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중고시장의 상인들은 고금리·고물가 탓에 전에 없던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지역 개발로 상권마저 작아지고 있다.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자 황학동 상인들은 해가 중천인데도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視리즈 중고시장 황학동의 눈물 두번째 이야기다.중고시장 황학동을 침체에 빠뜨린 첫번째 원인은 고금리·고물가다. 높은 금리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도,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도 어려움에 빠뜨린다. 그러다보니 창업을 하려는 사람도, 창업 준비를 위해 황학동을 찾는 이들도 부쩍 줄었다. 고물가 탓
이은선 소설가의 전국 문학관과 의미있는 작가들의 땅에 관한 여행기, “백석이라니”가 ‘출판사 마저’를 통해 출간됐다. “백석이라니”는 이 작가가 2년 반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기록한 에세이다. 서울신문에 작가의 땅이라는 이름으로 연재가 되었으며, 8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라니시리즈라는 에세이를 출간하고 있는 ‘마저’ 출판사의 세 번째 책이다. 이은선 작가는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코끼리’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발치카 No.9”, “유빙의 숲” 등을 썼으며 안양예고,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
윤회-정현우 바람이 부는 곳에서 천사는 선을 당긴다.처음부터 돌이켜 세울 수 없는 것.유리창을 두드리면 손톱은 깨진다.천사의 뒷모습은 곤충의 눈을 엎어 놓은 틈.등이 없는 사람은 천사를 자르고천사가 엎어진 자리 인간은 선명해진다.식물은 빠르게 죽었다 피고 인간은 느리게 죽어서바깥의 바깥은 울음소리에 골몰하느라천사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발밑에 지렁이들을 긋는다든가국경을 넘다 죽은 소녀늙은 개에게 손짓하는 소녀를 핥고 가는 아침, 나는 빛을 머금은 나무와겨울의 햇빛을 모두 당겨서그런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이 울 때
공동빛-김연덕머리 위로 어두운 구름이 흐른다. 세로로 높이 쌓아올린 책장에서 무너진 책들처럼, 무의식적으로 접혀 삶과 죽음이 사선으로 나누어진 어느 작가 연보의 페이지처럼, 선의 기울기에 의해 가볍게 흐트러지는 작가의 결혼생활과 전원생활처럼, 책이 흘린 그림자가 거실 바닥에 한 겹씩 달라붙어 개개의 공백으로 환히 썩어가는 알 수 없는 흰 숨의 전염처럼, 입 안에서 어두운 구름이 흐른다. 산발적으로 밟는 페달 외래 나무열매가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붉어진 페이지들끼리는 스스로 머뭇대다 넘겨진다. 연보의 첫줄 작가의 느긋하고 척박
편집자 권환 대행 에피소드01차원 이동자(1) "현운 씨, 아까부터 왜 이렇게 졸아요? 한 시간도 못 잤어?"""아, 죄송합니다.... 어제 제가 집을 못 갔거든요.""누가 보면 우리가 먼저 야근하라고 시킨 줄 알겠네. 가서 커피라도 좀 마시고 오세요. 계속 이렇게 놔뒀다간 회의하러 오신 편집장님이 여긴 웬 좀비가 있냐고 놀라실 거 같아."지난 밤 사이 쌓인 피로가 고스란히 밀려오기라도 하는 건지, 원고를 보낸 다음 날은 정말 하루 종일 졸음이 쏟아졌다. 심지어 작가들의 개인 정보가 적힌 종이를 파쇄기에 넣는 와중에도 꾸벅꾸벅 졸아
#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어릴 적 설렜던 날입니다.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그중 가장 두근거렸던 날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미지의 인물 산타할아버지가 갖다주시는 ‘랜덤 선물’의 신비함 때문입니다. # 크리스마스이브는 잠들기 힘든 날입니다. 어떤 선물을 갖다주실까란 설렘,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겼을까란 궁금함이 가득했습니다. 7살이었는지 8살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전 엄마, 아빠에게 선언했습니다.“오늘밤 산타할아버지가 올 때까지 안 잘 거야.” 그러곤 불 꺼진 방에서 베개를 안고 벽에 기댔습니다. ‘오
하성하:필명커피와 평행세계를 좋아합니다. 독립출판을 펴냈습니다. 드로잉과 글쓰기의 경계선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소개글 –눈썹을 만지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든 생각.나는 눈썹 미용사다. 같은 인류지만 지구인과는 다른 행성인. 그들의 눈썹은 쾌감을 위해 존재했다. 본인이 아니라 남이 뽑아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남이 행성인이 아니고 멀리서 온 지구인일때는 더더욱.오른쪽 눈가의 뿌리는 잘 뽑히지 않았다. 유독 질긴 놈이었다. 핀셋을 더 세게 잡으니 한 가닥이 움찔거리며 피 한 방울과
흔히 ‘고전古典’이라 하면 ‘옛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오래되고 새롭지 않은, 그래서 진부한 의미를 담고 있을 거란 선입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전의 진정한 가치는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단순히 ‘옛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이에게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언택트 세상은 기술적으로 많은 발달을 불러왔다. 사람이 있던 곳에 기계가 배치되고, 인간의 손길이 필요했던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앞당겨 정착시키고 있다
거짓미소는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뒷모습으론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와 비로소 긴장이 풀려 잠든 뒷모습처럼 억지웃음으로 치장한 가면을 벗어던진 다음에야 옅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짜 속내를 본다.한지민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등을 돌린 채 바닥에 눕는다. 책을 읽는 누군가는 흘러내린 머리카락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등을 돌리거나 잔뜩 웅크리고 앉아 보이지 않는 표정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읽는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진실일 때도 있지만 쉽게 거짓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꾸밈없는 뒷모습
나는 이 글을 동네 카페에서 쓰고 있다. 점심시간 이후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예전을 떠올리면 지금 이 공간은 오붓할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단계가 바뀔 때마다 카페의 구조도 조금씩 달라진다. 중앙에 있던 큰 테이블이 빠진 지는 오래되었다. 거기에 작은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음료를 주문하는 자와 주문받는 자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다. 음료를 섭취할 때 빼고는 모두들 마스크를 낀 채로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상했을 풍경이 이제는 더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통유리로 된 문밖을 바라본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빈貧과 아픔을 팔지 않았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따윈 필요 없었다. 대표와 직원은 월급을 공개했다. 후원금은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힌 뒤 썼다. 아동 멘토링 전문 NGO 러빙핸즈. 보듬을 필요가 있는 아동을 최장 10년간 1대1 멘토링 해주는 NGO다. 설립 초기엔 ‘어떤 멘토가 10년이나 멘토링하겠느냐’는 비판에 시달렸다. ‘비용은 많이 들고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란 조롱 섞인 핀잔도 받았다. 그럴수록 러빙핸즈는 진심과 진실을 내세웠고, 지금은 놀라운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
직장인들이 회사 대신 집으로 출근을 한다. 학생들은 개학을 기다리며 집안에 갇혔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사람들이 거리를 조심스럽게 걷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속 갇힌 사람들의 심경을 취재했다. 6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승규(가명·42)씨는 요즘 회사 눈치를 보느라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코로나19
너희 잠깐 술 먹지 말고 형 말 들어봐. 잠깐이면 된다니까. 야야, 거기 잔 내려놔. 내려놔 봐 임마. 중요한 얘기야. 너희도 듣고 나면 피가 되고 근육이 되는 얘기라고. 진짜라니까. 아니면 내가 이 자리 쏜다.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베트남 여자 두들겨 패는 남자 동영상 다들 봤지. 안 봤어? 안 봤어도 무슨 일인지는 알 거 아냐. 여자가 바람피워서 팬 거 아니냐고? 야, 뉴스 좀 읽어라, 읽어. 주먹만 한 지 새끼 앞에서 엄마 때려서 뼈까지 부러뜨린 일도 몰라? 한국말 다 아는데 못 알아듣는 척해서 팬 거 아니냐고? 얘는 뉴스를 읽
페트리코박소희(소설가)우리가 맡는 비 내음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페트리코(petrichor)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페트라(petra)와 신의 피를 의미하는 이코(ichor)가 합쳐져 만들어졌다.그는 언젠가 읽었던 문장을 떠올린다. 비 냄새. 비 냄새, 라고 그는 중얼거린다. 코에 비릿한 물 냄새가 스미는 것 같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는다. 여름을 벗어난 창밖 구름에도 물기라고는 없다. 아직, 이라고 그는 중얼거린다. 그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커피 위로 김이 느리게 피어오른다. 잔에 담긴 커피는 검고,
유리빛 말하려고 했다. 오래된 부엌에 대해, 그러니까 나만의 작은 세계가 눈에 띄지 않게 불어나는 방식에 대해. ✳ 전에 없던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어둠 속에 손잡이만 남을 때까지. 창에 비친 얼굴들이 잠들 때까지. 누군갈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엔 내가 더 많아진 기분이 들어. 마지막이 아니어도 느끼곤 했다. 반만 남은 뒷모습이 잦아들다가 더욱더 흐려지다 순간 반짝이다가, 온갖 빛 온갖 소음에 섞여 코너 밖으로 조금씩 밀리던 오후. 나는 그 자리에 벽돌 같이 가만히 서서 눈앞의 도시를 바라보곤 했어. 이상하지.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
[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지난 7월 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예지책방은 "그림책은 어떻게 내게로 왔나"라는 주제로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고정순 작가의 저서로는 그림책 최고 멋진 날 (2013),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2014), 슈퍼고양이 (2016), 점복이 깜정이 (2017), 가드를 올리고 (2017),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2018), 엄마 왜 안 와 (2018), 철사 코끼리 (2018),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2019),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2019), 산문집
일시 : 2019년 8월참석자 : 김지윤(인터뷰어, 문학평론가, 시인), 최종천(시인)인간과 달리 고통도, 피로도, 죽음도 알지 못하는 기계는 생명이 없는 대신 영원을 얻을 수 있다. 대신 기계는 사색하지 않는다. 죽음이 없으니 삶을 성찰할 필요가 없고 끝이 없으니 지나간 시간과 현재를 사유할 필요가 없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인간은 갈대처럼 약하고 유한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귀하다고. 최종천 시집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반걸음, 20
지난 7일 조은이책방에서 최영미 시인의 낭송회가 있었다. 이번 낭송회는 최영미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출판 기념을 겸했다. 이 시집은 지난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을 발표하고 1년 6개월만에 출간됐다. 그리고 6년만에 나온 새 시집이기도 하다.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은 모두 4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최영미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마지막 시집이다’라고 생각할 만큼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시집 역시 자신을 모두 쏟아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는 최영미 시인이 “등단 소감” 같은 20
붉은 그네 이혜미(시인) 무릎이 저녁의 끝까지 당겨질 때혼자의 형식이 완성된다 깊이는 자주 무너졌지아름다운 것 앞에서징그러운 것 속에서 숨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얼만큼일까 치솟을수록 더 멀리 뒤쳐질 것을 몰라서사소해진 위치만큼 입꼬리를 올리고어떻게든 되돌아오는 처음에 대해 생각했지 흐린 곡선 위에 앉아 조금씩 흔들렸지만문득 돌아보면높이가 각도로 바뀌는 세계 썰물처럼 마음이 빠져나간 곳에깨진 유리들이 반짝이며 수북해질 것을 알아서 그네를 밀어주던 사람이새로운 뒷모습을 얻는 시간에 대해 떠올리고 떠올랐지 그네줄이 손끝에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