 1차 출시국의 ‘애플 스토어’에는 아이폰15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붐볐다.

이 때문인지 전문가들은 아이폰15의 판매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로 손꼽히는 대만 TF 인터내셔널 증권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고가 모델인 ‘아이폰15 프로맥스’의 출하량이 지난해(2800만대)보다 25.0% 증가한 3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아이폰15에 장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아이폰15를 둘러싼 악재는 2가지인데, 첫번째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번째로 큰 아이폰의 텃밭이다. 중국에서의 아이폰 흥행 여부는 애플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내에선 중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나서 애플을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MZ세대의 ‘궈차오國潮(애국소비)’에 힘입어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애플엔 달갑지 않다.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편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출시한 5G폰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화웨이의 중국 시장점유율 순위는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화얼제젠원·9월 4~10일 기준).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사진 | 뉴시스]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사진 | 뉴시스]

두번째 악재는 ‘발열 논란’이다.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들과 몇몇 IT 전문 유튜버들이 ‘만지기 힘들 정도로 아이폰이 뜨거워진다’는 불만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한편에선 애플이 아이폰15에 티타늄 소재, 3㎚(나노미터) 공법의 새로운 AP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스마트폰의 두뇌) 등 갖가지 신기술을 적용한 걸 문제 삼아 “애플이 무리하게 신기술을 탑재하느라 기기 완성도가 떨어져 발열 현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애플은 제품 출시 일주일 만인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아이폰15가 뜨거워지는 몇가지 조건을 확인했다”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기기 결함 논란이 일어났을 때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다. 애플이 그만큼 올해 4분기 실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안정한 중국 시장과 발열 등 애플을 둘러싼 악재는 내년 상반기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엔 기회일 수 있다. 아이폰15의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내년 상반기 ‘갤럭시S24(가칭)’를 출시하는 삼성전자의 판매량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갤럭시 시리즈는 스펙에서도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다. 공식 제품 사양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삼성이 이전 모델보다 성능을 끌어올린 AP를 갤럭시S24에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애플 앞 악재가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둘러싼 ‘GOS(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은 국내에서 소비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큰 이슈였다. 당시 신제품이었던 갤럭시S22에 탑재된 GOS는 고사양 앱을 실행할 때 기기 성능을 제어해 기기 온도가 상승하는 걸 막는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GOS를 소비자가 끄지 못하도록 설정했다는 점이다. 갤럭시S22의 발열 문제를 ‘이용자의 행동’을 차단하는 것으로 막으려 했던 거다. 곳곳에서 민원이 터지자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GOS 기능을 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소비자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결국 그해 3월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정도로 GOS 논란은 삼성전자가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이슈였다.

그런데도 그해 1분기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18.0%) 대비 5.0%포인트 상승한 23.0%를 기록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는 스마트폰 소비자가 부정적인 이슈보단 기술·브랜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애플이 문제를 방치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발열 논란은 빠르게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신제품을 통해 누가 더 뛰어난 기술과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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