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고금리와 서민의 눈물➊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고금리에 불붙은 가계부채 뇌관
GDP보다 많아진 가계부채
금리 오르자 연체율도 치솟아
가계부채 금융·경제 불안요인
대출억제정책만 고집한 정부
가계부채 자극하는 부동산 정책
정부 묘안 어느 때 보다 시급해

#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가계부채 뇌관에 불이 붙었다. 1900조원에 달하는 규모도 문제지만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치솟는 연체율도 골칫거리다. 가계부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거다. 금리를 올려 대출을 조이자니 기존 대출의 원리금 부담이 걱정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수요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타들어 가기 시작한 가계부채 뇌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똑똑한 정책이 긴요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 2분기 18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 2분기 18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가계부채가 경제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부채 1900조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거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4.5%(국제결제은행 기준)를 기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으로는 108.2%에 도달했다. 어떤 기준을 따르더라도 버는 돈보다 갚아야 할 빚이 많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연체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9%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의 0.22%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7월 0.04%였던 신규 연체율은 올해 7월 0.09%로 두배 이상 높아졌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借主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제1금융권의 연체율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제2금융권의 상황은 다르다. 올 2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 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 3.41% 대비 1.9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까지 높아졌다. 

심상치 않은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에 한은도 가계부채를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지난 4월 발표한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 수준은 한국 경제의 큰 리스크 요인”이라며 “가계부채가 금융·경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대내외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경우엔 가계부채 증가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 비율을 80%에 근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지점에선 반드시 살펴볼 이슈가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책이다. 역대 정부는 가계부채를 두고 두가지 말을 반복했다. 첫째는 가계부채 문제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점, 둘째는 가계부채에 고소득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차주에서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3%를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가계부채 증가세에서 기인하는 위험요인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긍정론을 설파했다. 문제는 위험은 언제나 아래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이 무너지면 제2금융권이 타격을 입고, 이는 연쇄적으로 은행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가계부채 줄이기’에 맞춰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방향성은 대출억제정책에만 맞춰져 있다.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대출총량규제, 차주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에서 대출을 허용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거다. 

되레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거주 의무 완화, ▲일시적 2주택자 조건 완화, ▲대출 규제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이 대표적이다. 올 3월에는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폐지하는 대출 규제 완화에도 나섰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4분기(3조5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원)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부채가 2분기(9조5000억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담대 증가세도 눈에 띈다. 9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주담대는 2조8591억원 증가했다. 2021년 10월 3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폭의 증가세(월 기준)다. 정부 가계부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달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있지만 딜레마가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금리를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차주의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어서다. 

문제는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치솟고 있는 연체율이 걱정이다.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 취약차주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원리금 부담이 늘면 안 그래도 고물가에 줄어든 소비가 더 감소할 수도 있다.  오는 19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매파적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팔 전쟁, 국제 유가 상승, 꿈틀거리는 물가상승률 등 기준금리 인상 요인인 숱하지만 가계부채 우려에 기준금리를 올리긴 힘들다는 것이다.

금리를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외 환경이 어지럽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또다시 치솟고 있다. 이는 고금리 기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간 꿈틀거리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금리를 낮추면 차주의 원리금 부담은 줄겠지만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강경훈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이미 쌓여있는 가계대출 때문에 금리를 쉽게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감소해 경기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가계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통화당국이 점점 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을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거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정부의 묘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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