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쿠팡,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유통 패권 쿠팡에 넘어가나
‘반쿠팡 연대’ 커지는 분위기
뭉쳐야 사는데 뭉칠 수 있을까
전략적 제휴 한계 극복해내야

쿠팡의 기세가 매섭다. 쿠팡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5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도 성공했다. 이용자 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을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그렇다면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반反쿠팡 연대’의 현주소는 어떨까. 

쿠팡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갈아치웠다. 사진은 쿠팡이 지난 8월 진행한 ‘메가뷰티쇼’ 팝업 현장.[사진=연합뉴스]
쿠팡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갈아치웠다. 사진은 쿠팡이 지난 8월 진행한 ‘메가뷰티쇼’ 팝업 현장.[사진=연합뉴스]

올해 하반기가 국내 유통업계의 변곡점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분기 이마트의 매출액을 넘어선 쿠팡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1억8355만 달러(약 8조1028억원)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8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8748만 달러(약 1146억원)를 기록해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유통업계 패권이 쿠팡으로 넘어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어느새 공룡으로 거듭난 쿠팡과 납품업체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새어나온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쿠팡과 갈등을 겪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뭉치는 ‘반反쿠팡 연대’도 커지고 있다. 여기엔 제조사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물류업체, 플랫폼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쿠팡 연대는 쿠팡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 = 쿠팡과 납품업체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19년 무렵이다. 당시 쿠팡에 코카콜라 등 직매입 상품을 납품하고 있던 LG생활건강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했다. 쿠팡이 다른 쇼핑몰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판촉비를 떠넘기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에 철퇴를 내렸다. 쿠팡이 LG생건을 포함한 101개 업체(2017년~2020년)에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2022년 2월)했고,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인지 LG생건과 쿠팡간 거래도 4년째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1월엔 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과의 잡음도 새어나왔다. 내년도 공급물량, 납품단가 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쿠팡이 CJ제일제당에 발주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지만 협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에선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 반쿠팡 연대의 시작 =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의 반발은 쿠팡을 중심으로 흐르던 물길을 바꿔놨다. 쿠팡이란 안정적인 매출처를 잃은 이들 업체와 쿠팡을 견제하려는 유통업체 간 협업이 활발해진 거다. 이른바 ‘반쿠팡 연대’가 등장한 거였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신세계(이마트·SSG닷컴·G마켓)부터 새벽배송업체 컬리, 배달앱업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전방위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컬리 전용 상품인 ‘햇반-골든퀸쌀밥’을 출시(7월)했다. 6월엔 신세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제품 13종을 이마트·SSG닷컴·G마켓에서 두달 먼저 론칭(8월)했다. 양사는 한발 더 나아가 공동개발한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생활건강은 네이버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쇼핑 사업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 역시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 구도에 놓여있다. LG생활건강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뷰티·생활용품·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엔 LG생활건강의 브랜드들을 모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레드위크(Red Week)’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 반쿠팡 연대엔 물류업체 CJ대한통운도 참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춘 쿠팡에 밀려 택배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020년 50.1%였던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44.3%로 쪼그라들었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도착보장’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참고: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2020년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로 했다.]

도착보장 서비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셀러들에게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셀러가 제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입고하면 CJ대한통운이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 시 정확한 시점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제조사-네이버-CJ대한통운이 협업해 쿠팡처럼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제공하겠다는 거다. 

■ 의문➊ 이해관계 = 그렇다면 얽히고설킨 반쿠팡 연대는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쿠팡과 제조사 간 갈등은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이 업계 1위 브랜드여서다. 일례로 LG생활건강(코카콜라음료)의 코카콜라와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시장점유율 70%대의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쿠팡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제조사와 유통사 간 갈등은 오랜 시간 반복돼온 문제”라면서 “카테고리 1위 제품을 갖추지 못하면 쿠팡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봉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의 입장은 더 절박하다. 영향력이 커지는 쿠팡을 놓치면 부메랑을 맞을 게 뻔하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중요한 건 소비자가 어디에 모이냐다”면서 “2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은 만큼 쿠팡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컬리의 협업 제품.[사진=컬리 제공]
CJ제일제당과 컬리의 협업 제품.[사진=컬리 제공]

■ 의문➋ 서로 다른 이해 = 반쿠팡 연대로 뭉쳤지만,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각기 다른 기업들이 시너지를 기대하고 뭉치더라도 효율성을 내기가 어렵다는 거다.

예컨대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협업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업체는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더 많은 셀러를 모으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최대 3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반면 네이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도착보장을 이용하는 셀러에게 1.5%의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느슨한 연대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쿠팡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교수는 “CJ대한통운이든 네이버든 서로 다른 목적과 이해관계를 지닌 독립적인 기업”이라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업한다고 해도 커머스에 집중하는 쿠팡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연대라는 것 자체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만큼 지속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지금 생각할 건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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