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재테크 대실패한 중년 부부
노후 준비 ‘제로’인 데다
고3 앞둔 연년생 자녀까지
부부 목돈 모을 수 있을까

여기 주식·펀드·부동산 등 재테크에 손만 대면 줄줄이 실패한 부부가 있다. 손해를 입을 때마다 부부는 더 큰 수익을 내는 투자상품을 찾았고, 그때마다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해 규모만 어림잡아 수억원이 넘는 상황. 부부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40대는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 이 시기에 원금을 잃으면 복구하는 게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는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 이 시기에 원금을 잃으면 복구하는 게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도 수십번씩 금융 앱을 살펴보는 김양훈(가명·47)씨. 그는 자신의 펀드와 주식 수익률을 확인하고, 좌절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예전부터 김씨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뉴딜 펀드까지 잘나간다는 펀드에 가입하며 재테크를 해 왔다. 나름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밝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김씨가 가입할 때마다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여지없이 고꾸라졌다.

김씨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펀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투자금을 거치만 해둔 상태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고도 김씨는 또다시 수익성 높은 투자상품에 손을 댔다. 이번엔 주식이다. 펀드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게 김씨의 변명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 재미 좀 봤다”는 지인들의 말에 혹해 김씨는 2년 전 한푼 두푼 미국 기업 주식에 넣기 시작했다. 총 2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이번에도 ‘대박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원금의 절반이나 손해를 보고 나서야 김씨는 주식에서 손을 뗐다.

김씨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부동산 문제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몇 년 전, 김씨는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 십수년 살았던 집을 팔았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부동산 열풍으로 자신들이 팔았던 아파트 매매가가 한없이 올라가는 걸 보자 마음이 다급해진 김씨는 부랴부랴 대출을 받아 같은 동네의 다른 아파트로 지난해 이사했다. 부동산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믿음에서였다.

문제는 그 뒤로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집값이 거짓말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년이 흐른 현재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김씨의 집값(시세 3억원)은 샀을 때보다 가격이 2억원가량 떨어졌다. 이렇게 펀드부터 주식·부동산까지 김씨는 지금까지의 재테크에서 모두 손해를 봤다.

상황이 이러니 50대를 바라보는 김씨는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은퇴 시기는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수중에 모아 놓은 돈이 거의 없어서다. 더구나 그의 슬하엔 고등학교 1·2학년에 다니는 두 자녀(18·17)도 있다. 한창 공부에 매진할 시기인지라 한달에만 100만원이 넘는 사교육비가 든다.

김씨의 아내 이은희(가명·43)씨는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4식구가 생활하기가 벅차다. 부부는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부부의 사연은 잠시 접어두고 가계부 상황을 살펴보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월 44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50만원을 지원한다. 남편의 인센티브 연 600만원(월 평균 50만원)까지 포함하면 총 64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참고: 일반적인 경우 필자는 정확한 예산을 짜기 위해 비정기소득인 인센티브는 소득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김씨 부부가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을 인센티브로 해결하고 있어 이번엔 소득으로 잡기로 했다.]

매월 빠져나가는 정기지출은 다음과 같다. 공과금 30만원, 정수기 렌털 2만원, 식비·생활비 120만원, 통신비 20만원, 교통비·유류비 55만원, 보험료 72만원, 대출 원리금 55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자녀 용돈 3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 자녀 학원비 120만원 등 609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50만원이다. 부부는 지출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인센티브(연 600만원) 안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금융성 상품은 자녀 대학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한 예금(10만원), 비정기지출로 쓰고 남은 인센티브를 저축하는 CMA통장(7만원) 등 17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676만원을 쓰고 36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부채로는 아파트 매입을 위해 빌린 대출 500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100만원이 있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40대 후반임에도 부부는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남은 주식과 펀드를 모두 긁어모으면 어느 정도 목돈은 생기겠지만, 원금의 상당량을 손실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자녀 대학 입학’ ‘자녀 결혼’ ‘노후 준비’ 등 부부에게 다가올 굵직한 재무 이슈를 감당하려면 지금보다 저축액을 10배는 늘려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첫째가 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첫 학기 등록금이야 저축한 예금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만, 다음 학기부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둘째도 대학에 입학한다. 국가장학금인 ‘학자금 대출’이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과연 부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자세한 과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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