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운영해온 서울점자도서관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폐관 이유로 서울시의 지원예산 축소를 지목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장애인도서관 예산이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쪽은 줄었다고 하고 한쪽은 늘렸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더스쿠프가 서울점자도서관 지원 예산과 폐관 이유를 살펴봤다.2023년 12월 31일, 서울점자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1992년 1월에 개관했으니, 31년 만의 폐관이다. 서울점자도서관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연)가 운영해온 민간기관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공간이었다. 실물 점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황여정 외 10명 지음 | 문학동네 펴냄한국사회 노동을 더 사실적으로 다루기 위해 모인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가 나왔다. 창작 규칙은 세가지다. 평범한 사람의 먹고사는 문제에 문제의식을 가질 것, 최근 5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직접 발품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매일 같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오성인 지음 | 걷는사람 펴냄오성인 시인은 장소를 매개로 기억을 떠올린다. 그 기억은 대
「장미의 문화사」사이먼 몰리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장미 인문학’이다. 미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를 지식의 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회화, 종교, 정신분석학, 철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장미와 관련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장미가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역사를 알 수 있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아르테 펴냄 “창조적 인간이 돼야 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이
”작가를 안 들여 보내면 누구를 들여보낼거야“작가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2023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식에 울렸다. 오정희 소설가가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항의 방문을 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경호원들과 몸싸움 끝에 바닥에 쓰러졌다. 격렬한 저항을 하는 예술가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의 이름을 외치며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날아들어오는 손발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였다. ‘아르코
#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이 말을 ‘경제’로 좁혀서 해석하면, 자유시장경제의 한계인 ‘승자독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거다. 이 말을 실현하려면 어떤 개념적 틀을 준비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사회적경제다. 연대와 포용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는 자유시장경제의 단점을 메워주는 합리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사회적경제를 집중적으로 육성했을까. 2022년 5월 10일. 4만1000명 참석자의 눈이 한사람의 입으로 쏠렸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헝가리 출신 사막 탐사가인 라즐로 알마시(랄프 파인스)는 리비아 사막에서 영국 출신 사막 탐사가 제프리 클리프턴(콜린 퍼스)과 합류한다. 두 탐사가의 협업은 원래 문제 될 게 전혀 없는데, 제프리가 아내인 캐서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을 사막까지 데려오면서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 아내를 사막까지 데려온 남편도 어이없고, 따라온 아내도 딱하다.알마시와 캐서린의 회복불능의 ‘잘못된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서로가 찾던 짝을 그 사막에서 만난다. 캐서린은 알마시와의 첫 대면에서 그가 쓴 사막 탐사기를 읽어보았다면
세계 최고수 킬러들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탄환열차에 동승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발군의 킬러들은 ‘탠저린’과 ‘레몬’이라는 환상의 2인조 킬러다. 그들은 볼리비아에서는 ‘하얀 사신’의 야쿠자 조직을 박살내고, 홍콩에서는 중국의 삼합회를 초토화한다. 그들이 펼치는 사람 죽이는 환상적인 호흡은 거의 예술의 경지다. 영화 속에서 살벌한 영국 출신 킬러로 나오는 ‘탠저린’과 ‘레몬’의 코드네임은 조금 ‘깬다.’ 탄환열차에 모여든 다른 킬러들의 코드네임은 킬러답게 살벌하다. ‘하얀 사신死神’도 있고, ‘늑대’와 ‘말벌’도 있다. 그럴
영화 속 ‘레몬’은 그 직업상 분명 빌런이어야 하는데 왠지 빌런스럽지 않은 독특한 해결사다. 영화 속에서 잠깐씩 보여주는 그의 킬러 경력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볼리비아, 홍콩 등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한다. 그런데 레몬의 내면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킬러’ 레몬이 지금까지 몇명이나 죽였을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직업’은 불문에 부치고 ‘인간 레몬’만을 떼놓고 보면 썩 괜찮은 인물이다. 문득 응원하고 싶어진다.화면 속에 잠깐 스쳐가는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면 그다지 교육을 많이 받지는 않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의 보스로 등장하는 ‘하얀 사신’이 적을 제거하는 방식은 조금은 독특하다. 항상 상대의 무기로 상대를 처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병법 36계에 나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남의 칼을 빌려서 죽인다는 뜻이다.차도살인은 최고의 병법 중 하나다. 우선 비용이 덜 든다. 상대를 제거하지만 상대는 그가 누구의 칼에 죽었는지 헛갈려서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지도 헛갈린다. 관전자들도 누가 범인인지 알쏭달쏭하다. 살인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하얀 사신’은 마음에 안 드는 아들도 남의 손을 빌려 처단하고, 아내
1000만불이 든 돈가방을 노리고 세계 최고의 킬러들이 몰려든 ‘탄환열차’는 전쟁터가 된다. 전쟁은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수단과 방법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무력에 호소하는 ‘마지막 수단(last resort)’이자 궁극적인 해법이다. 말이 필요 없다. 탠저린과 레몬, 늑대와 말벌들이 닥치는 대로 쏘아버리고 베어버리고, 두들겨 패고 독침을 찔러버리기도 한다.이 살벌한 전쟁터에 조금 특이하고 생뚱맞은 킬러가 등장한다. 더 이상 살상殺傷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무당벌레(브래드 피트)’다. 무당벌레는 살상은 하지 않고 ‘도덕적’이고 옳은
1000만불이 든 돈가방을 노리고 ‘탄환열차’에 모여든 킬러들은 모두 용병傭兵들이다. 용병이란 자신의 전투가 아닌 남의 전투를 돈 받고 대신해 주는 존재들이다. 전쟁 당사자들의 옳고 그름이나 명분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전쟁의 승패에도 무관심하다.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일정한 역할을 해주고 그에 따른 급여만 받으면 그만이다.영화 속 용병킬러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메디치(Medici)가家의 유명한 책사 마키아벨리(Machiavelli)가 「군주론」에 정리한 용병들의 행태와 참으로 닮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아무리 다급해도 용병만은
‘탄환열차’에 실린 1000만불이 든 가방을 노리는 킬러들은 국적과 인종만 다양한 게 아니라 세대도 다양하다. 러시아 킬러 70대 ‘하얀 사신’과 일본 전직 야쿠자 간부 ‘장로’도 있다. 미국의 50대 ‘무당벌레’, 영국의 40대 듀오 ‘탠저린’과 ‘레몬’, 멕시코 30대 ‘늑대’와 20대 ‘말벌’, 그리고 국적 불문의 10대 소녀 ‘왕자’도 있다. 전후 세대부터 X, Y, MZ, α 세대까지 망라한다. 과연 어느 세대 대표선수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시니어 시스템이 확고한 일본 원작이어서일까. 우승컵은 일본의 70대 장로에게 돌아간
어느 직종이든 ‘베테랑’은 직업병을 얻기 마련이다. 발군의 해결사 ‘무당벌레’도 직업병에 시달린다. 매사에 불안하고 자신의 업무수행 중에 어이없이 죽어간 사람들에게 느끼는 죄책감도 상당하다. 일선에서 물러나 정신치료 상담을 받던 중 인력소개 에이전트 ‘마리아’가 의뢰하는 ‘가방 하나 가져오는’ 매우 안전하고 간단한 일을 수락한다.무당벌레는 이번에야말로 결코 살인은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신념으로 총칼은 모두 버려두고 폭죽ㆍ수면제 따위만 챙겨서 탄환열차를 탄다. 정신치료 상담사 ‘하비 박사’는 무당벌레에게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문제는
나이 지긋한 영화의 주인공 ‘무당벌레(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는 ‘킬러’치고는 무척이나 독특하다. 킬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끼고 반쯤 은퇴한 상태다. 일일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저지른 살인과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죽음에 죄의식을 느끼고 정신과 의사 상담까지 받는 중이다.그런 ‘무당벌레’가 마리아의 의뢰로 다시 현장에 복귀한다. 마리아는 탄환열차에서 가방 하나 가져오는 매우 간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일을 시키는 사람은 항상 쉽게 얘기한다. 무당벌레는 그 일이 마리아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으리라는 것을 베테랑답게 간파한다. 말처럼
2인조 킬러 ‘탠저린’과 ‘레몬’은 삼합회 조직에 납치당한 ‘하얀 사신’의 외아들을 구출하고 몸값으로 지불했던 1000만불 돈가방까지 회수하는 미션에 성공해 교토행 탄환열차에 탑승한다. 이제 교토역에서 ‘하얀 사신’에게 아들과 돈가방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차츰 분위기가 이상해진다.열차 안에서 ‘하얀 사신’의 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돈가방까지 사라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열차 안에 누군가 만만치 않은 ‘나쁜 놈’이 타고 있다. 2인조 킬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직감한다.‘탠저린
잠깐만 생각해보자. 희생과 참사엔 책임 소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사망이나 사고로 명명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어려워진다. 권력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대체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이번 편에선 영화 불릿 트레인 속 주인공들의 ‘무책임론’부터 얘기해봐야겠다. 탄환열차 속에서 살인청부업자들이 좌충우돌한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나온다. 환상의 2인조 킬러 탠저린과 레몬은 삼합회에 납치된 ‘하얀 사신’의 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처치한 삼합회 조직원이 16명이었는지 17명이었는지를 놓고 다툰다.
도쿄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탄환열차’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분기탱천한 킬러들이 저마다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 야쿠자 보스 ‘하얀 사신’은 아내의 죽음에 책임 있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분노하고, 키무라는 아들을 해친 ‘왕자’에게 이를 갈고, ‘왕자’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하얀 사신’에게 독을 품고, ‘늑대’는 연인을 독살한 ‘말벌’을 쫓아 이를 갈며 탄환열차에 오른다.모두가 분노에 치를 떨며 각자 분노의 대상을 처단하려는 독기로 차오른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그 과정에 엉뚱한 상대끼리 총질을 해대기도 한다. 그 사고들
1965년 평안도 개천에서 태어났다. 2005년 8월에 탈북해 2006년 8월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16년에 숭실사이버대학교를 졸업했으며 2017년 12월 ʻK-스토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 연장전』(2020), 『계곡의 찬 기운 뼛속으로 스며들 때』(2022) 등을 출간했다.나는 북한 평안도에서 살다가 남한으로 왔다. 고향을 떠나온 지 15년이 넘어 평안도 말을 거의 잊어버렸는데 아직도 남한 사람들은 내가 북한 사람임을 바로 알아봤다. 서울 말투에 동화되어 고향 말을 들으면 정(情) 답기도 하지만
‘불릿 트레인(Bullet Trainㆍ2022)’은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신작 액션 코미디 물이다.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 세계적으로 2억4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면 흥행에 성공한 셈인데, 우리나라에선 흥행 보증수표라 일컬을 만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임에도 흥행에 참패한 듯하다. 왜 일까. 우리나라에서 ‘불릿 트레인’이 실패한 까닭을 말하라고 한다면, 첫번째 ‘왜색倭色’을 꼬집을 수 있다. ‘왜색’을 향한 우리나라 관객의 거부감은 제아무리 브래드 피트라고 해도 ‘넘사벽’이다.우리가 ‘불릿 트레인’의 ‘왜색’에 섭섭했다면,
영화 속 V의 캐릭터는 대단히 독특하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비밀경찰로부터 이비(Evey)를 구출하는 등장부터 남다르다. 16세기 복장으로 나타나 검 하나로 3명의 비밀경찰들의 총을 제압한다. V에게 구출된 이비가 깨어난 곳은 위치를 알 수 없는 V의 아지트다. 사방에는 온통 빛바랜 고전 서적들이 쌓여있다. 인사동 고서점 창고 같다. V는 슈틀러 일당을 때려잡는 업무 외 시간은 오직 그 고서를 읽으면서 보낸다. 벽에도 모두 고전 회화들이 걸려 있다. 중세 기사의 갑옷도 있다.V는 중세 기사의 갑옷을 상대로 검술을 연마하는 한편 흑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