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건 그때의 사건을 여전히 풀지 못해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사건. 폭력적인 공권력이 개입한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사과와 인정, 반성을 원했다. 또 누군가는 그 사건을 직접 기록하고 나섰다. 광주 독립서점 '소년의 서'는 그런 아픔이 서사처럼 흐르는 곳이다. 광주의 시간은 1980년에 멈춰 있습니다. KTX를 타고 송정역에 내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5·18광주민주화운동입니다. 광주는 5월 18일이 되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그날 제사를 지
대학생 시절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4인실을 처음 배정받았을 때, 들뜸과 두려움 등이 섞인 고양감에 룸메이트들과 서슴없이 친해졌다. 통성명을 하지 않아 서로의 학과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난 문예창작과 학생이었고 다른 친구는 경찰행정이었다. 두 친구의 학과는 몰랐다.기숙사 책상을 꾸미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빨리 운동장에 가봐야 한다”고 외쳤다. 구경거리가 생긴 것 같아 운동장으로 뛰어나가자 옷 대신 박스를 입은 채 기타를 들고 있는 이가 서 있었다. ‘대학교란 정말 자유의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그가 입은 박스의 뒤쪽
1594년 10월 조선 조정이 거제도 일대에서 진행한 ‘왜적 소탕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선 최초의 수륙합동작전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지도자들의 결함에 있었다. 총사령관을 맡은 윤두수, 현장 사령관 권율은 전쟁터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주둔하는 우愚를 범했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입에 달기 시작한 정치꾼 중에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몇이나 될까.좌의정 윤두수가 선조를 움직이게 한 배경에는 원균이 있었다. 원균은 자신의 상관인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을 건너뛰고 바로 사
1594년 봄, 이순신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명나라에서 날아온 패문牌文(통지문)이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적을 치지 마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천하의 이순신도 어쩔 수 없었다. 명나라에 의존하는 외교정책 때문이었다. 어쩔 땐 미국, 또 어쩔 땐 중국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때와 뭐가 다를까. 힘이 없으니 ‘전략적 관계’를 택해야 한다는 우리의 오랜 외교 전술은 옳은 걸까.이순신은 1594년 2월 13일 선조의 출전 명령서를 받고 경남 창원의 저도에서 소비포 만호 이영남, 사량 만호 이여념,
# 기후 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은 ‘친환경 마케팅’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의 이런 활동이 ‘진심’이냐는 거다.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척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은 또 다른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해 그린워싱에 숨은 기업들의 탐욕을 찾아봤다. 視리즈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의 세계」다.더스쿠프 취재진은 2023년
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가운데 대중對中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의 절반도 중국에서 만든다. 그만큼 중국은 삼성전자에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삼성전자의 노선이 조금 바뀌었다.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미국 일변도 전략을 쓰고 있다. 반도체 투자 대부분도 미국에 쏠려있다. 이 전략, 괜찮을까. 더스쿠프의 視리즈 ‘삼성 향한 원초적 질문’ 두번째 편이다.“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지난해 8월
# 치약이 떨어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갖다 놔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늦었습니다. 쥐어짜고 비틀어 짜도 더는 무리인 듯싶습니다. 1층에 가면 바로 살 수 있는 것을 기어코 내려가지 않고 책상을 뒤적거려 봅니다.# 찾았습니다. 출장 때 묵었던 숙소에서 챙긴 ‘미니치약’입니다. 숙소에선 한두 번 사용한 게 전부입니다. 버리기 아까워 주머니에 챙겨왔던 기억이 스칩니다. # 급한 대로 이걸 쓰고 내일은 꼭 챙겨와야겠다고 맘먹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사람 마음 참 간사합니다. 있다고 생각하니 또 안 챙깁니다. 작은 치약을 다시 쥐어짭니다.
지난 해 12월 실천문학에서 고은 시인의 신간 서적이 나왔다. “고은과의 대화”라는 대담집과 “무의 노래”라는 시집이다. 이외에도 실천문학 146회 겨울호에는 고은 시인의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이 실렸다. 2018년 고은 시인의 성범죄 사실이 공론화 되자 연재를 중단하는 등 은거활동에 들어간지 5년만의 일이다. 당시 고은 시인의 신간 시집 출판이 중지 되었으며 고은 시인의 집필 공간을 재현한 만인의 방이 철거되고 교과서에 수록된 시들이 삭제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에 발간한 책 모두 2018년의 있었던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 모두가 동네슈퍼의 몰락을 얘기했다. ‘터치’ 한번에 주문ㆍ배송이 되는 온라인 시대에 올라타지 못한 건 동네슈퍼뿐이기 때문이다. 숱한 앱에 손님을 빼앗긴 동네슈퍼 사장들은 고개를 숙였다. 온라인에 편승하지 않고선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규모가 작은 가게일수록 더 절망적이었다. 배송ㆍ물류시스템은커녕 온라인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그들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동네슈퍼를 연결하는 ‘앱’이 론칭돼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토마토(토마토솔루션)란 앱인데, 이를 내려받은 소비자는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누군가에게 집은 그저 물리적인 공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최초의 인간관계가 이뤄지는 공간이란 점이다. 집은 사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이슈 안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만들어지는 집이란 공간에선 수많은 감정이 충돌한다.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다. 집은 그 자체로 감정의 집합체인 거다. 회화·도예·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집이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강준영 작가에게 집
회사에서 돌아와 보니 집 앞에 쌓인 택배 박스가 무려 4개다. 2박스엔 쌀이, 나머지 2박스엔 시금치·파 등 농산물이 가득하다. 보낸 이를 살펴보니, 쌍둥이 녀석들의 이름과 학교 주소 등이 적혀 있다. 상당 기간 학교급식이 중단돼 식자재를 공급하던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자 당정 차원에서 지원한 사업임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자녀가 둘이니 같은 박스가 두개씩인데 ‘코로나19 같이 이겨냅시다’란 글귀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라고 적힌 커다란 글씨 밑에 쓰여 있다. 버섯·양파·피망 따위의 채소들을 냉장고에 정리하면서 필자는 생각에 잠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인천 중구 신포로 15번 길에는 ‘다이쇼 로망’이 있다. 거대한 중앙 돔에 석조 단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유럽풍 건물이 서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는 일본 58은행 지점으로 사용한 건물도 있다. 두 건물 모두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어 생경하게 느껴진다.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길거리를 누비고 아시아와 서양문화가 묘하게 섞여 공존하던 개항기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인천은 ‘다이쇼 로망’ 이었던 적이 있다.1880년
수원의 동네책방 랄랄라하우스에 두 시인이 떴다. 매번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유명 시인의 낭독회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시인들의 새로운 시낭독회를 위해 의기투합한 김승일, 주영헌 시인은 사뭇 다정한 모습이었다. 주영헌 시인은 가슴 따뜻한 시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데워왔다. 그는 일상 속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 독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반면, 김승일 시인은 학교폭력 등 일상에서 마주한 폭력을 강렬하고 진솔한 시의 언어로 풀어내 시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언뜻 정반대의 시 세계를 가진 것처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기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 안팎에서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거의 모든 가계에 공포감을 줄 만한 변수다. 소득원 중 한명이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거나 다니는 회사가 부도나면 소득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상황인지라 소비를 줄이기도 힘들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40대 맞벌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영희(45세·가명)씨는 매주 서점에 들러 책을 산다. 매일 아침 책에 실린 글귀를 읽으며 하루를 시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47세에 데뷔를 하여 문학을 시작한 한명원 시인이 첫 시집을 발간했다. 34번째 실천시인선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이 그 주인공이다. 이승하 시인은 "한명원 시인에서의 천상은 천국도 아니고 '영원성'의 무한한 공간도 아닌 뚫린 지붕으로 보이는 현실의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인은 리얼리스트다. 세상이 거대한 동물원이라고 말한 시인은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시인의 목소리로 고발한다. 본지는 한명원 시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이번에 출간하게 되는 "거절하는 몇
유재석X조세호 두 자기가 이번 주에는 아늑하고 운치 있는 부암동으로 떠난다. 12일 방송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알록달록한 단풍과 함께 가을 정취를 한층 더 느낄 수 있는 부암동으로 떠나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함께 느껴본다. 두 자기는 오프닝 인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큰 자기의 열혈 팬이라고 갑자기 마주친 자기님과 바로 토크를 시작하며 이날 촬영에 임한다. 큰 자기의 방송 데뷔 당시 긴장했던 모습부터 현재의 유느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큰 자기를 혼미하게 만든다. 이어 평
책을 읽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조그마한 화면을 통해 글을 읽고 소비하지만, 예전처럼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밑줄 그어가며 곱씹어 보진 않습니다. 문득 그 모습이 그리워졌습니다. 주말엔 동네 도서관에 가볼까 합니다. 새 책, 아니 새 세상을 만나볼 기대를 안고 말입니다.송정섭 작가 songsuv@naver.com│더스쿠프
국립한글박물관은 제573돌 한글날과 박물관 개관 5주년을 맞이하여 10월 5일(토)부터 9일(수)까지(5일간) 한글을 읽고, 쓰는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019 한글가족축제’를 개최한다. 한글날, 가족과 함께 작년에 이어 ‘한글날, 가족과 함께’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올해 한글가족축제는 행사 기간이 5일이나 되어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축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마당 체험행사, 전시연계 특별해설·행사, 그리고 공연·강연 등으로 구성하였다.온 가족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한글 체험 행사우선 추천할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현대 사회에는 무수한 이름과 규정들이 있다. 90년대생과 80년대생, 남성과 여성, 첫째와 둘째, 수도권과 지방, 흔히 나뉘는 수많은 규정은 쉽게 일반화되어 때로 폭력으로 작용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규정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논의해보는 자리가 열렸다.올여름 “대도시의 사랑법”을 출간한 박상영 작가와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출간한 임솔아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는 문학주간 2019 작가스테이지 중 하나로, 사회는 박혜진 평론가가 맡아주었다. 세 사람은 ‘작가’라는 존재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