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➋ 퇴행과 역행
총선 앞두고 정책 쏟아내는 정당
선거 아닌 국민 위한 일이라지만
정책 방식과 타깃 보면 의문 많아
편입론 제대로 검토 안하고 추진
정국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로 발전
뒷걸음질 친 친환경 정책 황당해
신뢰 흔들리면 인프라 구축 못해

정쟁에만 몰두하던 정치권이 모처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총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선 거다. 그런데 그 방식이 황당하다. 지방소멸 위기가 팽배한데 서울의 몸집을 더 키우자는 얘기나 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일회용품 사용을 더 늘리자는 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스쿠프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 두번째 편 퇴행과 역행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민생을 어지럽히는 나쁜 요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포퓰리즘 정책은 민생을 어지럽히는 나쁜 요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내년 4월 열리는 제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둘러싼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어서다. 국민들은 표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국정 운영 부실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반대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라면서 응원할 수도 있다. 여야가 총선 준비에 총력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22대 총선 결과는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가늠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극단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를 재편할 기회다. 다수당에 등극하면 국정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부와 여당을 향한 표심은 냉랭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4주(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3.0%에 그쳤다.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9.0%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올랐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집권여당은 열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이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3.0%, 더불어민주당이 2%포인트 오른 35.0%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야당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고, ‘위성정당’이란 괴물을 만들어낸 선거제 개편 논란은 ‘선명성’을 강조해 온 야당에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거대 양당 어느 쪽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이 27.0%나 되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선거의 승패는 경제와 민생에 달렸다. 두 정당이 총선 전까지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민생 정책과 법안을 어떻게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이 때문인지 두 정당은 벌써 여러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포퓰리즘 의혹이 짙은 정책이 상당하다는 건 문제다. 특정 계층의 표심을 얻겠다고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카드도 숱하다. 더스쿠프 취재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뜬금없는 포퓰리즘성 정책을 뽑아 문제점을 찾아봤다.

국민의힘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뜬금없는 정책 메가시티 서울 = 지난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걸 당론으로 삼겠다는 말은 뜬금없었다. 그간 우리 사회가 찬반을 논의하던 이슈가 아니었고, 편입 효과를 검토한 보고서가 나온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당초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경기도의 행정구역을 한강을 기준으로 남북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분출된 소수의견이었다. 지역의 여당 인사가 “김포는 남도 북도 싫으니 서울로 해달라”는 황당한 주장이었는데, 이를 집권당 대표가 당론으로 삼으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은 경기도 김포시를 폐지하고 서울시 김포구를 새롭게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까지 발의하면서 당론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편입론은 부동산 가격과 학군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두루 영향을 미칠 게 뻔한 파괴력 있는 정책이다. ‘안되면 말고’ 식으로 다룰 이슈가 아닌데도 여당이 이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건 ‘수도권 표심’ 때문일 공산이 크다. 

지난 10월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졌다. 경기 침체와 국정 운영 미숙으로 수도권 민심이 악화하면서 전체 선거구의 절반가량이 몰려있는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편입론은 확실한 반전 카드였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어도 서울특별시민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은 그 지역의 표심을 들썩일 만한 일이다. 실제로 편입 대상이 거론되는 건 김포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주민이 원할 경우 서울 생활권인 다른 도시의 서울 편입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인접한 구리와 고양, 과천 하남, 광명, 부천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주변 지역을 흡수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키워 ‘메가시티’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여당의 구상이다. 

하지만 ‘메가시티’ 서울은 문제투성이의 정책이다.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지방소멸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데 서울의 범위를 넓히면서까지 국토 균형 발전의 기조를 깨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김진유 경기대(도시교통공학) 교수는 “전체적인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서울이 인접 지역을 다 흡수하겠다고만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이런 중차대한 일은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더 정교하게 다듬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과 입법 경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이 김포-서울 편입 특별법을 접수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과 입법 경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이 김포-서울 편입 특별법을 접수하는 모습.[사진=뉴시스]

■ 뜬금없는 정책 친환경 정책 후퇴 = 지난 11월 7일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규제 방침을 완화한다는 발표는 정말 느닷없었다. 당시 발표를 요약하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써도 된다는 거였다. 

원래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특정 식당이나 카페에선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자영업자 부담이 클 거란 우려에 1년의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고,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계도기간이 끝났는데도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는데,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의 계도기간을 다시 무기한 연장했다.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아예 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계는 환경부의 정책 변경을 환영했다. 친환경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많이 들여놓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이런 부담을 질 필요가 없어졌으니 자영업자들이 두팔 벌려 환영하는 건 당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과 현장에서의 마찰을 줄이는 꼭 필요하고 적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폭풍이 거세다. 친환경 소재 소공인은 ‘날벼락’을 맞았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돼 친환경 빨대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관련 생산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순식간에 판매처를 잃은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은 쌓이는 재고를 보며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정부 말을 믿고 투자와 고용을 늘려왔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법은 아니다. 한 친환경 소재 소공인 업체 대표는 “2개월 전만 해도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홍보하겠다며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놓고 급작스레 무기한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면서 “언젠간 계도기간이 끝낼 텐데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서 다 철수하고 나면 그땐 정책을 시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하면서 친환경 제조업체들이 날벼락을 맞았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하면서 친환경 제조업체들이 날벼락을 맞았다.[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정부가 잃은 것도 있다. 자영업자의 표심을 얻었을진 몰라도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무색해졌다.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는 글로벌 기조를 역행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연간 88㎏으로 세계 3위다. 

이처럼 표심을 자극하는 정책은 뼈아픈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메랑이 눈앞까지 날아온 포퓰리즘성 정책이 이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이 이야기는 ‘표퓰리즘: 가치 없는 난장판’ 세번째 기사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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