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2023 스타트업 열전 8편
이석중 에이원인더스트리 대표
친환경 브랜드 ‘베베버블’ 론칭
저자극 유아용 세탁세제 인기
입소문 타고 매출 증가세
OEM 하지 않고 직접 제조
세탁공장 운영하며 역량 쌓아
마케팅 없이 품질로 승부수

# 우리나라 출산율이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육아용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아이를 위한 투자와 놀이 문화 지출은 되레 늘고 있다는 거다. 

# 키즈산업이 블루오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브랜드와 자본이 시장에 몰려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크지도 않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유아용 세탁세제’로 조용히 입지를 다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저자극ㆍ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베베버블’이다. 

# 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가 베베버블을 만든 이석중(37) 에이원인더스트리 대표를 만났다. 흥미롭게도 그는 육아대디다. 피부가 약한 딸을 위해 3년간 직접 연구해 친환경 세제를 만들었는데, 그게 ‘베베버블’의 토대가 됐다. 2023 스타트업 열전 여덟번째 편이다.

이석중 대표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석중 대표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꼴찌(0.78명)를 기록했다. 한해 출생아 수가 10년 만에 반토막(2012년 50만명→2022년 25만명)이 났다. 올해는 출산율이 0.7명 아래로 내려갈 위기에 처해 있다. 전년 대비 월 출생아 수 감소는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저출산 해소에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고도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유아용품에 지갑 열리는 소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2년 8조원 규모였던 국내 키즈산업은 2018년 4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한국 키즈산업이 2025년에 5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경기가 끝없이 침체하는 요즘도 아기 전용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키즈 불패’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아이 낳는 부모가 부쩍 줄었는데, 키즈산업은 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한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를 지목한다. 이전보다 덜 낳고, 늦게 낳는 만큼 아이를 귀하게 키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거다. 

한명의 자녀만 갖는 가정이 늘면서 부모는 물론 조부모ㆍ이모ㆍ고모ㆍ삼촌ㆍ친구까지 가세해 아기 전용 놀이용품이나 먹거리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텐포켓’ 소비 패턴이나 하나뿐인 아이를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도 키즈산업 열풍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그만큼 부모는 유아용 제품이나 식품을 깐깐하게 고른다. 가령, 아이들의 간식이나 장난감의 성분을 따져 묻는 부모도 부쩍 늘어났다. 이렇게 ‘깐깐하고 독한’ 시장에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유아용 생활용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베베버블’이다. 베베버블의 첫 제품인 세탁세제 ‘베베버블 디오리진’은 광고나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기 전용 세제를 좀 안다’는 부모 사이에선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 

비결은 단순하다.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자극이 적은 세제를 직접 제조했다는 점이다. 베베버블을 론칭한 이석중 에이원인더스트리 대표는 “우리 가족이 직접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이원인더스트리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자. 

✚ 최근 신제품을 공개했다고 들었습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유아용 샴푸ㆍ바디워시 제품입니다. 이름은 ‘베베버블 탑투토워시’입니다. 기존 유아용 세탁세제 ‘베베버블 디오리진’을 함께 구성한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과 저자극, 베베버블의 콘셉트는 참 일관적입니다. 
“세탁세제인 디오리진에서부터 지켜온 고집입니다. 디오리진은 환경워킹그룹(EWG)이 인증한 올그린 등급의 원료만 활용해 제조했습니다. 피부 자극 임상실험(더마테스트ㆍKATRI)도 마쳤고, 유럽연합(EU)이 선정한 26종의 알레르기 유발물질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친수성 원료들만 써 물에 잘 녹기에 많이 헹구지 않아도 잔류 세제가 거의 없다보니 당연히 아기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현재 기술력으로 계측할 수 있는 생분해도가 99%를 초과했습니다.”

✚ 너무 좋은 원료만 쓰면 세정력이 감소하는 건 아닐까요. 저 역시 친환경 유아 전용 세탁세제를 써봤는데,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유아세제는 세탁이 잘되지 않는다, 가격이 비싸다’가 일반적인 선입견일 텐데요. 다른 유아 전용 프리미엄 세탁세제와 대조실험을 KATRI를 통해 진행했는데, 세정력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표면장력계수나 거품 높이 등에서 우리 제품이 우수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유아 전용 세탁세제 ‘베베버블 디오리진’은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어났다.[사진=에이원인더스트리 제공]
유아 전용 세탁세제 ‘베베버블 디오리진’은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어났다.[사진=에이원인더스트리 제공]

✚ 우수한 품질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만 꼽자면 직접 만든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는 프리미엄 유아용 세제라면서 제품 제작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베베버블은 그렇지 않습니다. 에이원인더스트리가 직접 개발하고, 직접 만듭니다.” 

✚ 정말 입소문이 날 만합니다. 
“사업을 워낙 작게 시작했고, 연구ㆍ개발(R&D)과 제조까지 직접 하다 보니 재원이 부족했습니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힘을 쓸 여력이 없었죠. 그래서 제품을 내놓고도 경쟁력을 알아주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 기억에 남는 고객의 후기가 있었을까요.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와이셔츠 옷깃이 닿는 목 부분에 항상 빨갛게 피부질환이 있었다고 합니다. 베베버블은 순전히 아이를 위해서 산 건데, 마침 일반 세탁세제를 다 쓰는 바람에 와이셔츠도 베베버블로 세탁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후부턴 피부질환이 가라앉았다더라고요.”

✚ 어른들도 요긴하게 쓸 수 있군요.
“어느 산모께선 SNS 메시지로 편지를 써주셨어요. 스테로이드성 연고를 장기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온몸에 피부질환이 발생했는데, 베베버블을 사용한 이후로 피부 자극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겁니다. 덕분에 연고를 안 써도 돼서 고마웠다는 장문의 편지를 받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렇게 입소문이 나는 데까진 적잖은 난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유아용품 시장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습니다. 특히 세탁세제의 경우 다 비슷비슷한 마케팅과 어필 포인트(소구점)를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 제품은 깨끗하고 자극이 적다’는 겁니다. 더구나 세탁세제는 한번 사면 집에 대량으로 구매해 쓰고, 또 쓰던 걸 계속 쓰는 경향이 있잖아요. ‘한번 써보면 계속 써줄 텐데’란 자신감은 있었지만, 마케팅 없이 시장을 공략하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 그래도 묵묵히 시장의 반응을 기다렸군요.
“차라리 식품이었다면 시식을 통해서라도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세탁세제다 보니 그런 게 어려웠죠. 그래도 조금씩 품질을 인정받아서 다행입니다.”

✚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건 아니었다고요.
“원래 직업은 게임 개발자였습니다. 거의 8년을 했죠.”

✚ 베테랑 개발자였군요. 어쩌다가 키즈 산업에 뛰어들게 됐죠.
“부모님이 세탁공장을 운영했어요. 개발자였던 전 틈틈이 공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걸 도와드렸는데, 결혼 이후에 공장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세탁세제는 직접 개발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제 삶을 뒤흔들 변곡점에 직면했습니다.” 

✚ 변곡점은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제 딸이 태어난 겁니다. 그런데 제가 아토피 증상이 있었고, 안타깝게도 딸이 그걸 물려받았어요.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유아용 제품도 딸의 피부 트러블을 가라앉히질 못했습니다. 저는 3년간 ‘우리 딸도 쓸 수 있는 세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실험을 반복하다가 베베버블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실험 대상은 저였습니다. 말씀드렸던 아토피 증상이 있는 제 피부는 자극에 민감하거든요.” 

✚ 콘셉트가 일관적인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군요.
“저와 제 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면 팔고 싶지 않아요.” 

✚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고객에게 신뢰를 줬나 봅니다.
“저자극도 중요하지만, 저는 욕심을 더 내고 싶어요. 이젠 친환경을 좀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VIB나 텐포켓, 골드키즈란 말이 유행한 지 오래죠. 그렇게 아이가 소중하다면서 아이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생활습관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즈산업은 의외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엔 무관심합니다. 막상 제품을 보면 ‘무늬만 친환경’에 그칠 때가 많아요.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데도요.” 

한국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2022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9.5%가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의 92.3%는 “미래세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석중 대표는 민감한 피부를 가진 딸을 위해 창업한 만큼 제품의 ‘제조철학’도 미래세대와 환경 문제를 풀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저자극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부담을 덜 주는 원료를 사용하는 식이다. 기업 비전도 ‘아기의 피부를 건강하게, 자극의 원인은 말끔하게, 함께 살아갈 환경은 깨끗하게’로 정했다. 에이원인더스트리는 가족의 건강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꾀하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석중 대표는 “기후위기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우리 자녀 세대는 우리의 잘못으로 불행하게 살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친환경을 강조하는 유아용품 기업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베베버블엔 특이한 점이 또 있습니다. 비쌀 것 같은데, 가격 경쟁력이 있어요.
“베베버블 디오리진(1L)의 가격은 1만원 중반대입니다. 같은 용량의 프리미엄 유아 전용 세탁세제가 2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걸 고려하면 확실히 경쟁력이 있죠.”

✚ 자녀를 위한 씀씀이를 좀처럼 줄이지 않는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저 역시 육아대디잖아요. 육아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단 걸 알고 있어서 시장가격보단  낮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최근 회사에 기분 좋은 일도 있었고요.”

✚ 어떤 일이죠?
“베트남 수출입니다. 현지 바이어가 베트남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했어요. 우리 회사가 해외로 제품을 공식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 참 뜻깊었습니다.”

✚ 제품 경쟁력을 해외에서도 파악했군요. 회사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R&D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아용 제품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도 개발 중입니다. 갈수록 부모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데, 언제나 만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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