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전기차 경쟁 2라운드 ‘가격’
충전료 인상·보조금 축소 악재
테슬라 반값 전기차 생산 선언
답은 저렴한 배터리 및 신기술
현대차·기아도 제조공법 혁신
반값 전기차 주도권 누가 쥘까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지금 가격 전쟁 중이다.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충전료 인상, 보조금 축소 등 시장을 위협하는 장벽을 넘어서려면 ‘착한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반값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나선 건 이런 이유에서다. 과연 반값 전기차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전기차 업체들이 반값 전기차 경쟁에 나섰다.[사진=BYD 제공]

국내 완성차기업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 국내외 시장에서 목표치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두 회사가 목표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한국에서 18만5000대, 북미(미국캐나다)에서 12만5000대, 유럽에서 19만3000대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실제 판매량은 한국에서 6만4690대, 미국에서 3만8457대, 유럽에서 7만1240대에 그쳤다. 연간 판매 목표 대비 달성률은 각각 35.0%, 30.8%, 36.9%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현대차ㆍ기아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전기차 시장에 유입할 만한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 어려운 시점이다.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높아진 충전요금으로 전기차를 노리던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로 옮겨 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자동차세 개편 논란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행 자동차세 과세 기준은 보유한 자동차의 배기량인데, 전기차와 수소차는 ‘그 밖의 자동차’로 분류돼 연간 세금이 10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과세 기준을 배기량 대신 자동차의 무게와 가격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기차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감돌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300~500㎏ 더 무거운 데다, 가격은 두배 이상 비싸서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현대차ㆍ기아엔 좋지 않은 변수다. 그동안 전기차 판매업체들은 각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중국ㆍ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인위적 보조금보다는 인프라 확대로 전기차 보급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산업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보조금 축소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에 장벽이 생기면서 전기차 업체들은 어떻게든 차값을 낮춰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값 전기차’가 현대차ㆍ기아를 넘어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반값 전기차 카드를 가장 처음 꺼내든 건 미국의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조 단가를 절감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2만4000달러(약 3263만원)짜리 전기차를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공언했다. 

그 이후 테슬라는 각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가격 전쟁’을 일으켰다. 중국에선 20%에 이르는 가격인하율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중국 전기차 업체 상당수가 경쟁력을 잃어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테슬라의 선제적인 시장 공략이 먹혀 들면서 가격 경쟁은 전기차 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쟁

그럼 테슬라가 쏘아올린 ‘반값 전기차’는 정말 현실적인 목표인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기존 배터리의 15%까지 가격을 내린 리튬ㆍ인산ㆍ철(LFP) 배터리를 판매하면서 전기차 업체들이 좀 더 저렴한 차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미 기아의 신차 레이 전기차와 곧 출시되는 KG모빌리티의 전기차 트렉스 EVX도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같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LFP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배터리 3사까지 가세하면 LFP 배터리 가격은 하향평준화하고, 전기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보다 훌쩍 진화한 기술도 ‘반값 전기차’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자동차 용접과 조립을 최소화하는 ‘하이퍼캐스팅’ 공법을 양산에 적용할 계획이다.

하이퍼캐스팅은 테슬라의 기가프레스 공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한번에 6000~ 9000톤(t)의 힘을 가할 수 있는 프레스로 특수 알루미늄 소재의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이다.

강판에 수천개의 구멍을 뚫고 일일이 조립과 용접을 해서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에 비해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테슬라는 2020년 처음 도입한 기가프레스 공법으로 전기차 생산 비용을 30%가량 절감했다. 

전기차 가격 전쟁에 불을 붙인 건 테슬라다.[사진=테슬라 제공]

전기차용 고단변속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차 전용 변속기를 탑재하면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최소 30%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변속기가 모터의 과부하를 방지하면서 모터의 열 발생률은 떨어지고 냉각장치의 사용량은 줄어들어 전기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값 전기차는 전기차 업체들이 가야 할 길이자 숙명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업체들은 제조단가를 줄일 수 있는 ‘초격차’ 신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누가 먼저 반값 전기차의 주도권을 거머쥐느냐다. 테슬라가 선전포고를 했지만, 현대차ㆍ기아, 중국 업체가 기회를 잃은 건 아니다. 전기차 시장 2라운드의 막은 열렸고, 경쟁은 지금부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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