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학
SNS 시대미디어 리터러시
유용한 정보 취사선택하고
콘텐츠 생산하는 역량 중요
이젠 사회적 책임도 필요해

쿠팡, 네이버스토어, 컬리, 11번가…. 사람들이 온라인쇼핑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이커머스다.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이들이지만, 쇼핑 채널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SNS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구매 페이지가 열린다. 댓글도 꽤 많이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진위를 가리는 게 쉽지 않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 그걸 어떻게 선택하고 활용해야 할까.

미디어 정보가 쏟아질수록 그걸 판별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디어 정보가 쏟아질수록 그걸 판별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시장은 이제 미디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제품과 서비스를 광고하는 채널뿐만 아니라 쇼핑 그 자체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단순히 소통과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SNS나 소셜미디어도 본래의 기능보단 쇼핑 채널로 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지금의 젊은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를 목적 없이 떠돌다가 눈에 띄는 쇼핑링크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상위에 노출된 쇼핑후기가 나쁘지 않으면 구매 버튼을 클릭한다. 사람들간 소통창구였던 공간이 이젠 놀이터이자 장마당이 된 셈이다. 이처럼 미디어의 역할이 커질수록 미디어를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걸 우리는 포괄적인 의미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한다. 

개개인의 소비자가 미디어 채널을 가질 수 있는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는 세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는 다양한 미디어에 접근하고 그 미디어에서 내게 유용한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이해하는 역량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미디어 채널은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보를 쏟아낸다. 그걸 얼마나 잘 취사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둘째는 미디어 정보 소비자가 아닌 ‘정보 생산자’로서의 역량이다. 이건 범위가 꽤 넓은데, 정보 콘텐츠에 댓글을 달거나 쇼핑후기를 쓰는 것부터 유용하고 창의적인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포함한다. 개개인이 미디어를 가지는 오늘날 새삼 강조되고 있는 역량이기도 하다. 셋째는 미디어에 접근하고 미디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다운로드나 불법 복제를 하지 않고 신의와 예의를 지키며 정직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역량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학생은 아마도 미디어 접근성이나 이용 역량에서 다른 집단과 비교해 가장 앞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결과가 의외인 경우가 많다. 미디어 정보 접근 역량은 뛰어나지만,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역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일단 소비자로서의 예를 들어보자. 드라마에서 PPL(Product PLacement) 제품을 찾아내거나 블로그의 협찬글(가짜 후기)을 찾아내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대학생의 정답률은 50%에 그쳤다. 콘텐츠의 진위를 솎아내기보단 멤버십 포인트나 웰컴(welcome) 기프트를 얻기 위해서만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 소비자가 아닌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량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 생산자’로서의 역량도 높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여러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보를 재가공해 제공할 때 불법 다운로드나 불법 복제를 철저하게 지양하지는 않았다.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 선의로 제공하려는 이들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는 일은 단순히 글을 깨치거나 디지털 기기 사용방법을 숙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마케터들이 교묘하게 만들어내는 진심을 가장한 단어ㆍ표현ㆍ이미지와 자발적으로 생성한 ‘진짜’ 소비자 후기를 구별하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챗GPT가 만들어내는, 또는 만들어낼 정보까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더해지면 미디어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일은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다. 이처럼 미디어 세상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거기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과 규제, 윤리적 기준, 소비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은 그 발전과 변화속도를 따라지고 못하고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와 개인화는 숨어 있는 정보에 접근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갈망과 편의성을 높여줬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거나 이슈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미디어가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쳇GPT가 완벽하게 소비자를 흉내 내는 세상에선 무엇을 믿어야 할까.[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쳇GPT가 완벽하게 소비자를 흉내 내는 세상에선 무엇을 믿어야 할까.[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도 순기능이 있다. 소비자가 만든 미디어 채널은  생산자나 판매자가 제공한 것과 달리 정보가情報價(정보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그 역할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만든 채널 등에서 나도는 사실적인 정보도 이젠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신선하지도, 믿을 만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챗GPT가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는 시대다. 완벽하게 소비자를 흉내 내는 세상도 머지않았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그때를 대비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더욱 강화하면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별할 수 있을까.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변화가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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