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고교생 평균 사교육비 70만원
학원비 등 고정지출 늘어나
불필요한 지출 살피고, 줄여야
나쁜 보험은 해지하는 게 이득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유용한 금융상품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에 드는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잘못 가입한 보험이 가계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돈은 돈대로 들고 보장은 적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보험으로 알고 가입한 종신보험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잘못 가입한 종신보험이 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보험에 가입할 땐 보장범위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에 가입할 땐 보장범위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또 한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50만4588명의 학생이 수능에 응시했다. 이런 수능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뿐만 아니라 가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교육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6조원에 달했다. 2021년 23조4000억원과 비교해 10.8%(2조6000억원) 늘어났다. 전체 학생 수가 532만명에서 528만명으로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되레 늘어난 셈이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은 78.3%로 1인당 월평균 52만4000원의 교육비가 들었다. 사교육비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했다. 43만7000원이었던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중학교 57만3000원, 고등학교 69만7000원으로 늘었다. 고등학생이 둘인 가계라면 한달에 140만원가량을 자녀들의 교육비로 써야 한다는 거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김양훈(가명·47)씨와 이은희(가명·43)씨가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부부는 고등학생 자녀 둘(18·17)을 키우고 있는데, 한달에 120만원을 자녀 학원비로 쓰고 있다. 부부가 한달에 640만원(남편 490만원+아내 150만원)을 번다는 걸 감안하면 매월 소득의 20%가량을 교육비에 쓰고 있다는 거다. 교육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와 둘째가 내년에 각각 고3, 고2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부의 가계부가 매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가계의 재무상태를 한번 더 살펴보자. 김씨 부부는 공과금 30만원, 정수기 렌털 2만원, 식비·생활비 120만원, 통신비 20만원, 교통비·유류비 55만원, 보험료 72만원, 대출 원리금 55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자녀 용돈 3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 자녀 학원비 120만원 등 매월 609만원을 지출했다.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50만원이었다. 저축은 예금(10만원), CMA통장(7만원) 등 17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한달에 676만원을 썼고, 36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전히 많은 금융소비자가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알고 가입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전히 많은 금융소비자가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알고 가입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첫번째 재무 상담에서 김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분석했고, 두번째 상담에선 식비·생활비(120만원→105만원), 통신비(20만원→16만원), 남편 용돈(40만원→30만원) 등 29만원을 줄이면서 적자폭을 7만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더 늘어날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고, 부부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한다. 

다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다. 모아둔 돈은 없고, 남편은 주식·펀드·가상화폐 등 투자 실패로 원금의 상당량을 잃었다. 재무 상황을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해선 지출을 더 줄여 저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부부의 가계부에서 눈에 띄는 지출은 보험료 72만원, 대출 원리금 55만원, 교통비·유류비 55만원 등 세가지다. 부부는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적자에 빠진 가계부를 흑자로 돌릴 수 있을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줄여보자.

먼저 보험료다. 다른 가족의 보험은 보장 범위가 적당하고, 보험료도 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김씨의 종신보험은 얘기가 달랐다. 사망만 보장하고 있는 상품이었지만 보험료는 월 35만원에 달했다. 상담 결과, 김씨는 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잘못 알고 유지해 왔다.  

필자가 몇번이나 강조했지만 종신보험은 결코 연금보험이 아니다. 연금전환이란 방법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을 목적으로 한 연금보험과는 차이가 크다. 연금보험은 보험에 가입할 당시의 연금요율을 적용하지만 종신보험은 연금으로 전환하는 시점의 연금요율로 연금을 받는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액을 결정하는 요율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해도 더 적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을 게 뻔하다는 거다. 김씨는 고민 끝에 종신보험은 해지하기로 했다.

사망보장금액이 적고, 당장 아이들에게 들어가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보험을 해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35만원의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대신 3만원대의 정기보험으로 부족한 보장을 대체했다. 종신보험 해지로 받은 1050만원의 해지환급금은 대출과 카드할부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이를 통해 남은 신용카드 할부금(70만원·두달분)을 모두 갚았고,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해 원리금을 기존(55만원)의 절반 수준인 27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김씨는 불필요한 종신보험을 해지해 보험료 32만원(72만원→40만원), 대출상환 원리금 28만원(55만원→27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35만원→0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남편(40만원→30만원)에 이어 아내의 용돈도 10만원 줄였다. 아내는 아르바이트 근무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월 55만원에 달하는 교통·유류비도 10만원 줄였다. 아이들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가족 나들이 시간을 줄이고, 출퇴근에도 대중교통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지출을 줄였다. 

이렇게 김씨 부부는 세차례의 재무상담을 통해 식비·생활비 15만원, 통신비 4만원, 교통·유류비 10만원, 보험료 32만원, 대출 원리금 28만원, 부부 용돈 2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 등 총 144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36만원 적자였던 김씨 부부의 가계부는 108만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지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108만원의 여유자금으로 두 아들의 교육비는 물론, 부부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나이가 올해 47세로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하루가 시급하다. 과연 이들은 재무문제를 해결하고, 노후준비까지 마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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