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내리막길 걷는 LG화학 주가
양극재 중심 첨단산업 문제
수요 둔화·판가 하락 이중고
핵심 자회사 LG엔솔 있지만
동시상장 탓 지분가치 희석
시장서 LFP 소재 비중 커져
외국인, NCM 투자 감소세
LG화학 조정 대상 포함돼

2021년 주당 가격 100만원을 기록한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LG화학의 주가가 최근 또다시 무너졌다. 지난 9월 간신히 지키던 50만원선마저 붕괴한 거다. 올 상반기 증시에 2차전지 관련주 열풍이 불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도 초라한 주가 성적표다. LG화학의 주가가 고꾸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2년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2년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한때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을 기록한 종목) 반열에 올랐던 LG화학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주가는 처음 황제주에 등극했던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난 6월까지 70만원 선을 간신히 지켜내던 이 회사의 주가는 8월 50만원대로 떨어지더니 9월엔 40만원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10월 들어선 주가가 49만~50만원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이 회사 미래사업(첨단소재)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2차전지 양극재와 같은 첨단소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주가가 하락한다는 건 투자자들이 양극재 사업의 성장성을 의심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원인➊ 시장 환경 = 여기엔 세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양극재 판가 하락과 수요 둔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다.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올 7월부터 판가가 급락하면서 양극재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8~9%(2분기)에서 2~3%(3분기)대로 떨어졌다”면서 “여기에 양극재 공급 물량마저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양극재 사업에서 LG화학의 주요 고객사는 자회사인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다. LG화학의 양극재 공급량이 증가하려면 LG엔솔의 배터리 판매량이 늘어나야 한다. 

문제는 경기침체,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전기차 판매 둔화세→배터리 주문량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LG엔솔의 고객사 중 하나인 완성차기업 폭스바겐은 지난 9월 독일 작센주에 있는 전기차 공장의 인력을 감축했다. 지난해 650 0대의 전기차를 생산한 드레스덴 공장은 가동을 아예 멈췄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에너지 비용 상승, 보조금 지원 만료 등의 악재가 작용하면서 전기차 주문이 급감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거다. 

이런 식으로 완성차업계가 생산 규모를 줄이면 배터리 주문량도 감소할 공산이 크다. 배터리 주문량이 줄면 LG엔솔도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주문량을 축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양극재를 만드는 LG화학의 실적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LG화학을 투자처로 가늠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글로벌 시장환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LG화학이 양극재 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면 LG엔솔의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거다. 다만, LG엔솔의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LG화학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왜일까. 

LG화학은 황제주의 위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사진=셔터스톡]
LG화학은 황제주의 위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사진=셔터스톡]

■ 원인➋ 기업분할 여파 = 이 질문의 답은 다음과 같다. “LG엔솔은 2020년 12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출범한 자회사인데, 두 회사의 동시상장이 모회사 LG화학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에 따르면, 모자기업이 동시상장한 경우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자회사 상장 이후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진행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했을 때 모회사인 지주회사가 보유한 사업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사업자회사의 주식가치가 더블카운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모회사의 지배주주가 사업자회사의 성장에만 주력을 가하면서 모회사의 성장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LG화학 투자자들로선 자회사인 LG엔솔이 잘나갈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엔 한계가 있고, 부진할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은 크다고 인식할 여지가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LG화학을 향한 베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원인➌ 외국인 지분율 = LG화학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배경에는 외국인 지분 감소도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LG화학의 외국인 지분율은 49%대를 유지했는데, 불과 1년여 만에 지분율이 44%대로 줄었다.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큰손’이란 점을 감안하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특정 종목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할 경우 주식 거래량 감소→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면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난 1월부터 10월 10일까지 LG화학 기관ㆍ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량(251만4559주)은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량(260만1827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심이 얼어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리튬ㆍ인산ㆍ철) 소재의 비중이 커지면서 배터리 관련주를 바라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점도 바뀌었다”면서 “이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NCM (니켈ㆍ코발트ㆍ망간) 소재의 투자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이 NCM 투자 비중을 낮추면서 (NCM에 주력하는)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지분도 조정하고 있는데, LG화학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극재 산업의 업황 악화, 자회사 LG엔솔 동시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외국인 지분율 감소…. LG화학의 주가가 추락을 거듭하는 원인은 명확하다. 문제는 이런 악재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양극재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경기회복, 보조금 정책 유지ㆍ확대 등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날 만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심을 끌어올리는 일 역시 녹록지 않다. LG화학은 지난 7월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소재 개발에 나섰지만, 중국의 소재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LG화학은 과연 악재를 딛고 황제주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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