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톡톡
IMF, 韓 성장률 2% 초반 전망
英·美 물가 하락으로 내년 중반 금리 ↓
韓 기업·가계 부채 늘고 파산 증가
한은 금리인하 시기 더 미뤄질 듯
韓, 일본식 장기불황 갈림길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IMF는 최근 우리나라의 GDP 증가율과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오랜 기간 2%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가계와 민간의 연체율은 높아지고 파산은 증가하는데, 가계부채와 기업 대출은 되레 늘고 있어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도 없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남아있는 희망을 들여다봤다. 

서울시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 저성장 딱지=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는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4%, 2024년 2.2%, 2025년 2.3%, 2026~2027년 2.2%, 2028년 2.1%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1%, 2024~2025년 2.2%, 2026~2028년 2.1%로 예상했다. 

IMF 회원국은 협정문 제4조에 따라 IMF 집행이사회의 연례협의를 실시한다. IMF 협의단은 올해 8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면담을 실시했다. 

IMF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잠재성장률 전망은 이 면담의 결과물이다. 헤럴드 핑거 IMF 한국 협상단장은 지난 9월 6일 “한국이 인구 고령화 등에 대응하고, 다시 성장하려면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준칙에 기반한 재정정책, 연금제도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성별 격차 축소, 광범위한 혁신 촉진, 기후 정책 강화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고통의 연장=IMF는 우리 물가상승률도 올해 3.6%로 자신들이 지난 10월 발표한 경제전망보다 0.2%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도 기존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 “미국과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자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고, 전월 대비로는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영국의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하긴 했지만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장은 정체해 있고, 물가는 선진국들보다 더 늦게 떨어지는데,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상적으로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된다. 

국제금융협회는 지난 17일 ‘세계 부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2%로 조사대상인 신흥국 34개 나라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자료 | IMF 연례협의 보고서]
[자료 | IMF 연례협의 보고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전 세계 나라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16일 기준으로 689조5581억원을 기록해 11월 초 대비 3조5462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만 늘어난 게 아니다. 올해 3분기 한국 비非금융기업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6.1%로 3위를 기록했다. 2분기보다 5.2%포인트 오른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 상승률은 조사 대상국들 중 2번째로 높았다. 

이처럼 개인과 기업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대법원은 올해 1~8월 개인회생사건이 1년 전보다 40.94% 증가하고, 법인회생사건은 63.82%, 법인파산사건은 58.59% 늘었다고 밝혔다.

연체는 더 늘어나고 있다. 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4개 은행의 무수익여신(이자 연체) 비율은 지난해 말 0.18%에서 0.22%로 높아졌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무수익여신 규모도 올해 3분기 1조975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0% 증가했다. 

■ 불투명한 미래와 남아있는 희망=우리 경제의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다. 가계는 실질임금이 줄면서 돈이 없고, 기업은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지난 10월 35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6%나 줄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54개 회사(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전망) 중에서 61.0%인 156개 회사가 실적 전망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회사도 58.0%에 달한다. 국제금융협회 ‘세계 부채 보고서’는 올해 3분기 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이 40%에 육박해 네덜란드에 이어 2위라고 발표했다. 

한국 경제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은 2015년 일본 도쿄에 있는 주식 전광판.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은 2015년 일본 도쿄에 있는 주식 전광판. [사진=뉴시스]

20일 현재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성적표는 나쁘지만, 아직 선택의 기회는 남아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 수도 있는 반면, 이를 이겨내고 반등할 여지가 남아있어서다. 우리도 일본이 1990년대를 전후로 겪었던 출산율 하락, 잠재성장률 저하, 재정 악화라는 악재에 노출돼 있지만, 아직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다. 

조세정책연구원은 2016년 10월 ‘일본 재정정책의 추이와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진 결과물이 200%가 넘는 국가채무 비율이라고 분석했다. 민간경제의 문제를 결국 정부재정으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224.0%다. 일본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전망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을 과소평가했고, 결국 재정으로 경기침체를 이겨내겠다며 적자국채를 계속해서 발행하다 문제에 직면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에서 100%로, 100%에서 200%로 치솟는 데까지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37.6%에서 2023년 현재 50.4%로 크게 높아졌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