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고물가 버티기➊ 서민편
농산물ㆍ외식 물가 고공행진에
갈수록 쪼그라드는 살림살이
추가 물가 인상도 배제 못해
부담 줄이기 위해 가성비 쫒아
무한리필에 담긴 뼈아픈 민생

고물가 국면에서 먹거리 물가가 특히 무섭게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고물가 국면에서 먹거리 물가가 특히 무섭게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고高물가’다. 물가 관련 지표들이 모조리 먹고살기 힘든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잠시 2%대로 내려앉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다시 3%대로 올라섰고,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는 그보다 더한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를 버티기 위해 서민들이 텅 빈 지갑을 짜고 또 짜지만 이젠 나올 것도 없다.

# 힘든 건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끝도 없이 오르는 원재료 가격이며, 공공요금에 한숨이 깊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잔고에 함께 울며 웃던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뾰족한 수가 없어 은행에 손을 빌렸다.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이자를 갚아야 할 날은 매달 꼬박꼬박 돌아온다.


# 더스쿠프가 고물가 국면을 버티고 있는 서민들의 고충을 소비자와 자영업자로 나눠 들여다봤다. 무한리필 고깃집을 사이에 둔 성묵씨와 인철씨의 이야기다. 첫번째편 성묵씨 사연부터 보자.

그야말로 ‘고공행진’이다. 물가 얘기다. 정부는 “10월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내놓고 있지만 현재 물가를 보면 가능한 얘기일까 의구심이 든다. 도처에서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서민들의 시름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김성묵(가명)씨 부부는 최근 부모님을 모시고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외식을 했다. 육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 식당의 1인당 가격은 1만6500원. 여기에 공기밥과 찌개까지 포함해 김씨가 이날 지불한 돈은 7만2000원이다. 김씨는 “일반 삼겹살집에서 넷이 배부르게 먹으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면서 “가성비를 따져 최근엔 무한리필 식당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무한리필 식당을 찾아다니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고물가로 인한 부담 때문이다. 김씨 부부의 가계부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껴볼 겸 외식을 삼가고 집밥 위주로 생활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부의 노력은 무용지물이 됐다. “요즘엔 안 오른 걸 찾는 게 더 빠르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올랐고, 그 폭도 매우 크다.”

소비자물가가 두달 연속 3%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했다. 6월 2.7%, 7월 2.3%로 다소 안정세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8월 3.4%에 이어 9월에도 3.7%를 기록했다.

무섭게 오르던 채소(-5.7%)가 다소 내리긴 했지만, 과일(24.0%) 가격이 치솟은 농산물과 가공식품(5.8%), 외식(4.9%) 등 생활물가(4.4%)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소득이 낮은 1ㆍ2분위의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소비지출 비중이 크다는 걸 생각하면 서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10월 물가 완화’ 전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두달 연속 3%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주요 상승 원인이던 서비스물가 둔화세가 지속하고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10월부터는 다시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물가가 요동치고 있어 서민들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올해에만 택시ㆍ시내버스ㆍ지하철 요금이 모조리 인상됐고, ‘밀크플레이션’의 시작인 우유 가격이 올랐다. 최근에는 설탕과 소금 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9월 설탕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6.9% 올랐다. 설탕이 과자ㆍ빵ㆍ아이스크림 등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라는 걸 생각하면 가공식품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전년 동월 대비 17.3% 오르며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외식물가는 또 어떤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9월 자장면 가격(서울 평균가격 기준)은 7069원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7000원을 넘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칼국수(8962원) 가격은 90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고, 냉면(1만1308원)은 1만원을 넘긴지 오래다. 삼겹살(200g 환산)은 1만9253원으로 이 역시 머잖아 2만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자장면 평균 가격(9월·서울 평균 기준)은 7000원을 넘었다.[사진=뉴시스]
자장면 평균 가격(9월·서울 평균 기준)은 7000원을 넘었다.[사진=뉴시스]

8개 외식품목(김밥ㆍ자장면ㆍ칼국수ㆍ냉면ㆍ삼겹살ㆍ삼계탕ㆍ비빔밥ㆍ김치찌개백반)을 사먹는 데 필요한 돈도 당연히 늘었다. 3년 전과 비교해보자. 2020년 9월엔 8개 메뉴를 먹는 데 총 7만669원이 필요했지만 이젠 8만4999원이 필요하다. 3년 새 20.3%나 치솟은 셈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12. 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외식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가뜩이나 오른 국제유가가 또 한번 춤출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가계 경제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2분기 여윳돈(자금 조달액)은 모두 15조8000억원으로, 1년 전 (36조1000억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쪼그라드는 살림살이에 치솟는 물가, 서민들의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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