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전시회를 계획하거나 준비할 때면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치곤 한다. 전시회를 1년에 단 한번 준비하더라도 고민할 게 정말 많아서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 정도이니, 작가의 고민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필자가 아는 작가 중 한명은 “내 일생을 한번의 전시로 표현하겠다”면서 전시회를 지금까지 미루고 있는데, 어쩔 땐 그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만큼 전시회는 작가의 삶이자 철학을 치열하게 투영한 공간적·정신적 배경이다. 여기 20여년간 ‘재료 실험’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가 있다. 씨킴(CI KIM)이다. 그의 1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공간이 속속 재개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올가을께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라앉았던 전시계가 기지개를 다시 펴는 조짐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전시는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저녁의 시간전展’이다. 전시소개에 앞서 재개관을 준비 중인 ‘아라리오’란 아트조직이 한국 아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의미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우선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
갤러리엔 ‘큐레이터(curator)’가 있다. 큐레이터의 역할은 좋은 작품을 관람객이나 컬렉터의 취향에 맞춰 소개 또는 추천하는 것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머릿속에 상당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다면 작품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큐레이터 중 몇몇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사업화하는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디렉터(director)라고 부른다.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양할 순 있지만, 디렉터급 큐레이터는 경력이 많고, 전문성을 갖는다. 예술품 쇼핑 중독자 찰스 사치의 최초 문답집
섈 위 아트 세번째 편은 인상적인 작품 전시를 회상하려 한다. 2019년 5월 23일~10월 1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하모니(Voice of Harmony)’전이다. 이 전시회는 씨 킴(CI KIM) 작가의 열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씨 킴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본 것은 2017년 열린 그의 개인전 ‘논다놀아’전에서였다. 당시 작품들은 그 수나 스케일 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씨킴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분류하면 ‘나이브 아트(naive art)’ 혹은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라
숲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하나의 생명체다.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숲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 생명력을 드러낸다. 다양한 세대·국적·예술관을 가진 작가들과 이색적인 작업을 이어온 아라리오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뉴욕 온라인 뷰잉룸(OVR)에 출품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숲 Foret’ 그룹전을 연다.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됐던 작가들의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담은 작품, 일본과 독일 출신 작가의 작
5·16 군사정변과 유신체제에 있던 1970년대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억압의 시간이었다. 일부 개방된 문호를 통해 국제미술의 실험적 미술경향을 접할 순 있었지만 실험적인 작업과 전시들엔 어김없이 제재가 가해졌다. 공인된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추상미술뿐이었고 모노톤의 단색화가 주를 이뤘다. 당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활동을 시작한 최병소 작가 역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들의 실험정신만은 잃지 않으려 했다. 단색화와 실험미술 사이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나갔다.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사진을 이용해 작업한 ‘
벽화·걸개그림 등으로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가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We Are Concern about Nothing’ 이후 한국에서 여는 두번째 전시 ‘Lost in Par ody’에선 신작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화려한 색감과 붓질이 특징인 누그로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유쾌한 만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눈만 내놓은 채 가면으로 가린 얼굴들은 하나같이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평화로운 듯싶으면서도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땐 그가 살아온 배
중국 작가 쑨쉰(오른쪽 사진)의 ‘망새의 눈물’이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중국의 젊은 작가 쑨쉰孙逊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6일부터 열린다. 쑨쉰은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 선두 작가다. 항저우 중국미술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한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건 그리 오래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