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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 실질지출 모두 줄어
산업생산, 고용으로 신통찮아
미국 경제도 하강 가능성 거론
침체 가능성 높아진 한국 경제

#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이 전월 말보다 41억8000만 달러 감소한 414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말 이후 3년 만에 최저치고, 두달 연속 감소세다. 

#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7%로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추가 상승도 배제하기 힘들다. 


# 우리 경제의 침체 정도를 전미경제연구소 기준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경착륙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걸까. 

미국에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뉴시스]
미국에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뉴시스]

■ 침체의 경로=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강조하며 부동산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정부는 시중은행의 고금리를 비난하고, 정책금융상품을 도입하면서 금리 인상기에 동반해야 하는 ‘부채 축소’에 실패했다. 집값은 덜 내리는 연착륙이 아니라 강하게 반등하며 가계대출은 다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유가와 정치적 혼란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오고, 유가와 물가가 안정세를 찾지만,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년 2개월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로 연체율 증가 등 위험신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등에서 얕은 수준의 경기침체인 연착륙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가 식지 않아서 걱정이던 미국 경제가 최근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세계 채권계의 거물 투자자인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4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를 지적하며 “경기침체가 발생하기 직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폭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안전벨트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경착륙을 넘어 미국 경제가 불시착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나는 미국 경제가 불시착(crash landing)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금·은·비트코인이 부패와 무능력을 막아주는 최고의 보험”이라고 충고했다. 

경제의 경착륙은 중앙은행이 물가 불안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실업을 동반한 강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각 산업의 침체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기요사키가 쓴 불시착이란 말은 경제위기와 경기침체의 사이인 불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가 여러 해 지속되거나, 실업과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면 불황이란 말을 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줄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줄었다. [사진=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을 지냈던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는 올해 발표한 논문에서 “1965~2022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1년 이상 유지했던 것은 11차례이며 이 중 6번이 경착륙이었다”고 분석했다. 

미 백악관은 2022년 7월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나’라는 보고서에서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정의한 경기침체 정의를 근거로 들었다. NBER은 경기침체 여부를 실질임금, 실질소비지출, 산업생산, 고용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명목 임금, 지출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것이 실질 지표다. 

■ 한국경제의 현주소=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백악관과 전미경제연구소가 인용한 네가지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경착륙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실질임금, 실질소비지출에서 감소세가 뚜렷하고, 산업생산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7월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9000원으로 1년 전 361만2000원보다 1.5% 줄었다. 월별 실질임금은 3~7월 연속 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소비지출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0.5%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지수는 112.1로 전월보다 2.2% 증가했지만, 4월과 7월에는 각각 -1.3%, -0.8%를 기록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를 이끈 반도체가 8월 생산을 13.4% 늘렸지만, 제조업 재고 증가폭은 10.5%로 오히려 전월보다 두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경착륙과 불시착, 경제위기 등은 정치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불착륙(no landing)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이 극심한 것이 미국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이 자신의 소속 정당 의원들로부터 축출당하면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부채 한도를 놓고 의회 대치와 극적 해결이 반복되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거버넌스(국가운영체계)가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는데도, 미국은 교훈을 얻지 못한 셈이다.

한국 경제가 경착륙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은 컨테이너 가득 쌓인 부산항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가 경착륙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은 컨테이너 가득 쌓인 부산항의 모습. [사진=뉴시스]
(자료 | 고용노동부, 1~7월 평균)
(자료 | 고용노동부, 1~7월 평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4일 “최근 미국 정부 폐쇄로 소비자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는 소비지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이토로의 칼리 콕스 미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소비자신뢰의 하락은 마지막 지푸라기 한 가닥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것처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실질지출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로 잘 알려진 조귀동 작가는 올해 출간한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서 “(한국의) 수출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자산가·부유층·상위 중산층과 나머지 ‘뒤처진 사람들’의 격차는 전통적 정당 구조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우리 사회 포퓰리즘의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상부구조(정치)를 떠받치던 하부구조(경제)가 무너지면서, 정치인과 정당들은 생존을 위해 더 극단적인 행태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경기침체는 경기의 순환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침체의 깊이를 결정하는 건 상부구조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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