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이-팔 전쟁 돌발변수 터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깊어져
日 경제성장률 큰폭으로 상승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 당해
정부 · 국회 민생 살리기 나서야

미국‧일본‧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1~2%대 저성장을 지속하리란 전망은 대외여건 악화보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민생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사진=뉴시스]
미국‧일본‧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1~2%대 저성장을 지속하리란 전망은 대외여건 악화보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민생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사진=뉴시스]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를 흔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부르듯 IMF는 한국인에게 엄한 시어머니 국제기구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화곳간이 바닥나 국가가 부도날 처지에서 IMF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수혈받은 한국으로선 IMF의 시장개방과 구조조정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깐깐하던 IMF가 최근 한국 경제를 박하게 평가하고 있어 찜찜하다. IMF는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하는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2%로 낮췄다. 우리 경제가 올해 1%대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초반의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내년 성장률 2.2%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IMF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1월(2.6%)→4월(2.4%)→7월(2.4%)에 이어 이번에 2.2%로 끌어내렸다. 올해 성장률도 당초 지난해 4월 2.9%로 전망됐던 것이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1.4%로 반토막 났다.

더욱이 이번 전망에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중동 위기 요인은 반영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해 장기화할 경우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세계 각국에서 나타날 수 있다.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특히 중동산 비중이 70%에 이르는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12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올 6~9월 넉달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 것은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덕분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물가는 더 불안해지고, 정부가 억제해온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IMF의 경제전망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내년 성장률도 1.0%에서 1.5%로 높였다. IMF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국가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영국·러시아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과 부채 위기를 겪는 중국 등 몇 나라에 불과하다.

주요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높였다. 특히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0%로 크게 높이고, 내년 성장률 전망을 1.0%로 유지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1.4%)은 일본(2.0%)에 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하는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IMF는 내년에는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일본은 유례없는 엔저와 저금리, 막대한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반면 한국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재정 악화로 정부 정책의 운신폭마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자칫 내년에도 일본에 성장률이 추월당하는 아픔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세계 최저 수준인 저출생이 지속되면 경제활동과 사회 전반이 활력을 잃으면서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미국·일본·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2년째 1~2%대 저성장을 지속하리란 전망은 대외여건 악화보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규제혁파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동력을 점화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득표율 17.1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거야심판론’ ‘지역일꾼론’과 ‘대통령과 핫라인을 가진 후보’라는 대통령 세일즈가 통하지 않았다. 집권 1년 반이 되도록 전 정권 탓을 해온 데다 뜬금없는 이념 논란,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인사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은 도무지 나아지지도,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민생경제다.

IMF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1.4%)이 일본(2.0%)에 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하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사진=뉴시스]
IMF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1.4%)이 일본(2.0%)에 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하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으로선 원래 야당 강세지역이라거나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곳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해선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스스로 잘해서 얻은 승리가 아니므로 자만해선 안 된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의 관건은 제대로 된 민심 파악과 민생경제 살피기, 정당 혁신일 것이다. 

요즘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 묻는 말이 유행이다. “엄마가 오늘 속상해서 빵을 사왔어….” 이 말에 MBTI 성격 유형 중 T(이성 사고) 성향은 “무슨 빵?”, F(공감 감성) 성향은 “왜 속상했어?”라고 묻는다고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지금 왜 우리 경제가 어렵고 국민이 속상해하는지부터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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