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섣부름의 실패학➊ 또 문 닫은 싸이월드
싸이월드 오픈 1년 6개월
1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
이용자 수, 신규 설치 급감
리뉴얼 선언하며 문 닫았지만
판 뒤엎을 ‘반전카드’ 있을까

싸이월드가 다시 문을 닫은 지 3개월이 흘렀다.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는 “더 나은 서비스와 콘텐츠로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세울 만한 게 없어 보인다. 핵심 서비스였던 메타버스 서비스는 이용자가 저조해 문을 닫았고, 암호화폐 등 연계 서비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별점을 꾀하지 못한 싸이월드의 ‘섣부른 오픈’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섣부름의 실패학 1편에서  ‘또 문 닫은 싸이월드’의 미래를 진단했다.   

싸이월드가 리뉴얼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싸이월드가 리뉴얼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SNS의 원조’라 불리는 싸이월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던 이 플랫폼은 지난해 4월 2일 리뉴얼해 론칭하면서 ‘제2의 도약’을 알렸다. 싸이월드의 향수를 기억하는 이용자의 관심 덕분에 초창기엔 인기가 꽤 많았다. 싸이월드에 따르면, 론칭 후 일주일간 싸이월드를 다녀간 이용자 수는 390만명이 넘었고,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최대 245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 등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SNS의 틈바구니 속에서 싸이월드는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에 업로드했던 사진과 게시물을 둘러보는 게 싸이월드 핵심 기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타버스 서비스인 ‘싸이타운’ 앱을 선보이긴 했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암울한 상황은 곧 통계로 드러났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76만명이었던 싸이월드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올해 10월 34만명으로 1년 6개월 새 90.9% 감소했다. 앱 신규 설치 건수도 같은 기간 287만건에서 3만2000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싸이월드를 떠나는 기존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규 이용자 유입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지난 7월 31일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는 앱 내 공지를 통해 “싸이월드가 국민 SNS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성장형 콘텐츠와 싸이월드만의 특색을 가진 기능으로 무장한 싸이월드 3.0을 선보일 것”이라면서 “리뉴얼을 위해 오는 8월 1일부터 싸이월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리뉴얼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1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연말쯤에 싸이월드 3.0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싸이월드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앱에 접속할 순 있지만, 미니홈피(개인 페이지)를 관리하거나 사진첩·게시물을 열람할 수 없다. 리뉴얼 때문이라곤 하지만 지금으로선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새 단장을 끝마쳤을 때의 싸이월드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수 있을까. 김대경 동아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싸이월드가 반짝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사진첩과 게시물의 힘 덕분이었다. 어릴 적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과 글을 추억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쏠린 거다. 싸이월드가 레트로 감성으로 마케팅 효과를 누린 셈인데, 이는 지속 효과가 짧은 일회성 마케팅이다. 리뉴얼 때엔 추억이 아닌 다른 무기가 필요하단 얘기다. ”

문제는 싸이월드의 서비스엔 돌풍을 일으킬 만한 ‘한방’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싸이타운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이용자의 분신인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공간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거다. 향후 싸이타운과 연계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싸이월드에 얹겠다는 게 싸이월드제트의 미래 플랜이었다.

하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가 7월 기준 1만건(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머무를 정도로 싸이타운의 이용자 수는 저조하다. 싸이타운을 향한 이용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다른 사용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맵(공간)을 돌아다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지적도 숱하다. 한마디로 말해 즐길 거리가 없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싸이월드는 지난 7월 말 싸이타운 서비스를 종료했다. 메타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싸이월드로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싸이월드의 이름에 힘입어 운영 중인 다른 연계 서비스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싸이월드제트가 운영 중인 가상자산 ‘도토리(DTR)’가 그렇다. 당초 싸이월드제트는 도토리를 암호화폐로 키울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이를 위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MEXC, BitMart, Lbank에 도토리를 상장했다. 지난 7월 15일엔 좀 더 규모가 큰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게이트아이오’에도 상장할 계획이라는 걸 밝혔다.

하지만 3개월이 흐른 지금 도토리는 어째서인지 게이트아이오에 상장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도토리의 가격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7월 31일 1.24달러였던 도토리 가격은 현재 91.9% 하락한 0.1달러(11월 20일 기준·MEXC)에 머물러 있다. 8월 이후로 가격이 하락세를 띤 것으로 볼 때 싸이월드 서비스 중단이 도토리 가격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도입 예정이던 암호화폐 관리 서비스 ‘부리또 월렛’도 발이 묶였다. 부리또 월렛은 1300개의 암호화폐를 일괄 관리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는 싸이월드에 로그인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암호화폐를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서비스 중단에 들어서면서 도입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싸이월드3.0에 적용한다손 치더라도 싸이월드를 견인할 만큼의 경쟁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러는 사이에도 SNS 업체들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 메타가 새 SNS 서비스 ‘스레드’를 출시하며 SNS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모으며 흥행 반열에 올랐다. 4개월이 흐른 지금 열기가 많이 시들긴 했지만, 국내에서도 MAU 73만명(아이지에이웍스·8월 기준)을 모으며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싸이월드의 ‘추억 마케팅’은 효력이 끝났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서비스는 거의 없다. 경쟁력을 높일 만한 묘안을 구하지 못한 채 대문부터 열어젖혔으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싸이월드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로 무장한 싸이월드3.0을 선보이겠다며 문을 걸어 잠갔다.

리뉴얼이라곤 하지만 급감하는 이용자 수에 등 떠밀리듯 내놓은 대책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20일이 지나 또한번 모습을 바꾼 싸이월드를 소비자들이 과연 두 팔 벌려 반겨줄까. 또다시 ‘섣부른 결정’을 한 건 아닐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