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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9월 수출입물가 3개월 연속 ↑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부채질
수입물가 상승의 나비효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

#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석유 가격이 오르고, 미국 기준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강달러가 지속하면서 수출입물가가 3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에 따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이후의 상황까지 반영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며칠 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공언한 “내년 말 물가상승률 2%”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2%에 수렴할 것이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전망은 적중할까. [사진=뉴시스]
내년 물가상승률이 2%에 수렴할 것이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전망은 적중할까. [사진=뉴시스]

■ 수출입물가 상승세=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잠정통계에 따르면, 9월 수출물가지수는 119.56으로 전월보다 1.7% 상승했다. 9월 수입물가지수도 139.67로 전월보다 2.9% 올랐다.

수출물가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0.1%, 8월엔 4.2%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같은 기간 각각 0.2%, 4.2% 올랐다. 9월 평균 환율이 1329.47원으로 8월보다 0.8% 상승한 데다, 9월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93.25달러)도 같은 기간 7.9% 올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을 위주로 제품가격이 오른 게 물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지난해 초부터 전년 동월 대비 하락을 이어왔던 수출입물가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상승폭을 크게 줄였지만 전월 대비론 3개월째 상승했다. 특히 수입물가가 오르면 생산자물가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수입물가지수의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데는 일반적으로 1개월가량 걸린다. 한국은행은 2021년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수입물가에 영향을 주면, 생산자물가를 거쳐서 소비자물가로 영향이 이어진다”며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시간은 0.806개월이다. 

■ 3高 경로=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가고, 내년 말까지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7일 수입물가는 3개월 연속으로 확연하게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럼 수입물가가 1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걸까.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22년 8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붕괴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분석하며 수입물가와 임금을 조명했다.

[자료 | 한국은행]
[자료 | 한국은행]

보고서는 “2020년 초 이후 수입물가가 50% 가까이 상승했는데, 수입제품들이 중간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2021년 내내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뉴욕 연은은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이 31.0%인 산업의 예를 들어 “2013~2020년에는 수입물가가 10% 상승해도 생산자물가는 0.5%가량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20~2021년에는 수입물가가 10% 상승하면 생산자물가는 2% 올라갔다”고 결론지었다. 

메리 아미트 뉴욕 연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발표한 ‘국제적인 충격, 가격책정, 국내 상품 가격 인상’이라는 논문에서 “수입품 가격의 변화는 전략적인 보완성과 한계비용 측면에서 기업의 가격정책에 영향을 준다”며 “일반 기업이 경쟁사의 가격 변화에 0.4의 탄력성을 가진다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데는 0.6의 탄력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경쟁사 가격정책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모두 0.5의 탄력성을 가졌다. 기업은 가격을 책정할 때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를 경쟁사의 가격 변화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 탄력성이란 외부 자극이 있을 때 반응이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표시한 것이다. 0은 완전비탄력, 1은 단위탄력을 뜻한다. 0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 유가의 향방=고물가·고금리·고환율(3고)이 발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감산으로 유가가 재상승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져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대로 내려가고, 내년 말까지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란 이 총재의 전망이 맞으려면 유가의 안정이 필수적이고, 이 때문에 지정학적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사진=뉴시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은 확전과 장기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자행되는 전쟁 범죄에 무관심해질 수 없다”며 “저항 전선은 적(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일 수 있고, 몇시간 내에 선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날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이번 충돌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의 확전은 유가의 급등을 뜻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지난 13일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2020년 발표한 ‘미국과 이란 전쟁 시뮬레이션과 국제유가 움직임’이란 논문에선 석유 수급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반영해 “이란과 미국이 개전하면 유가는 11배 폭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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