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 없고 재원 조달 방안도 없어

‘가계부채 완화와 사회보장제도 확대’. 20대 총선에 나선 각 정당이 제시한 가계 관련 공약의 목표점이다. 이를 통해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빚에 허덕이는 민생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정당들의 계산이다. 하지만 두루뭉술하게 제시한 공약이 관련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각 정당은 가계부채를 줄여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추진 중이거나 논의 중인 정책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가계부채는 1200조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40%를 넘어섰다. 여기에 해마다 치솟는 건강보험료 부담은 민생을 더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듯 20대 총선에 나선 각 정당도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가계부채 경감이라는 공통의 목표에도 정당별 공약은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인하,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 채무자의 압류 금지 급여액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인하는 연체이자율의 최고 한도를 25%에서 20%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27.9%로 낮아진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와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금리 대출 상품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용, 3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10대 중금리 상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무자의 압류금지 급여액을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주목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최고금리 인하,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은 가계부채를 줄이는 공약으론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를 영입한 만큼 가계부채 탕감을 위한 적극적인 공약을 꺼내 들었다. 핵심은 장기연체 채권의 관리 강화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매각과 추심 금지,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등도 약속했다. 정의당은 중ㆍ저금리 대출 확대,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최고상한 이자 20%로 인하, 악성부실채권의 규제, 저소득층의 악성채무 탕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가계 전체가 아닌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정당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건강보험료는 직장인 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 반영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재산자동차종합소득 등을 모두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역시 자금고갈, 연금사각지대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에 공약의 초점을 맞췄다. 건강보험료 부과체제를 개편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신고소득으로 전환하고 외제차를 제외한 자동차나 재산 등의 부담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혜택을 경력단절 주부, 청년취업자, 창업자 등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등 야당은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한 ‘건강보험료 부과 상한선’을 폐지해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 지역가입자와 서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부과기준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조기 확대 시행, 간병서비스 제공 의무화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각 정당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특색 있는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는 “각 정당의 공약 모두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약실행방법과 재원 충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등을 향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 집행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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