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가난의 틈새에서 자란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빈곤의 대물림은 청소년들을 체념과 좌절로 몰아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곤의 대물림은 청소년들을 체념과 좌절로 몰아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정이네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낸 아버지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공황장애를 앓은 장애인이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없었다. 수정이는 열심히 공부했고 유치원 교사가 됐다. 하지만 살림은 여전히 가난했다. 어머니 간병에 돈을 치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가난한 청년이 됐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에 담긴 ‘수정의 이야기’다. 빈곤을 물려받은 이들은 대학에 합격하고 어렵게 졸업한 후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도, 가난의 굴레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금수저’ ‘부모 찬스’ 같은 말과 거리가 먼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한 계급 이동은 품지 못할 기대가 되고 있다. 아무런 기반 없이 취직하자마자 바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디딤돌조차 만들기 어렵다. 그렇게 빈곤의 대물림은 젊은이들을 체념과 좌절로 몰아가고 있다. 

이 책은 빈곤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기 위한 통찰과 지혜를 배우며 성장했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8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이어오며,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는 문제, 빈곤의 대물림이 교육·노동·복지와 맞물리는 지점들을 짚어낸다.

저자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까지 지속적으로 따라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가족 문제와 진로 고민, 탈학교·가출과 범죄, 청(소)년의 노동 경험, 사회 진출과 성인으로서의 자립 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가난과 불평등 문제를 진단한다.

전반부에선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소개한다. 조부모부터 이어온 우울증과 중독으로 고통받는 소희, 성실히 생활하면 보상을 받으리라 믿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영성,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는 지현,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은 연우, 어머니의 병과 빚 때문에 꿈을 포기하다 독립한 수정, 전과자란 편견 속에 자신을 바꿔나가려는 현석, ‘사장님’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우빈, 학교 밖 청소년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혜주가 주인공이다. 

8명의 청(소)년들은 친구, 가족, 학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관, 일터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면서 자랐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이들이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다”고 말한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고자 하는 생각, 자신의 이야기가 공동체의 자원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에 사회와 어른들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지는 지점이다.

후반부에선 이들의 성장담에서 도출한 문제들을 진단한다. 여기서는 연구자로서 가난한 청(소)년들의 생애, 마음 풍경, 가난의 사회적 구조들을 살피고 올바른 공동체를 위한 제안을 내놓는다. “빈곤 대물림의 불평등한 과정 안에서 청소년이 성장한다는 건 우리 미래 세대를 고갈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저자는 빈곤 대물림은 생태계 재앙이나 전염병처럼 사회 문제로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히 불평등의 나락 속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에 불평등한 현상들이 쌓이고 분노와 좌절감이 사회에 누적되면, 결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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