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디벨로퍼 네오밸류의 변신
앨리웨이에서 누디트까지
땅 찾기 어려운 시절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론칭

여태까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정부의 대규모 주택 개발이나 민간의 도시정비사업에 기대왔다. 이때 생기는 거대한 공동주택은 필연적으로 거대한 쇼핑몰을 불러왔다. 네오밸류는 이런 기회를 잡아 대형상가 ‘앨리웨이’ 브랜드를 운영해온 디벨로퍼다. 하지만 상가 공실이 늘면서 네오밸류 역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이들이 발굴한 전략적 대안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전통적인 부동산 디벨로퍼들도 최근 도심 내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전통적인 부동산 디벨로퍼들도 최근 도심 내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을 해본다고 가정하자. 빈 땅이 있다면 게임 유저들은 무엇부터 만들까. 대부분은 공동주택일 거다. 그다음으로는 대형상가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새 주택이 들어선 자리엔 언제나 새 쇼핑센터가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 경기ㆍ인천 지역에선 도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신규 주택 지구가 계속 생겨났고 그 땅에는 아파트와 함께 거대한 상가가 들어섰다. 새롭게 이주하는 사람들을 배후 소비자로 삼아 성장하는 상가였다. 

이런 상가는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ㆍ여가ㆍ소비를 책임지면서 택지지구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사례는 적지 않다. 광교신도시 호수 옆에 들어선 ‘앨리웨이 광교’, 인천 도화 주택지구 인근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주변에 생긴 ‘앨리웨이 인천’ 등이 대표적이다.

골목길이라는 뜻을 가진 ‘앨리웨이’는 부동산 개발업체 네오밸류가 만든 상가 브랜드다. 분양만 하고 손을 떼버리는 다른 디벨로퍼와 달리 네오밸류는 앨리웨이의 분양은 최소화하고 주로 상가 임차인을 직접 모집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만들기만 하면 성공’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상가시장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4분기만 하더라도 서울ㆍ경기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의 공실률은 각각 8.0%, 9.1%였지만 2023년 3분기가 되자 그 수치는 8.8%, 10.7%로 각각 0.8%포인트, 1.6%포인트 상승했다.

소규모 상가(330㎡ 이하) 역시 비슷했다. 3.9%였던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6%로 1.7%포인트, 경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8%에서 6.8%로 2.0%포인트 올라갔다. 

상가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규모 공동주택의 공급도 줄었다. 2021년 착공 허가를 받은 주택 용도 건물은 7만3145동이었지만 2022년에는 5만8847동으로 19.5% 줄었다. 착공한 주택용 건물이 줄었다는 건 공동주택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춤했다는 방증이다. 대형상가도 그만큼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가시장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네오밸류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2014년 강남보금자리지구의 오피스텔부터 2018년 구리갈매역세권 개발사업의 주상복합, 2019년 앨리웨이 광교부터 2021년 앨리웨이 인천에 이르기까지 디벨로퍼의 ‘전통적 영역’에서 활동해 왔던 네오밸류는 최근 방향을 틀었다.

복합문화공간 ‘누디트(Noudit)’를 통해서다. 이는 새로움을 뜻하는 Nou와 이야기를 의미하는 dit를 합성한 단어인데, 네오밸류는 누디트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임차인을 구성해 운영한다. 상가를 넘어 복합문화공간까지 운영한다는 거다. 

지금까지 네오밸류가 선보인 ‘누디트’는 2022년 5월 문을 연 누디트익선부터 지난 5월 준공한 누디트서울숲, 7월부터 입주자를 받은 누디트홍대로 총 3곳이다.[※참고: 2022년 5월 당시 누디트익선의 이름은 루프스테이션익선이었지만 2023년 누디트 브랜드 론칭과 함께 이름을 바꿨다.]

이중 누디트홍대는 여태까지 선보인 누디트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젊음을 상징하는 홍대 거리에서부터 최근 방문객이 늘어난 연남동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넓다. 이 때문에 누디트는 홍대 방문객과 장기 거주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연남동 일대에서 다양한 멤버십 공간을 운영하는 공간기획업체 로컬스티치와의 협업이었다. 로컬스티치의 멤버십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방문해 라운지ㆍ회의실 등을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로컬스티치의 코리빙 공간도 좀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많은 홍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셈이다.

지난 8일 누디트홍대 개관 행사에서 네오밸류 관계자는 “홍대입구역 일대에는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멤버십 공간이 밀집해 있다”며 “누디트와 로컬스티치가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협업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복합문화공간 ‘누디트’가 얼어붙은 상가시장을 대신할 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김신희 네오밸류 자산관리 부문 대표는 “아직까지 누디트의 사업 비중을 앨리웨이(상가) 대비 어느 정도로 맞출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도심 내에서 땅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심 내에서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할 만한 토지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누디트’가 얼마나 더 많이 생길지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확정된 건 아니지만 네오밸류는 용산전자상가 재개발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도심에서 잘 나오지 않는 대규모 개발 계획이라서다. 누디트로 새로운 길을 찾아낸 네오밸류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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