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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식 영구 횡재세 방안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상생안
두 안 모두 시장 왜곡 우려
금리 인하 과실 자산가에 집중
횡재세, 기간‧사용처 한정해야
대한상의 부담금 보고서 참조할 만

최근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한 횡재세 논란이 뒤늦게 일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영구적 횡재세든 정부가 방향을 선회해 추진 중인 은행의 보편적 금리인하란 상생안이든 모두 경제를 왜곡할 여지가 충분하다. 횡재세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횡재세는 문제점이 많다. [사진=뉴시스]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횡재세는 문제점이 많다. [사진=뉴시스]

■ 통화정책 무력화 움직임=올해 2월 우리 통화정책이 무력화된 일이 있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낮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2월과 4월 이 사태를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지난 4월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 위원이 “최근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하회하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은 장면도 나온다. 

그 배경에는 대통령과 금감원장의 강경 발언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월 17일 “(은행의)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 우월적 지위 이용 행태가 적절한지를 둘러싼 강한 문제의식이 정점에 있다”며 “실효적 경쟁이 존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복현 원장은 3월 9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권고하는 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권을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개별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아직 있고, 통화량 등을 봤을 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1월 20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3%대까지 낮추는 등 9개월 전과 비슷한 움직임이 다시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기존 연 4.39%에서 연 3.86%로 크게 낮췄다. 신한‧농협‧우리은행도 같은날 주담대 최저금리를 0.06~0.07%포인트 낮췄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와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기존 0.89%포인트에서 이제 0.36%포인트에 불과하다. 

그 배경에는 횡재세 도입 논란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유럽과는 다른 방식의 횡재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횡재세를 주장하던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금리를 자진해서 내리는’ 상생안으로 방향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안案도 금융위안案도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자료 | 금융감독원]

■ 유럽 대부분이 도입한 횡재세=더스쿠프는 지난 11월 15일 ‘영구 횡재세와 라면 사무관의 공통적 허점’ 기사에서 횡재성 초과이익이 발생한 정유회사, 은행 순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되 일회성 부담금에 그쳐야 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지난 8월 30일에는 ‘유럽 보수의 횡재세, 대한상의의 부담금’이라는 기사에서는 한국형 횡재세의 조건을, 지난 8월 9일 ‘진보의 전유물? 횡재세 앞 한국과 이탈리아의 자세’ 기사에선 유럽의 움직임을 소개했다. 지난 10월 24일 ‘고금리 세상, 서민의 비명과 은행의 즐거운 비명’ 기사에서는 은행들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유럽에서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 24개 나라가 2020년대에 횡재세 부과에 주저하지 않았던 건 횡재의 발생 경로가 명확했고, 과거와 달리 일회성 징수 방식을 택해 경제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당파 조세 싱크탱크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유럽 22개 나라(파이낸셜 타임스 기준 24개 나라)가 횡재세를 시행하거나 도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횡재의 발생 경로는 최근 1‧2차 세계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원인은 전염병(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이었다.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정유회사들이 떼돈을 벌었다. 그 여파로 1차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팬데믹 후 경기부양을 위해서 각국 정부가 과도한 재정 지출을 하고, 기업들은 상품가격에 비용 상승분 이상의 값을 탐욕스럽게 책정하면서 2차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이번에는 은행들이 고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유럽식 2020년대 횡재세가 성공한 원인은 과거 미국의 실패에서 여러 부분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1980년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원유 횡재세(Crude Oil Windfall Profits Tax Act)’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는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이었기 때문에 횡재세의 탈을 쓴 추가 소비세로 평가받았고, 1989년 퇴출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배럴당 기본 가격(12.81달러)을 지정하고, 미국 내에서 시추해 판매한 석유가격이 이보다 높으면 그 차액에 세율 70%를 적용해 ‘횡재세’라는 소비세를 거뒀다. 미국 의회의 공식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카터식 횡재세로 1980~1989년 미 국내 석유 생산량이 3~6%씩 감소했고, 수입이 늘어나면서 석유 해외 의존도가 8~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 상생안보단 횡재세=민주당식 횡재세는 영구적이라는 치명적인 단점과 함께 1차 횡재 당사자인 정유회사를 건너뛰고, 은행에 먼저 부과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의 은행 상생안 압박은 지난 2월 통화정책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됐던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은행이 횡재를 누린 배경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사진=뉴시스]
은행이 횡재를 누린 배경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사진=뉴시스]

두 안은 횡재성 초과이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4개 정유회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조3521억원, 올해 1분기 1조4565억원, 2분기 -1조346억원, 3분기 2조9969억원이었다.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4조2000억원, 올해 1분기 7조원, 2분기 7조원, 3분기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횡재성 초과이윤을 다시 거둬들이려는 여야의 계획은 구체적으로는 3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은행의 몸 사리기식 금리 인하는 곧 다가올 금리인하 효과를 방해한다. 우리는 지난 2월 정부가 ‘약탈적 금융’ 메시지로 한차례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둘째, 은행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하는 방식으로 초과이윤을 해소하면, 그 과실은 결국 고소득 자산가들에게 집중된다. 일례로 저축은행의 20대 차주 연체율이 올 6월 6.9%였는데, 4대 은행의 3분기 연체 비율은 0.22%였다. 

셋째,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회성이 아닌 횡재세는 시장을 왜곡한다. 유럽 선진국들이 횡재세 부과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논의만 하다가 결국 부과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 23일 ‘시대에 뒤지고 국민부담만 큰 부담금 제도 전면 재검토해야’라는 보고서에서 목적 타당성, 부과 적절성, 사용 적합성을 부담금 3대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한상의 보고서 요지는 부담금을 없애달라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제시한 법정부담금의 3대 평가 기준은 횡재세 부과 가이드라인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한상의 가이드라인에 맞추면 우리나라 횡재세의 성격은 정유회사‧시중은행의 2021~2023년 횡재성 이벤트로 인한 초과이윤에 일회성 부담금에 맞춰져야 한다. 사용처도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가계, 에너지 공기업 등으로 논의해서 한정할 필요가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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