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펴냄장강명의 새 산문집은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깊이 있게 진단한다. ‘미세 좌절’이라는 독창적 개념으로, 일상에 스며든 작지만 끊임없는 실패의 순간들을 탐구한다. 장강명 작가는 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이슈를 다루며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작가의 오랜 사유가 그 험난한 시대를 지나가는 나침반이 돼 줄지도 모른다. 「문학처방전」박연옥 지음 | 느린서재 펴냄현대 사회에서 우리
#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 대화는 녹음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기업 고객센터나 공공기관에 전화하면 으레 이런 멘트가 날아온다. 그런데 해당 기업과 기관은 녹음파일을 별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을까. #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한 온라인 보험서비스 기업이 보험상담 녹음파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2014년과 2015년 대형 생보사에서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사고가 터졌는데도 여전히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거다. #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숱한 기업과 기관이 녹음 행위를 강화하고 있다.
# 학폭 사건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직職을 내려놓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죠. 유명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도 학폭에 연루되면 운동장이나 스크린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 하지만 학폭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학폭 피해학생을 위한 구제책도 아직 미흡하기만 합니다. 학폭을 당한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하지 않은 학교가 숱할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학폭 가해자에게 엄정한 처분을 내리고 있는지 의문을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 지난 8월 29일,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 한가지 가정을 해볼까요? 당신의 초등학생 아들이 10여명의 동급생에게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평소 ‘틱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왔는데, 끝내 ‘학교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은밀하면서도 무서운 학폭 사건에 ‘TV 속 일’이라고만 여겨왔던 당신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부모라면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학계와 미디어에서 학폭 문제를 수없이 다뤘을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도 해결책을 쏟아냈으니까요. # 그런데 이게 웬걸, 담임교사는 아들을 보듬긴커녕 “네가 때렸지”
우린 매일 말하고 듣고 쓴다. 말로, 글로 생각을 전달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타인과 교감한다. 리더가 조직을 이끌고, 영업사원이 상품을 판매하고,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 모두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할 때, 이메일을 쓸 때. 가족이나 동료, 이웃과 소통할 때,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낼 때 기반이 되는 것도 언어다.하지만 언어와 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우린 말하는 ‘내용’에 신경 쓰지, 원하는 바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비해 전달할 때 어떤
2019년 국내 투자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숱한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가 위험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특히 불완전판매를 ‘무죄’로 인정한 법원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2월, 투자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목적지는 국내 한 증권사. 손에는 “사기판매 ○○증권 피해자들 죽어간다”는 원색적인 비판이 쓰인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2019년 국내 투자
2002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이 불거졌다. 10년 후인 2012년 그 당에서 2008년 전당대회에서 오간 것으로 보이는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우연히 상대적 우위를 점한 반대편 당은 ‘부패한 보수 깨끗한 진보’란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2023년 바로 그 당에서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여기나 저기나 똑같이 부패한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은 염증을 내기 시작했다. 지체 높은 정치인들은 역사의 무서움을 알기나 할까.선조는 평소에 믿어오던 류성룡을 면직시키기 난처했다. 하지만 동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서인의 주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층간소음 성가심’ 정도는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층간소음 분쟁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밝혔다. 과연 정부의 기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올해 1월 2일 새로운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적용됐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세대간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한 거다.[※참고: 이 규칙은 환경부와 국토교
159명(생존 후 사망자 포함)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112녹취록 등 다양한 정황을 통해 인재人災임이 드러났다. 그동안 숱한 사고를 겪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도 멍에가 남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의 후속조치를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두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수습은커녕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수습을 위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오너가 경영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 회사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대리점주들은 한목소리로 답했다. 직원과 대리점주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작 오너는 곳곳에서 리스크를 만들고 있어서다. 한때 유업계 2위였던 ‘남양유업’의 이야기다. ‘푸르밀 사태’에서 보듯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오너의 철학이 기업문화나 경영에 반영되는 건 물론이다. 오너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고,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다. 그런 결정을 뒤엎는 것도 오너의 손에 달려있다. 아이러니한 건 결정에 뒤따르는 결과는
매해 문학계 표절사태는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달구벌 백일장 표절 논란과 2015년 표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사과 없이 복귀한 신경숙 작가 등에 이어 올해 신춘문예 역시 또다시 표절 사태가 일어 난것. 2일 전국도민일보에 2022년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우우의 실종’의 당선자 박태호 씨가 표절 작품임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당선취소자인 박태호 씨의 당선 소감문 및 사진 등이 게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으면 정정 보도가 확인되지 않아 혼동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해당 대학교 홈페이지에는 신춘문
언뜻 봐도 김혜경씨 잘못인데,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방어한다. 누가 봐도 김건희씨 잘못인데, 국민의힘 사람들은 “정치공작”이란 말을 입에 담는다. 20대 대선이 지긋지긋한 ‘내로남불’에 빠졌다. 많은 이가 ‘국민’을 입에 물고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책도, 공약도, 미래를 위한 플랜도 잘 보이지 않는다. 2836억원짜리 대선쇼란 비아냥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정치인과 기업, 언론, 공권력이 결탁한 거대한 카르텔에 기생하던 정치깡패가 자신의 뒤통수를 친 카르텔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생활하기 어언 2년, 또 이렇게 설을 맞는다. 명절임에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명까지만 모일 수 있어 일가친척이 모두 만날 수는 없다. 그래도 20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라 차례상을 물린 뒤 선거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할 것이다.하지만 이번 선거판은 온갖 의혹 제기가 난무하는 네거티브 일색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고발사주 의혹 등 유력 후보들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가족의 신상 문제가 집중 거론되더니 급기야 후보 부인과 후보 본인의 대화 녹취록 공개 파문이 일었다. 그사이 양대 정당 후보들은
‘화천대유’란 낯선 회사에서 출발한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선 정국에 터진 뜨거우면서도 몹시 불편한 이슈이다 보니, 주장과 반론, 또다른 반박이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장동’에 얽힌 모든 등장인물의 주장은 단편적이다. “대장동 프로젝트는 수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 “왜 공영개발이 아닌 민간자본을 끌어들였나” 등등의 주장은 관점을 길게 잡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따질 수 없다.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는 ‘대장동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2004년부터 지금의 논
‘녹음’이 일상화하고 있다. 일부 휴대전화에 통화 시 ‘자동녹음’ 기능이 탑재된 건 단적인 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목소리가 녹음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녹음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일률적이지 않다.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불법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A씨는 아이로부터 ‘담임선생님이 폭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담임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수업시간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걱정스러웠던 A씨는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정치권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름값’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사태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흐르자 정치권은 ‘네탓’ 공방을 시작했다. 여권에선 ‘박근혜 정부 때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게 원인’이라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야권은 ‘또 전 정권 탓이냐’면서 맞받아치고 있다. 대체 어디에서 빈틈이 생긴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사모펀드의 잘못 끼운 첫단추를 취재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격전지는 2020년 국정
김성민(가명ㆍ48)ㆍ이지은(가명ㆍ49)씨 부부는 쿠팡 충성고객이다. 매월 쿠팡에서 결제하는 금액만 수십만원에 이른다. 많을 때는 1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웬만한 생필품들은 쿠팡에서 구매해서다. 쿠팡이 유료회원제(매월 2900원으로 상시 로켓배송 이용)를 운영하자 부부가 각각 회원에 가입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쿠팡은 이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업”으로 각인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성민씨 부부를 만났다. 지난 7월 14일 늦은 저녁, 성민씨 부부는 집 근처 공원에서 평온하게 산책
기업 고객센터는 그저 친절하게 매뉴얼을 읊어주는 곳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 문제 해결을 유도해 내야 한다. 전문가들이 고객센터 관계자를 두고 ‘마케터나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엔 고객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 때문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 처음엔 소비자의 말에 공감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고 사안을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 친절하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 상담원의 설명에 소비자가 수긍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검토
합의서 비밀유지 조항을 둘러싼 롯데푸드-후로즌델리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다. 롯데 측은 “전은배 후로즌델리 대표가 국회와 언론에 합의내용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은배 대표는 “국회에 합의서 전달을 지시한 건 롯데였고, 당시 롯데푸드 대표의 업무용 차를 타고 국회를 방문했다”며 맞섰다. 그러자 롯데푸드가 증거로 반격했다. 롯데푸드 사장 업무용 차량을 모는 운전기사 A씨의 진술서였다. “본인은 전은배 대표를 국회에 데려다준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진술서에 담긴 주장을 반박하는 녹취록이 나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롯
대기업 전속거래가 도약의 발판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부당대우는 끝이 없었고 거래는 금세 끝났다. 을乙 중에 을이었던 하청업체 대표는 이곳저곳에 민원을 넣은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기업은 “재기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뭔가 석연치 않았는지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도왔다. 하지만 지금 이 협력업체는 ‘을질’을 했다면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롯데푸드와 후로즌델리 전은배 대표의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롯데푸드와 후로즌델리의 분쟁사 풀스토리를 공개한다. 1997년 도산한 아버지의 회사(우성냉동)를 일으키는 덴 많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