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판매 실적 꺾인 KG모빌리티
SUV 토레스 흥행가도 멈춰서
다양성 부족한 차종 한계 직면
전기차·하이브리드 개발 선언
위기 극복 실탄 마련할 수 있을까

중형 SUV 토레스의 흥행가도가 멈췄다. 잘나가던 KG모빌리티의 판매 실적도 덩달아 꺾였다. 토레스란 ‘한 차종’에 쏠린 제품 포트폴리오가 끝내 약점으로 작용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자동차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는데, 관건은 KG모빌리티에 그럴 만한 자금이 있느냐다.

KG모빌리티의 9월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사진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뉴시스]
KG모빌리티의 9월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사진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인수ㆍ합병(M&A) 이후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던 KG모빌리티에 제동이 걸렸다. 9월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다. 9월 KG모빌리티의 총 판매량은 9583대로, 전년 동기(1만1322대) 대비 15.4% 감소했다. 8월까지 3개월 연속 유지했던 ‘월 1만대 판매’ 기록도 깨졌다.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이 전체 판매량이 줄어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9월 KG모빌리티의 수출 판매량은 5514대로 지난해 9월(3647대)보다 51.2% 늘었다. 반면 내수 판매량은 1년 전(7675대)보다 47% 줄어든 4069대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정식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인기가 한풀 꺾인 게 뼈아팠다. 올 9월 토레스 판매량은 1584대였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유가도 오르면서 하반기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면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입 시기를 미루면서 지갑을 닫은 게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외환경이 내수 판매량 감소의 원인이라는 건데, 틀린 말은 아니다. 9월 국내 완성차기업 5개사(현대차ㆍ기아ㆍKG모빌리티ㆍ제너럴모터스(GM)ㆍ르노코리아)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기아를 제외한 4개사의 내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줄었다. 불경기에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인 게 KG모빌리티만은 아니란 얘기다. 

■ 관점➊ 태생적 한계 = 그런데도 업계 전문가들이 유독 KG모빌리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덴 이유가 있다. ‘토레스’라는 한 차종에 쏠린 포트폴리오가 KG모빌리티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9월 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량에서 토레스의 비중은 39.0%에 달했다. 

김필수 대림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통상 완성차기업은 신차를 교차 출시해서 수익성을 방어한다”면서 “모든 신차가 흥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하지만 KG모빌리티의 제품군은 국내외 경쟁사에 비해 양적으로나 다양성 측면으로나 모두 부족해서 대표 차종이 삐끗하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의 의견도 같았다. “KG모빌리티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중저가 SUV는 수요자가 한정돼 있을뿐더러 하반기 들어 수요도 한풀 꺾였다. 토레스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 모델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이는 KG모빌리티가 지속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KG모빌리티는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사진=뉴시스]
KG모빌리티는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사진=뉴시스]

■ 관점➋ 쌍끌이 전략 = 중요한 건 KG모빌리티에 그럴 만한 여력과 능력이 있느냐다. KG모빌리티가 두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KG모빌리티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엔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인 ‘토레스 EVX’의 출고를 시작한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 추이를 명확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11~12월 토레스 EVX의 출고 물량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 역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제품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는 건데, 베트남ㆍ사우디와 체결한 전기버스 CKD(반조립제품) 수출 계약, 창원 전기차 배터리(팩공정) 공장 설립은 이런 의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만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영역까지 아우를 방침이라는 게 KG모빌리티의 전략이다. 기존에 잘하던 것(내연기관차)을 이어 가면서 미래차(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 가교(하이브리드차)를 만드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거다.

KG모빌리티는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축적한 내연기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ㆍ고효율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KG모빌리티가 내연기관 기반의 차종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호근 대덕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등 환경 이슈 때문에 주요 완성차기업들이 전체 제품에서 전기차 비중을 늘리곤 있지만, 전세계 자동차 보급 전망을 살펴보면 2030년에도 전기차 보급률은 30%가 채 안 될 것으로 관측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는 내연기관차가 점유한다는 건데, 메이저 업체들이 전기차로 대거 넘어가면서 내연기관 기반의 SUV 시장은 되레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KG모빌리티가 내연기관차 개발을 지속하면서 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 관점➌ 남은 숙제 = 이처럼 KG모빌리티는 앞으로의 밑그림을 모두 그려둔 상태이지만,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로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차 개발에 최소 300 0억원 이상이 필요한 데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해서 공장 이노베이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략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텐데, KG모빌리티가 판매 수익만으로 이만한 자금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항구 원장 역시 “KG모빌리티가 사업 기획은 모두 해놨지만 비용 면에선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과연 M&A 이후 1년여 만에 맞닥뜨린 첫번째 위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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