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소순창 건국대 교수

▲ 소순창 교수는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재난관리 시스템이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맡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소순창 건국대(행정학) 교수가 우리나라의 취약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해법이다. 지역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재난통제방식이 되레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憂’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소 교수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적 재난통제방식은 답이 될 수 있을까.

✚ 안전문제가 터지면 국가적 재난으로 번지기 일쑤다. 우리나라가 재난관리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앙정부에 힘이 과도하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안전문제는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세월호가 가라앉던 당시 전남도에 통제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청와대의 지시를 기다리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재난관리시스템 개선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에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재난관리 문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살충제 달걀 사태도 그런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 자세하게 말해 달라.
“지역별 차이가 정책에 녹아들지 않으면 농가별로 격차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보니 재정이 부족한 자치단체에선 소득 증가를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허가하게 마련이다. 일부 농가는 방목사육을 하고 일부는 공장화하는 이유다. 문제는 수지收支가 맞지 않으니 방목사육을 하는 곳도 공장화 단계를 밟게 된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배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큰 틀에서의 기준을 마련하는 거다. 실질적인 집행은 지자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돈(재정), 일(기능), 힘(권한)을 지방에 넘겨줘야 한다.”

✚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
“국가를 가족에 비유해보자. 40~50대 젊고 건강한 부부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다. 자녀도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부모가 70대가 됐다. 자녀는 30~40대가 됐는데 여전히 부모가 경제권을 쥐고 이 돈으로 집 사라, 차는 얼마에 사라, 자녀계획은 이렇게 세워라 등 일일이 지시하고 있는 셈이다. 자녀로선 돈을 받기 위해 부모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돈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는 거다. 자녀의 자생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우리나라 정부가 노후화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정부의 몸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앙집권 시스템이 이미 낡았다는 얘기다.”

✚ 대통령, 장관 등 머리는 바뀌어도 실제로 일하는 공무원이 그대로이니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맞는 얘기다. 단체장들은 선거에서 뽑혀야 하니 국민에게 잘 보여야 하지만 공무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공무원들의 업무가 세분화하고 지역화하니 책임감과 관심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지방분권화가 재난관리대책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
“지방분권이 완전한 대책은 아니다. 다만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는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대도시에선 달걀이 어떻게 되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값싸게 살 수 있다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농가다.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ㆍ관리하는 게 핵심이라는 건데, 이를 중앙정부보다 해당 지자체가 맡는 게 훨씬 적합하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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