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톡톡
이스라엘-하마스 확전 임박
中 부동산 부진 심각한 수준
한국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韓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 필요
올해 1.3% 내년 1.9% 배제 못해
블룸버그硏, 세계 성장률 1.0%p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8일째 이어가면서 한국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확률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올해 1.3% 미만, 내년 1.9% 미만을 기록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해온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현실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정확한 진단 없이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동발 악재에 16일 코스피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중동발 악재에 16일 코스피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 내년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향후 주요국의 경기 흐름, 원자재 가격 추이 등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대안적 시나리오를 분석했다”며 세가지 시나리오별 전망치를 공개했다. 

한은의 시나리오별 우리 경제성장률 최저치는 올해 1.3%, 내년 1.9%다. 그런데 중동 지역 무력 충돌의 확장이 임박하면서 한은의 대안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도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제한적 분쟁, 레바논과 시리아 참전,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상황별 유가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원유 가격은 150달러를 넘기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시나리오1’에서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이란 전제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5% 성장하고, 내년에 2.4%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나리오2’에선 “중국 부동산 부진이 지속해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하는 경우”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2~1.3%로 내려갈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1.9~2.0%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나리오3’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경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1.3%, 내년 성장률은 2.1%라고 하향조정했다.  

한은이 경제전망에서 언급한 주요 변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 정보기술(IT) 경기, 중국 부동산 부진, 원자재 가격,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변화 등이다. 그런데 이 변수들은 경제전망 발표 시점인 지난 8월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자료 | 한국은행]
[자료 | 한국은행]

■ 변수➊ 미 기준금리=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11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19명 중에서 12명이 “FOMC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7명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발표된 이후 공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7%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인 9월 근원 CPI 상승률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다만,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이 진행 중”이라며 “올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미국이 중동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가자지구 재점령은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 변수➋ 중국 부동산=9~10월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대목이다. 9월 말 중추절과 10월 1일 국경절에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9월 거래량과 거래 면적이 두자릿수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 조사기관인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9월 29~10월 6일 중국 35개 도시의 일평균 주택 거래 면적은 1년 전보다 17% 감소했다. 9월 중국 주요 도시 20곳의 신축 주택 거래 건수도 1년 전보다 14% 줄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그룹, 비구이위안 위기설도 지속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0일 홍콩 증시에 “오늘 상환 기한이 도래한 원금 규모 4억7000만 홍콩달러(약 808억원) 채무를 갚지 못했다”며 “미국 표시 채권을 포함한 외화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시했다. 부채 규모가 443조원인 헝다그룹 채권단은 지난 9일 “헝다그룹의 기업 청산 가능성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헝다그룹 채권단은 지난 9일 기업 청산 가능성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헝다그룹의 베이징 시티플라자. [사진=뉴시스]
헝다그룹 채권단은 지난 9일 기업 청산 가능성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헝다그룹의 베이징 시티플라자.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9월부터 중앙금융위원회를 신설해 금융 부문을 직접 통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4일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금융 조직은 금융 부문 안정성 우려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가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숨은 부실 대출로 가득 찼을 수 있는 중국 은행들’이란 기사에서 “중국 은행들이 대출 연장과 유예를 통해서 부실 대출 규모를 고의로 줄였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변수➌ 중동 지역경제=역내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세계 경제로 옮겨붙을 수 있다. 일례로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확대하면, 인텔의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이 멈춰설 수 있다. 이스라엘 공장은 인텔의 전체 반도체 생산의 11.3%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IT 경기는 물론이고,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준다. 

중동 국가들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이집트의 국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어섰다. 이집트는 2016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네차례에 걸쳐 차관을 공급받았다. 레바논은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이후 대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